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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늙어간다" 초고령화 사회 대응책 다수 제시
인프라·인력 확충, 복지 수혜 대상 조정 등이 골자
노인 인프라 중심으로 지자체-주민 갈등 빈번해
서울시가 ‘인구정책 기본계획’을 통해 초고령화 대응책을 제시했다. △사회복지·돌봄 인력 확충 △요양 시설 확대 △노인 복지 혜택 기준 조정 등을 통해 차후 급격한 인구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서울시의 노인 인프라 확충 계획이 각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살 수 있다는 우려도 흘러나온다.
서울시, 인구정책 기본계획 발표
16일 서울시는 ‘인구정책 기본계획’을 발표, 향후 5년간 집중 추진할 인구 관련 핵심 과제들을 제시했다. 최근의 인구 감소 흐름 등을 고려해 재정·복지·주택·일자리 정책 등을 확정하겠다는 취지다. 인구정책 기본계획은 저출생·고령화·외국인 등과 관련한 정책 전략을 담은 최상위 인구전략계획으로 매 5년마다 수립한다.
이번 인구정책 기본계획의 '중심축'은 다름아닌 고령화다. 서울시는 지난 2005년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처음으로 7%를 돌파하며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으며, 오는 2026년에는 65세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서울시는 경제 활동 인구 고령화에 대비해 정년 제도 개선 연구에 착수할 예정이다. 2031년 사회복지 서비스업 부문에서 전국 기준 58만4,000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을 고려,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의 계속 고용 보장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서울시는 간병인 등 돌봄 분야 인력을 확충하기 위해 2025년부터 외국인 대상 준전문인력 취업 학교를 운영하고, 고용허가제(E-9) 대상 인력을 확대할 예정이다. '돌봄로봇서비스'도 올해부터 현장에 본격 적용한다. 우선 올해 9월 서울의료원 내에 혈액과 검체 등을 이송하는 로봇을 도입하고, 연말까지 서울어린이병원에서 재활치료 로봇 인프라 구축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노인 요양 시설도 확대한다. 노인 인프라 확충을 통해 요양이 필요한 노년 인구를 대거 수용, 사회의 부담 전반을 경감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건강 수명(신체적·정신적으로 특별한 이상 없이 생활하는 기간)은 70.5세, 기대 수명은 85.2세로 조사됐다. 노인들이 평균 14.7년간 요양 또는 투병 생활을 한다는 의미다.
'노인' 기준 조정 움직임도
이에 더해 서울시는 각종 노인 복지 혜택의 기준 연령을 만 65세에서 만 70세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현재 노인복지법에 따라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는(만 65세 이상) 노인의 기준을 개별 복지 사업별로 세분화하겠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지자체가 진행하는 복지 사업의 수혜 대상은 지자체 측에서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측은 “인구 감소 등으로 서울시의 세수(稅收)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노인 인구는 계속 늘어나 재정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며 “사업에 따라 융통성 있게 노인 기준을 정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계와 직접적인 관련이 적은 문화 지원 사업 등에 한해 노인의 기준을 만 70세나 80세 이상으로 상향, 지원 대상을 축소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서울시는 노인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는 점 역시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만 65세 이상 노인 3,1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평균적으로 72.6세 이상을 '노인'으로 생각했다. 해당 안은 이르면 내년부터 신규 복지 사업에 적용된다. 다만 시민의 반발 등을 감안해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 등 기존 복지 사업의 수혜 기준은 변경되지 않는다.
지역 주민 반발은 변수
다만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제시한 초고령화 대응책 중 일부가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힐 수 있다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요양 시설 확충 등 노인 인프라 관련 정책을 중심으로 '님비(Not In My Backyard, NIMBY) 현상이 심화해 시민 사회 내 갈등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다. 님비 현상은 공공의 이익에는 부합하지만 자신이 속한 지역에는 이롭지 아니한 일을 반대하는 행동을 뜻한다.
실제 각 지역 주민들은 집값 하락 등을 이유로 노인 인프라 신설을 반대하고 있다. 지난 2022년 동대문구에서 발생한 지자체와 주민들 간의 갈등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서울시는 동대문구 내 시립 실버케어센터 신설을 추진했으나, 주민들의 반발에 휘말리며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었다. 이후 서울시는 실버케어센터 내에 북카페 등 편의시설 신설을 약속하며 겨우 타협점을 찾을 수 있었다.
송파구에서도 유사한 갈등이 벌어졌다. 애초 서울시는 120억원을 투입해 송파구 헬리오시티 내에 송파실버케어센터를 지을 예정이었으나, 지역 주민들 반발에 부딪히며 갈등을 겪었다. 이에 서울시는 주민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실버케어센터를 키즈카페 등이 포함된 복합 시설로 단장하겠다는 계획을 마련했지만, 현재까지도 공사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서울시는 올해 기본 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65층, 2,400여 가구로 재건축하는 사업에서도 노인 인프라 관련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기부채납 형태로 노인 의료복지시설을 지으려는 서울시와 이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충돌한 것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주민들은 (인근 지역에) 집값 하락의 우려가 있는 노인 인프라보다는 문화 시설 등이 들어서길 원한다"며 "(노인 인프라 확충은) 공공의 이익과 개인의 재산권이 충돌하는 난제"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