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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인근 재정비 사업 순항, 시공사 '수주 전쟁' 발발 전망
정비 사업 '규제 족쇄' 줄줄이 풀어주는 정부
서울시도 적극적 규제 완화 행보, 정비 시장 탄력 받을까
올해 하반기 서울 주요 지역 주택 정비 시장에서 불꽃 튀는 '수주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지자체의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움직임에 속도가 붙으며 시장 전반이 활기를 되찾아가는 양상이다.
서초·압구정 등지 '수주전' 본격화
2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차는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시공사 물색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신속통합기획 정비계획에 따르면 신반포2차 부지에는 총 15개 동 2,057가구가 건립될 예정이다. 현재 유력 수주 후보로 언급되는 건설사는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등이다.
인근 지역인 압구정동에서도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 경쟁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압구정 정비 구역 중 가장 규모가 큰 3구역이 시공사 선정에 착수하면서다. 압구정3구역은 재건축을 통해 50층 안팎 5,810가구 규모 대단지로 변신할 예정이며, 현재 업계 1, 2위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물밑에서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남뉴타운 중 4, 5구역도 10월경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일반분양 비중이 높고 한강 조망이 가능한 가구 수가 많아 사업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평가되는 한남4구역에서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포스코이앤씨 등의 수주전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재개발 후 해당 사업지에는 51개 동 지하 7층, 지상 22층 규모로 공동주택 총 2,331가구(공공 350가구, 분양 1,981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2,592가구 대단지로 재탄생을 앞두고 있는 한남5구역의 경우 다음 달 중 시공사 선정이 계획돼 있다. 지난달 30일 열린 현장 설명회에는 현대건설, 삼성물산, 포스코이앤씨, GS건설 등 총 10개 건설사가 참여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한남5구역에서) DL이앤씨가 오랜 기간 물밑 작업을 이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장에서는 DL이앤씨의 단독 입찰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고 귀띔했다.
정부의 규제 완화 움직임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정부의 정비 사업 규제 완화 움직임이 주택 정비 시장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었다는 평이 흘러나온다. 지난 3월27일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개정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정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1세대 1주택자가 6년 이상 재건축 대상 주택을 보유한 경우(재건축사업의 준공인가일부터 역산), 보유 기간에 따라 재건축부담금을 10%에서 최대 70%까지 감경하도록 했다. 재건축사업의 준공인가일 기준 만 60세 이상인 1세대 1주택자는 담보 제공을 전제로 재건축부담금의 납부 유예 신청이 가능하다.
지난 4월 본격 시행된 노후계획도시특별법 역시 시장 호재로 꼽힌다. 노후계획도시특별법은 노후계획도시의 도시 기능 강화, 쾌적한 주거 환경 확보, 미래 도시 전환 등을 위해 다양한 혜택을 부여해 통합 정비를 유도하는 법이다. 특별법에 따라 특별정비구역 내 주거 단지들은 통합 정비 시 안전진단을 면제(법 제26조)받을 수 있으며, 법적 상한 용적률 상향(제3종일반주거 기준 300%→450%) 및 용도 지역 변경(법 제25, 29조)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지난 1월엔 ‘주택 공급 확대 및 건설 경기 보완 방안’을 통해 △안전진단 완화 △재개발 사업 추진 요건 완화 △초과이익 부담금 경감 △비아파트 세제 부담 완화 등 수많은 완화책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다만 안전진단 패스트트랙, 노후도 요건 완화 등 핵심 내용을 담은 도시정비법 일부 개정안은 제21대 국회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재개발·재건축 완화책 쏟아낸 서울시
지자체 역시 정비 사업 규제 완화에 힘을 싣는 추세다. 지난 3월 서울시는 ‘재개발·재건축 2대 사업지원 방안’을 발표, 재개발·재건축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과거 강남구 압구정3구역 등 대형 사업지의 숨통을 옥죄던 공공기여 부담을 낮춘 것이 대표적이다. 서울시는 1종에서 2종, 3종에서 준주거로 종 상향 시 15%를 부담해야 했던 공공기여를 10%까지 낮추고, 공공주택 등 건축물 기부채납 시 제공하는 인센티브를 강화했다. 이외로도 접도율 요건 완화, 역세권 용도지역 상향 등을 통해 서울시 내 주택 공급 확대 정책에 힘을 실었다.
지난 5월에는 향후 5년간 정비 사업의 방향성을 담은 ‘2030 서울특별시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을 공개하며 대규모 규제 완화책을 내놓기도 했다. 우선 1종 일반 주거지역의 허용용적률을 최고 150%에서 200%로 상향했다. 높이(층수) 제한은 기존 필로티 포함 4층 이하에서 6층 이하로 완화하고, 2종 일반 주거지역의 허용용적률은 20%p로 상향 조정했다. 용도 지역 상향에 따라 상승하던 공공기여 비율도 10%로 고정했다.
아울러 서울시 평균 공시지가를 재개발·재건축하려는 구역의 공시지가로 나눈 값인 ‘사업성 보정계수’ 제도도 신규 도입했다. 사업성 보정계수가 커질수록 분양주택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며 자동으로 사업성이 커지는 구조다. 이미 현행 조례나 허용용적률을 초과해 건축돼 사업성이 떨어지는 단지나 지역의 경우 ‘현황용적률’을 기준용적률(재개발) 또는 허용용적률(재건축)로 인정하는 방식으로 사업성을 보전하기로 했다.
허용용적률의 인센티브 항목은 6개에서 12개로 대폭 확대됐다. △보행로, 돌봄 서비스와 같은 공공 인프라 설치 △친환경 건축물 설립 △안전시설 확충 등 정해진 요건을 채우면 허용용적률을 높여주겠다는 취지다. 정부와 지자체가 정비 사업 시장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서울시 내 핵심 사업장을 시작으로 시장이 점차 생기를 되찾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