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블루오션에서 계륵으로, 전기차 충전 사업 ‘성패’ 기로
Picture

Member for

7 months 1 week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전기차 캐즘에 고전하는 충전 시장
사업 정리하거나 희망퇴직 칼바람 
가격 중심 경쟁 구조, "버티기 힘들다"

전기차 보급 확대에 발맞춰 충전 사업에 뛰어든 대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업을 매각 또는 철수하는가 하면 일부는 장기간 적자에 빠져 출구조차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당초 예상과 달리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국내 전기차 보급이 둔화된 가운데, 사업 수익성까지 낮아 신사업으로 주목받던 전기차 충전 사업은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모양새다.

대기업 계열 충전 사업자들, 폐업·매각 행렬

30일 전기차 충전업계에 따르면 한화큐셀은 이달 전기차충전사업자(CPO) 계열사인 한화모티브의 충전기 1만6,000여 기를 플러그링크에 매각하고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하기로 했다. 한화큐셀은 지난 2022년 신사업으로 한화모티브를 선보인 뒤 의욕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왔다. 한화 계열사 건물 주차장과 상업용 빌딩 주차장을 시작으로 전기차 충전사업 고객을 확대하겠다는 포부였다. 하지만 수익성이 받쳐주지 않자 3년 만에 시장에서 철수하게 됐다.

LG전자 역시 야심차게 진행했던 전기차 충전기 제조업에서 물러났다. LG전자는 2022년 GS에너지, GS네오텍과 함께 충전기 제조사 하이비차저(구 애플망고) 지분 100%를 인수했고, 같은 해 11월 EV충전사업담당 조직도 신설했다. 해당 사업을 1조원대 유니콘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시장 성장 둔화로 손해만 봤다. 지난해 하이비차저는 영업손실 72억원을 기록했고 2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기록해 감사보고서는 ‘의견 거절’을 받았다. 이에 하이비차저는 LG전자에 인수된 지 3년 만에 청산 절차를 밟게 됐다.

SK네트웍스도 CPO 기업인 SK일렉링크 지분 일부를 홍콩계 사모펀드(PEF) 앵커에퀴티파트너스(앵커PE)에 매각하고 최대주주 자리에서 내려왔다. 사업을 유지 중인 계열사 상황도 좋지만은 않다. SK시그넷은 지난해 2,42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직전 연도 1,494억원보다 적자 폭이 커졌다. 이런 여파로 인건비 절감을 위해 희망퇴직도 단행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리밸런싱(사업 재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SK그룹이 결국 전기차 충전 사업에서 손을 뗄 것으로 보고 있다.

캐즘 극복 위해 EV·HEV 투트랙 전략 가동

국내 충전 사업자들이 줄줄이 발을 빼는 데는 전기차 캐즘 영향이 크다. 전기차 시장은 2020년대 초반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왔지만 2023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성장이 둔화하며 캐즘 구간에 진입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보급 속도 둔화와 함께 충전 인프라 확충이 지연됐고, 이는 충전기 업체들의 수익성 감소로 직결됐다.

전기차 충전 사업은 ‘돈 먹는 하마’면서도 회수율이 낮은 사업이다. 초고속 충전기 한 대에만 수천만원이 드는 데다 전력망 구축 등 인프라 투자 비용까지 발생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충전 사업으로 수익을 내려면 전기차 보급이 200만 대는 돼야 한다”며 “현대차는 전기차를 제조·판매하니 수익과 관계없이 실과 바늘처럼 끌고 나가야 하지만, 충전 사업만 하는 대기업들은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는 “소비자는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가 더 저렴해야만 충전 등 불편사항이 있더라도 구매할 것”이라며 “그동안 가격을 낮춰주던 보조금이 최근엔 줄고 있으므로, 기술 고도화로 전기차 생산 비용을 낮추지 못하면 캐즘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기차 캐즘은 단지 일시적 조정이 아닌, 충전 인프라 사업의 퇴각과 함께 하이브리드 차량의 반등이라는 연쇄적 구조 변화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최근 국내 완성차 기업들은 전기차에 중점을 두지 않고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모델을 동시에 출시하는 태세 전환을 통해 전동화 전략을 수정하는 추세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부터 이어온 캐즘을 극복하기 위해 모든 내연기관 모델에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추가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더불어 현대차 제네시스 역시 브랜드 최초로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를 준비 중이다. 제네시스 하이브리드 모델은 내년 하반기 GV80을 시작으로, G80에 순차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기아도 △K5 △K8 △니로 △스포티지 △쏘렌토 △카니발 등 주요 차종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운영하고 있으며, 르노코리아는 지난해 '유럽 올해의 차'에 선정된 '세닉 E-테크 일렉트릭(세닉)'을 국내에 들여와 지난해 출시한 하이브리드 모델인 '그랑 콜레오스'와 투톱 체제를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완성차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도 전기차 캐즘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전기차 시장이 본격화 되기 전까지 하이브리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환경부 가격 규제도 악재로

국내 충전업계가 고전하는 또 다른 원인으로는 민간 인프라 투자 여건을 조성하지 못한 정부 정책이 꼽힌다. 정부가 사실상 충전요금을 동결하고 전기차 충전 생태계에서 민간 사업자와 직접 경쟁하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한국의 전기차 1대당 공용 충전기 수는 5년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빠르게 충전할 수 있고 회전율이 높은 급속 충전기(충전시간 40분 안팎)가 턱없이 부족해 실사용자의 체감 품질은 바닥이라는 게 업계 얘기다.

특히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서는 급속 충전기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급속 충전기 1대가 담당하는 전기차 대수는 지난달 기준 전국 평균 15.8대인데 서울(17.1대), 대전(18.6대), 대구(22.0대), 부산(26.8대), 인천(32.7대) 등 대도시일수록 더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도시에 충전소가 부족한 것은 환경부의 ‘로밍 네트워크’ 정책 때문이다. 로밍 네트워크는 전기차 사용자가 여러 CPO의 전기차 충전소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플랫폼으로, 로밍 네트워크에 가입한 사업자는 환경부의 충전시설 보조사업 사업수행기관 선정 때 가점을 받는다. 해당 보조사업에 선정돼야 국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로밍 네트워크 가입 사업자는 충전요금 인상에 제한을 받는다. 또 지역에 관계없이 동일한 요금을 책정해야 한다. 충전업계 한 관계자는 “도심 핵심 지역은 한적한 외곽보다 임차료가 훨씬 비싼데 동일한 요금을 받아야 한다”며 “여기에 캐즘 현상 장기화로 수요도 뒷받침하지 못하니 도심에 전기차 충전소를 지을 매력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Picture

Member for

7 months 1 week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