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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후죽순 태양광 설비에 배전망 부담↑, 중소 발전사 망 사용료 징수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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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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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망 투자 비용 확보 나선 한전
효율적 송배전망 구축 필요성 커져
전력망특별법 가까스로 국회 통과

한국전력이 그간 무료로 송·배전망을 사용해 온 중소 민간 발전사에 망 사용료를 징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해마다 배전망 연결 신청이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 발전소가 별도의 요금은 지불하지 않아 전력망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학계에서도 전력 생산에 효율적인 송배전망이 요구되는 만큼 태양광 발전소 증가에 맞춰 전력망 확대가 수반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망 사용료 개편 필요성 대두

11일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한전은 최근 한국전기연구원(KERI)과 고려대학교에 ‘송·배전 이용요금 합리화 방안에 관한 연구’ 용역을 의뢰했다. 중소 민간 발전사에 망 사용료를 부과해 전력망 투자에 필요한 비용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망 사용료는 공용 송·배전망, 전기 설비 등을 이용한 데 따른 대가로, 발전소가 한전에 지급하는 금액을 의미한다.

한전이 망 사용료 부과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태양광 발전소의 급증과 그에 따른 전력망의 부담이 자리하고 있다. 태양광은 여타 에너지원에 비해 발전량 변동성이 커 전압과 주파수가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하는 전력망에는 그만큼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2016년 2만6,623건에 불과하던 재생에너지 발전기의 한전 전력망 연결 신청 건수(누적)는 지난해 22만5,961건까지 폭증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의 전기위원회는 과거 2002년 발전사와 구역전기사업자 등 전기 소비자가 50%씩 송전망 사용료를 부담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끝내 무산됐다. 발전사들이 망 사용료를 도매가격에 반영해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었다. 이후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은 망 사용료 없이 송전망을 이용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학계를 중심으로 망 사용료 개편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국내 망 사용료 자체가 턱없이 낮은 수준인 만큼 전력망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해서라도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한전경영연구원이 2020년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망 사용료는 킬로와트시(㎾h)당 12.9원으로 전기요금의 11%에 불과했다. 이는 독일(103.6원)이나 프랑스(81.8원) 등 주요국과 비교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전력 생산에는 효율적인 송배전망이 요구되는 만큼 태양광 발전소의 증가에 맞춰 전력망 확대 또한 수반돼야 한다는 게 학자들의 일관된 견해다. 이는 남극을 제외하고 지구상에서 가장 넓은 사막인 사하라 사막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프리카 북부에 위치한 사하라 사막은 면적이 940만㎢에 달하며, 연간 일조시간은 약 4,000시간에 이른다.

독일의 입자물리학자 게르하르트 크니스의 연구에서는 사하라 사막 면적의 1.2%를 태양전지판으로 덮으면 전 세계가 쓸만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다만 이는 케이블을 포함한 대규모 전력망이 구축된다는 전제하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결과다. 이진상 한국항공대학교 석좌교수는 “아프리카 전체 송배전망에 매년 약 40억 달러(약 5조8,000억원)가 소요된다”면서 “여기에 노후한 송배전망의 교체에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해 태양광 발전소 구축이 더딘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발전설비 급증에도 송·변전설비 확대는 지지부진

태양광은 태양의 빛 에너지를 전력으로 변환하는 기술로, 풍력과 더불어 대표적 신재생에너지로 꼽힌다. 무한한 자원인 데다 발전 과정에서 환경 오염을 유발하지 않는 등 여러 이점을 앞세워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들도 태양광 발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5월 발표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에서 오는 2038년까지 태양광 발전량 목표로 74.8GW를 제시한 바 있다.

문제는 국내 태양광 발전설비가 해마다 급증하는 데 반해 전력망 구축 속도는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송배전 선로가 늘어난 설비 용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4년 1.7GW 수준이던 태양광 발전설비는 꾸준히 증가해 2023년에는 23.9GW까지 늘었다. 발전설비 증가에 비례해 송배전 선로도 함께 확장돼야 하지만, 속도에서 한참 뒤처지면서 전력이 뻗어나갈 인프라는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는 송·변전설비 건설을 위해 여러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송전선로에 대한 주민들의 낮은 수용성으로 인해 대다수 사업이 공전 중인 상황이다. 선로가 지나가는 토지의 가치 하락과 소음, 경관 훼손 등 재산권 침해를 우려한 주민들의 반발이 극심한 탓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으로 거론되는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전력망특별법)’은 지난해 9월 처음 발의됐지만, 올해 2월 27일에야 국회를 통과했다.

전력망특별법은 국가기간 전력망 건설의 주민 수용성 저하로 인해 무탄소전원의 전력계통 연계, 첨단산업에 대한 전력공급 차질 등이 우려됨에 따라 법 제정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해당 법안은 △국무총리 소속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위원회 설치 △인허가 의제 확대(기존 18개→35개) △주민·지자체 보상 및 지원 확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포함하고 있다.

전남 고흥에 위치한 한국중부발전 남정수상태양광 발전소 전경/사진=한국중부발전

신재생에너지 출력제어 태양광에 집중

전문가들은 전력망 운영 환경과 제반 인프라를 고려하지 않고 숫자만 늘린 태양광 발전 보급 정책이 전력망의 폭탄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태양광 발전의 높은 변동성에 맞춰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백업설비와 전력계통을 충분히 확충했어야 함에도 정부가 이를 외면한 채 태양광 발전소 수를 늘리는 데만 급급했다는 지적이다.

태양광 발전소의 증가 속도에 맞춰 함께 늘어난 출력제어 횟수가 이를 방증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한전 산하 발전공기업 5사로부터 제출받은 ‘10년간 발전소별 기동정지 현황’ 자료에 의하면 지난 2014년 1만5,742회에 그친 연간 기동정지 횟수는 △2021년 2만550회 △2022년 2만2,182회 △2023년 2만134회로 크게 증가했다. 출력제어는 전력 수요와 공급 간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발전기의 출력을 제한하는 조치를 말한다.

2023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시행한 신재생에너지 출력제어 건수는 958건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신재생에너지 출력제어는 태양광에 집중됐다. 958건 중 626건(65.3%)이 태양광이었다. 특히 출력제어 건수가 가장 많은 중부발전에서는 전체 276건 중 태양광이 150건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출력제어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늘어나는 추세다. 2023년 중부발전은 약 3억6,300만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8월까지 발생한 9,700만원을 더하면 2년도 안 되는 사이 손실액은 4억6,000만원에 달한다. 남부발전 또한 2023년 9억6,500만원, 지난해 1~8월 2억1,900만원 등 같은 기간 총 11억8,400만원의 손실을 떠안았다.

이에 산업부는 지난해 5월 ‘지역별 맞춤형 계통포화 해소 대책’을 발표하고 출력제어를 최소화하기 위한 각종 방안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11차 전기본 실무안 공개 이후 원전과 재생에너지 비중을 두고 야당의 강한 반발이 이어지면서 국회 보고조차 어렵게 되자, 고육지책으로 대형원전 2기를 줄이고 태양광 2.4GW를 늘리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해당 안은 지난달 19일 국회 상임위 보고 후 21일 전력정책심의위원회에서 최종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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