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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량 부족으로 뛰어오르는 서울 전셋값, 수요자들은 '탈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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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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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비싼데 어딜 가겠나" 전세 갱신계약·증액 갱신 비중 급증
입주 물량 급감에 '빌라포비아'까지, 시장 균형 무너진다
거주 비용 부담 못 이긴 수요자들은 경기·인천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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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전셋값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는 가운데, 전세 계약 중 갱신계약·증액 갱신 비중이 전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아파트 입주 물량이 급감한 한편, '빌라포비아' 현상 등으로 아파트 전세 수요가 급증하며 가격이 뛰어오른 결과다. 금전적 여력이 부족한 일부 수요자들은 경기도·인천 등 서울 인근 지역으로 밀려나고 있다.

전셋값 상승으로 발 묶인 세입자들

22일 부동산 리서치업체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지난 17일까지 신고된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 3만6,247건 중 갱신계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35%(1만2,604건)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27%) 대비 8%p 증가한 수준이다. 월별로 살펴보면 지난해에는 갱신계약 비율이 매달 25~29%로 20%선을 유지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1월 31% △2월 39% △3월 35% △4월 36% 등 모두 30%를 웃돌았다.

갱신계약이 급증한 원인으로는 전셋값 상승세가 지목된다. 새로운 전셋집을 찾기보다는 기존 집에 사는 것을 택한 세입자들이 증가했다는 의미다. 전셋값이 상승하면서 갱신계약 중 전세보증금을 기존 계약 대비 인상한 '증액 갱신'의 비중 역시 전년 대비 커졌다. 올해 체결된 서울 아파트 전세 갱신계약 1만2,604건 중 보증금을 인상한 계약은 7,154건으로 전체의 57%를 차지했다. 이는 작년(46%)에 비해 11%p 급증한 수준이다.

전셋값이 급등한 주요 원인으로는 '매물 부족'이 꼽힌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3만508건으로 작년 초(5만4,666건)에 비해 44% 줄었다. 신규 전세 물량을 결정짓는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 역시 2월 593가구, 3월 960가구, 4월 491가구 등으로 최근 3개월 연속 1만 가구를 밑돌았다. 문재인 정권의 재건축 차단, 윤석열 정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등으로 건설업계가 눈에 띄게 위축된 결과다.

줄어드는 물량, 늘어나는 수요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서울 지역의 '물량 부족' 현상이 전셋값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아파트 입주(공공주택·청년안심주택·역세권주택사업 등 제외) 예정 물량은 2만3,483가구 수준으로 전망된다. 이는 2013년(2만 751가구) 이후 11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아파트 대체재로 꼽히는 오피스텔의 올해 입주 물량 역시 3,703실로 2011년(3,052실) 이후 13년 만에 가장 적다.

서울시-입주-물량-추이

세입자들이 빌라 전세 거주를 꺼리는 '빌라포비아' 현상 역시 전셋값 상승세를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 1~3월 '보증 사고액(집주인이 제때 돌려주지 않은 전세보증금)'은 1조4,3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 급증했다. 작년 한 해 HUG의 보증사고액 역시 4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비아파트 시장 내에서 빗발치는 전세 사기 피해에 공포감을 느낀 세입자들이 속속 아파트 전세로 눈을 돌리며 전셋값 상승세에 힘을 보태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전셋값 상승이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전셋값이 뛰면 전세 자금에 돈을 보태 주택을 매입하려는 수요자와 '갭투자' 시도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추후 집값이 비정상적으로 뛰어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셋값이 매매가를 끌어올리고, 청년층을 중심으로 ‘영끌 투자’가 횡행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탈서울 현상 가속화

서울 지역의 주거 비용 부담이 눈에 띄게 커지자, 일부 수요자들은 서울을 떠나 경기·인천 등 인근 지역으로 이주하고 있다. 소위 '탈(脫)서울'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통계청의 국내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타 도시로 이동한 전출인구 46만1,409명 중 경기권으로 이동한 인구는 27만9,375명(60.55%) 수준이었다. 전입 사유(직업·가족·주택·교육·주거환경·자연환경·기타)별로 보면 주택 문제로 전입한 인구가 8만9,636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 같은 '탈서울' 현상은 전세를 넘어 매매 시장에서도 두드러진다.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에 의하면, 지난해 경기·인천 지역의 3.3㎡당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780만원(경기 1,873만원, 인천 1,381만원)이었다. 같은 기간 서울 지역의 평균 매매가격이 4,011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가격 차이가 2,231만원에 달하는 셈이다. 서울 지역 아파트의 경우 집값이 오를 때는 인근 지역보다 가파르게 오르고, 하락할 때는 천천히 하락하는 특성이 있다. 서울과 인근 지역의 부동산 가격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서울 지역의 전셋값 상승, 입주 물량 감소 등의 영향으로 탈서울 현상이 한동안 두드러질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분양가가 뛰어오른 현재, (서울의) 전셋값 하락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며 "전셋값(상승세)을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 외곽 지역이나 경기도로 밀려나고 있는데, 한동안 (서울 지역의)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주를 택하는 이들이 더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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