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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이즌 필 도입하겠다" 경영권 방어 제도에 힘 싣는 정부, 시장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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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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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위해 필요하다" 경영권 방어 제도 도입 움직임 본격화
2009년 한 차례 도입 무산된 '포이즌 필', 이번엔 자리 잡을까
끊이지 않는 시장의 의견 충돌, 독배인가 성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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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포이즌 필(Poison Pill)' 등 기업 경영권 방어 제도 도입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탄탄한 경영권 방어 제도가 기업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을 견인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정부가 상법 개정을 위한 본격적인 의견 수렴에 착수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관련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치열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포이즌 필' 도입 논의 본격화

14일 재계에 따르면 상장회사협의회·코스닥협회·한국경제인협회는 오는 26일 금융감독원 후원으로 기업지배구조 개선 세미나를 개최, 경영권 방어 제도 도입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세미나에서 제시된 의견과 각계 반응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상법 개정안의 윤곽을 잡을 예정이다.

경제계에서는 세미나에서 포이즌 필, 차등의결권 등이 논의의 중심축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이번 상법 개정의 핵심으로 포이즌 필 제도를 지목한다. 포이즌 필은 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단 중 하나로, 적대적 인수합병(M&A)이나 경영권 공격 시도가 있을 때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다. 일각에서는 제도의 특성을 따 '신주인수선택권'이라고도 불린다.

적대적 M&A 시도가 발생했을 때 포이즌 필이 발행될 경우, 인수 시도자의 지분은 크게 줄어들게 된다. 인수 비용이 눈에 띄게 상승하거나 인수 자체가 불발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반면 기존 주주들은 회사 신주를 시가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며, 경영자 역시 지분을 보다 수월하게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명박 정부 당시 한 차례 무산돼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경영권 방어 제도 도입이 '순항'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미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포이즌필을 허용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이 시장 반발에 부딪혀 한 차례 무산된 바 있기 때문이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포이즌 필’을 도입하면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사내에 쌓아둔 수백조원의 유보금을 설비 투자 등에 활용할 수 있어 투자 활성화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제도의 남용을 막기 위해 주주총회 특별결의로 회사 정관에 규정한 경우에만 포이즌 필 제도를 도입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주주에게 신주인주선택권을 부여하기 위한 조건으로 '이사회 총수 3분의 2 이상의 찬성 결의'를 내걸고, 정관에 따라 발행할 주식의 종류와 수, 행사 조건, 주주의 범위 등을 정하도록 했다. 주주에게는 신주발행무효 소송을 낼 수 있는 권리와 유지 청구권을 부여하고, 주주총회에서 신주인수선택권의 소각을 결의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다양한 '안전장치'에도 불구하고 시장 반대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포이즌 필은 기업경영권 시장 자체를 왜곡하는 제도이자, 재벌 가문의 경영권을 보호하는 친재벌 정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일각에서는 포이즌 필 제도가 일반 주주들에게 그야말로 ‘독약’이 될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됐다. 경영권 방어로 인해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단이 줄어들면 주가가 하락하며 대다수 주주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거센 반발 속 이명박 정부의 포이즌필 도입 방안은 결국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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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시장의 의견 대립

이 같은 갑론을박은 포이즌필 도입 움직임이 재차 본격화한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정부가 경영권 방어 제도 도입에 나선 것은 기업의 경영권 안정이 밸류업과 직결돼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내 상장사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를 활용해왔다. 의결권과 배당권이 없는 자사주를 백기사(우호 주주)에게 넘겨 의결권을 확보하는 식이다. 문제는 이 같은 자사주 활용 방식이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포이즌필 등 경영권 방어 제도가 시장에 안착할 경우, 기업들이 자사주 소각을 비롯한 '밸류업'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서라도 경영권 방어 제도 도입은 필수적이라는 시각이다. 미국·일본·독일·프랑스 등 다수의 주요국이 기업 경영권 방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 역시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다만 한편에서는 경영권 방어 제도가 도입될 경우 대주주의 입지가 지나치게 강화될 것이라는 비판도 흘러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 전문가는 "현행법상 경영권 방어 방법은 전무하지 않다"라며 "과도한 경영권 방어는 오히려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를 강화하며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통상적으로 지배주주의 입지가 견고한 국내 시장에서 주주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경영권 방어가 아닌 '적절한 인수 거래'가 발생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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