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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없는 안보 구상" 英 2027년까지 국방비 GDP 2.5%로 증액, 해외 원조는 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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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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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방 “매년 8% 예산 삭감”
對유럽 안보 예산 줄어들자
다급한 EU 방위비 증액 추진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25일(현지시간) 런던에 있는 관저에서 국방비 지출에 관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사진=키어 스티머 총리 X(옛 트위터)

영국이 국제 지원 예산을 삭감하고 국방비 지출 규모를 크게 늘리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의 국방비 증액 요구에 호응한 것이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위해 유럽은 배제한 채 러시아와 고위급 회담을 진행하며 균열이 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대서양 동맹’을 유지·강화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英 국방비 지출 대폭 확대

25일(이하 현지시간) 스타머 총리는 웨스트민스터 의회 보고에서 2027년부터 국방비를 GDP의 2.3%에서 2.5%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2.5% 목표는 처음 나온 것이 아니지만 2027년이라는 마감일을 설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타머 총리는 “정부는 냉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지속적인 국방비 증가를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타머 총리는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를 회상하며 “만약 당신이 내 생애 동안 러시아 전차가 다시 유럽 도시로 진군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면 믿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우리는 지금 모든 것이 바뀐 세상에 살고 있다”며 “3년 전에 정확히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을 언급했다. 그는 “2.5% 목표는 연간 134억 파운드(약 24조3,000억원)의 추가 지출을 의미한다”며 “이는 영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유럽 집단 방위에서 리더로서의 입지를 강화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국방비 증액 예산을 국제 지원 예산 삭감을 통해 충당할 예정이다. 스타머 총리는 국방비 지출 증액을 위해 국제 지원 예산을 현재 GDP 대비 0.5%에서 2027년 GDP 대비 0.3% 수준으로 삭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타머 총리는 “나는 모든 유럽 동맹국이 자력 국방을 위해 더 많은 것을 해야 한다고 오랫동안 주장해 왔다”며 “오늘부터 정부는 냉전 이후 최대 규모의 국방비 지속 증액을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 작년 국방비, EU 전체보다 많아

이날 스타머 총리의 깜짝 발표는 국방비 증액을 통한 자력 안보 강화를 압박해 온 트럼프 대통령과 만남을 앞두고 미국에 동맹 유지 의지를 보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영국의 국방 의지를 어필해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한 영국의 안보 보장을 유지하도록 설득할 계획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런데 러시아의 한 해 군사 지출은 유럽 전체의 국방 예산을 크게 상회한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에 따르면 러시아의 지난해 총 국방비 지출은 전년 대비 42% 오른 13조1,000억 루블(4,620억 달러)였다. 이는 러시아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해 6.7% 수준이다.

반면 영국을 포함한 EU의 지난해 전체 국방비는 4,570억 달러(약 655조7,000억원)로 전년 대비 12%가 올랐지만 러시아의 국방비보다는 낮다. 더군다나 IISS는 러시아의 국방비가 올해 13.7% 증가해 15조6,000억 루블(약 257조8,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러시아 GDP의 7.5%, 러시아 연방 예산의 40%에 해당하는 규모다. 경제엔 부담이 되고 있지만 러시아는 여전히 전쟁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고 IISS는 분석했다.

"냉전 때보다 더 불안" 유럽 재무장 강화

이에 유럽에서도 재무장 바람이 일고 있다. 북유럽 국가 중 가장 먼저 무장 강화를 예고한 덴마크 정부는 지난 19일 올해와 내년 국방비를 500억 크로네(약 10조원) 추가 편성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가 안보 현실과 관련해 “냉전 시절보다 더 엄중하다. 대대적 재무장에 나서야 한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구체적인 국방비 증액을 발표한 것이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이번 증액을 통해 덴마크 국방비가 GDP의 3%를 넘기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나토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덴마크 국방비는 GDP 대비 2.37%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특히 “국방장관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단 하나”라며 “(무기를) 사고, 사고, 또 사라. 중요한 건 오직 스피드”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상의 무기를 구매할 수 없다면, 차선책을 사야 한다”며 “우리가 원하는 무기를 구매하는 데 너무 오래 걸린다면, 보다 신속히 인도될 수 있는 다른 것을 선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3일 치러진 독일 총선에서 차기 총리로 유력해진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도 유럽의 ‘안보 독립’을 강조하며 방위비 증액을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독일 내부에선 메르츠 대표가 방위비를 늘리기 위해 국가의 지출을 통제하는 재정 준칙을 완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라트비아의 에드가르스 링케비치 대통령도 GDP의 3.45%인 국방예산을 2028년까지 5%로 올리겠다고 천명한 상태다.

유럽 국가들의 국방비 지출 증대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향후 5년간 매년 8%씩 국방 예산 삭감 계획 마련을 지시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국방부 고위 당국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이달 24일까지 이처럼 삭감된 예산안을 작성하라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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