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29~31일 집중 임금교섭 결렬, 전삼노 무기한 총파업 지속
노조 내부서도 균열, 오는 4일 대표교섭권 보장 기한 종료가 변수
성과급 개선 나선 삼성, "산정 방식 투명성·예측 가능성 제고할 것"
삼성전자 노사 간 임금교섭이 결국 결렬됐다. 노조 측이 '노조원에게 파업 위로금 200만원 지급'을 조건으로 제시하면서다. 파업 장기화 및 거듭된 교섭 결렬로 노조 내부에서도 균열이 보이고 있는 만큼, 대표교섭 노조가 대표교섭권을 잃는 4일이 노사 갈등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임금교섭 최종 결렬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달 29~31일 사흘간 집중 임금교섭을 벌였으나 교섭이 최종 불발됐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지난달 8일부터 진행한 무기한 총파업을 지속할 계획이다. 전삼노 측은 "사측의 노동 존중 없는 안건 제안으로 교섭이 결렬된 것과 삼성전자의 실태를 사회적으로 알리겠다"고 밝혔다.
이번 협상이 결렬되면서 전삼노는 대표교섭 지위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전삼노는 지난해 8월 대표교섭권을 확보해 1년이 되는 오는 4일까지만 대표교섭 노조 지위를 보장받는다. 노동조합법에 따라 대표교섭 노조가 1년 동안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하면 어느 노조든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이에 5일부터는 삼성전자 5개 노조 중 1개 노조라도 사측에 교섭을 요구하면 개별 교섭이 진행되거나 다시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를 밟아야 한다. 만일 전삼노가 대표교섭 지위를 잃으면 전삼노는 더 이상 대표교섭 노조가 아니라 파업도 유지할 수가 없다. 전삼노가 파업을 지속하기 위해선 5개 노조 모두의 합의가 필요한데, 노조원들의 피로도가 쌓인 상황에서 내부 균열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실제 이미 7월 초 시작한 파업이 8월로 넘어가기 직전이고 부양할 가족이 있는 노조원들은 파업이 길어질 경우 생계에도 지장이 생길 수 있어 내부 분위기가 좋지만은 않은 상황으로 알려졌다.
파업 위로금 요구한 전삼노, 삼성전자 안팎서 비판 여론
실제로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DX노조)는 전삼노 파업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지만, 일부 노조는 이미 전삼노 측의 총파업 진행 상황에 견해차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삼노가 교섭 과정에서 보인 태도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전삼노 측은 교섭 과정에서 △전 조합원의 기본 임금 인상률 3.5% 적용 △노동조합 창립 휴가 1일 보장 △성과급 제도 개선 △파업에 따른 조합원 경제적 손실 보상 등을 요구했는데, 사측은 집중교섭 기간 동안 사실상 노조 요구의 대부분을 수용하는 안을 제시했다. 사측이 제시한 대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노조 총회 8시간 유급 노조 활동 인정 ▲전 직원 여가 포인트 50만 지급 ▲향후 성과급 산성 기준 개선 시 노조 의견 수렴 ▲한 해 연차휴가 의무사용일수 15일에서 10일로 축소 등이다.
그러나 전삼노 측은 파업 위로금 차원에서 노조원들에게 삼성 패밀리넷(임직원 대상 삼성전자 제품 구매 사이트)에서 현금 200만원의 가치가 있는 '200만 포인트'를 요구하며 교섭을 결렬시켰다. 노조원 임금 손실을 우회적으로 보전받겠단 취지였지만, 삼성전자 안팎에선 이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쏟아졌다. 애초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어긋나는 탓에 사측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라는 이유에서다.
전삼노에 의해 집중교섭이 파행하면서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노조원 임금 손실 보전을 강조하면서도 황당한 제안으로 교섭을 파국에 몰아넣은 건 결국 역량 부족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산업계 관계자는 "전삼노는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노조원들에게 막대한 임금손실 피해만 입히게 됐다"고 꼬집었다.
성과급 제도 개편 나섰지만, 영업이익 기준 성과급 지급엔 '난색'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노조와의 교섭과는 별개로 성과급 제도 개편에 나설 예정이다. '성과에 따른 차등 보상' 기조를 유지하되 성과급 산정 방식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여 개인 성과 비중을 높이겠단 취지다.
현재 삼성전자는 각 부문 및 사업부의 '연간 목표 영업이익'을 설정하고 목표 초과분의 20%를 재원으로 직원에게 초과이익성과급(OPI)을 지급하고 있다. 목표를 얼마나 초과했느냐에 따라 '연봉의 0~50%'를 OPI로 지급하는 식이다. 문제는 목표 영업이익의 결정 방식을 일절 공개하지 않는단 점이다. OPI 산정 방정식에 향후 투자 계획 등 기업 기밀이 담겨 있다는 이유에서지만, 직원들 사이에선 "도대체 OPI가 어떻게 결정되는 건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삼성전자 직원들은 경쟁사인 SK하이닉스처럼 사측이 정하는 '목표 영업이익'이 아니라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앞선 지난 2021년 말 성과급 지급 방식을 '영업이익의 10%' 범위 내에서 지급하는 것으로 변경한 바 있다.
다만 사측에선 이 방식에 난색을 보이는 모양새다. 메모리반도체 사업만 하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상황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매년 50조원 가까운 시설투자액을 써야 하는 삼성전자의 경영이 SK하이닉스와 같은 방식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다른 방식을 찾기 위해 해외 사례 등을 탐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