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 Home
  • TE분석
  • “공무원식 무사안일 타파” 롯데백화점, 연공서열 폐해 막는 직무급제 도입

“공무원식 무사안일 타파” 롯데백화점, 연공서열 폐해 막는 직무급제 도입

Picture

Member for

10 months 1 week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연구원
Bio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혁신 걸림돌이던 연공서열 중심 인사 제도
직무 가치 및 전문성 중심으로 전면 전환
직무 레벨 낮아도 성과 따라 상응 보상

롯데백화점이 ‘전문성 성장 중심 HR(인적 자원) 제도’를 새롭게 도입한다.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는 직무급제 도입의 일환으로, 임직원의 직무 전문성을 높이고 업무 생산성을 강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롯데의 직무급제 도입은 단순한 임금체계 개편이 아닌, ‘공무원식’ 조직문화를 벗어나 ‘일하는 문화’로의 전환을 선언한 것으로 평가된다. 혁신성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가 더 많은 보상을 받는 구조로 바꿔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다.

롯데백화점도 ‘직무급제’ 추진, 업무 강도·성과 따라 보상 차등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이달 중순 임직원을 대상으로 새로운 인사 제도인 ‘전문성 성장 중심 HR 제도’를 소개하는 설명회를 개최한 데 이어, 이달 말까지 구성원을 대상으로 동의 절차를 진행한다.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롯데쇼핑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6월말 기준 롯데백화점의 근로자는 총 4,210명이다. 절차를 거쳐 구성원의 과반수 동의를 확보하면 관련 취업 규칙과 인사 관리 규정 개정을 거쳐 해당 제도를 도입하게 된다. 도입 시기는 올 하반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성 성장 중심 HR 제도는 롯데그룹이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인사·임금 체계 개편 작업의 일환이다. 그동안 롯데는 연차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연공서열 시스템(연봉제)을 적용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개인의 연차나 직급과 무관하게 직무의 전문성과 난이도, 책임 등에 따라 평가와 보상이 이뤄지는 직무급제를 도입한다.

앞서 롯데그룹은 직무급제 도입을 위해 작년부터 각 계열사 내 직무의 난이도와 중요도에 따라 레벨 1부터 5까지 5개 등급으로 분류하는 직무 분석 과정을 거쳤다. 예를 들어 롯데케미칼의 핵심 연구개발(R&D) 파트는 레벨5, 공장 운영을 담당하는 생산관리직은 이보다 낮은 레벨을 부여받는 식이다. 롯데백화점에선 시장을 조사하고 상품을 기획하는 상품개발자(MD)가, 롯데웰푸드에선 마케팅 담당자 등이 높은 레벨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높은 레벨 직군에 속한 직원은 자연스럽게 높은 연봉을 받는다. 인사평가에서 똑같이 ‘B’를 받더라도 레벨5 직군이 레벨1보다 기본급을 20% 이상 더 받기 때문이다. 기본급은 전체 임금의 50% 정도를 차지한다. 레벨이 낮은 직군에 속해도 성과를 내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롯데가 도입하는 방식이 직무급제와 성과급제를 합친 형태여서다. 레벨1에 속한 직원이 개인 인사평가에서 S등급을 받았다면 레벨5 직원에 비해 직무급은 덜 받아도 성과급으로 만회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해당 제도는 글로벌 HR 전략 컨설팅사 머서(Mercer)가 컨설팅한 것으로, 롯데백화점에 앞서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홍기획, 롯데이노베이트 등이 직무급제를 도입했다. 지난달 1일부터는 롯데케미칼 첨단소재사업부가 직무급제를 시행 중이다. 식품 계열사인 롯데웰푸드도 지난달 직무 기반 HR 인사 제도 도입을 위한 동의 절차를 마무리했다. 전체 구성원 2,073명 중 과반수(56.6%)가 동의했으며, 고용노동부 취업규칙 신고 및 인사관리 규정 개정 작업을 거쳐 내달 1일 도입할 예정이다.

위기의 롯데, ‘연공서열’ 타파해 체질 개선

롯데그룹이 인사·임금 체계를 손보는 건 유통, 화학 등 주력 사업의 부진으로 인해 그룹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3.9% 감소한 13조9,866억원, 영업이익은 6.9% 줄어든 4,731억원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약 11% 증가했으나, 매출은 2%가량 감소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조8,256억원 규모의 적자를 낸 데 이어, 올해 상반기 3,77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에 롯데그룹은 지난해 롯데케미칼 롯데면세점 등 주요 계열사의 실적 부진으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고 일부 계열사는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자산 매각 작업도 한창이다. 롯데케미칼은 파키스탄 자회사 LCPL을 1,275억원에, 일본 화학사 레조낙 지분 4.9%는 2,750억원에 매각했다.

전문가들은 롯데 부진의 배경으로 '열심히 일하지 않는 문화'를 꼽는다. 실제 국내 주요 대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롯데그룹 직원을 ‘롯무원(롯데+공무원)’이라고 부른다. 임금체계와 기업문화, 업무 강도 측면에서 롯데는 공무원만큼이나 보수적이란 이유에서다. 롯데그룹은 국내 주요 기업 중 가장 늦은 2018년 연봉제를 도입했지만 연차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연공서열 시스템은 이후에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직급 승진에 따라 보상이 높아지는 형태라 아무리 직무 전문성이 뛰어나도 연한을 채우지 않으면 승진이나 추가 보상이 어려운 구조다.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성과를 창출하지 않아도 스스로 그만두지 않는 한 정년까지 다닐 수 있는 분위기도 그대로다. 여기에 초고령사회 대두에 따라 정년 연장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고연령, 고직급 인력의 적체가 심화되는 상황이다.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인 롯데그룹이 칼을 빼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무원 같은 급여 시스템을 직무급제로 바꿔 일하는 문화를 만들지 않으면 현재의 난국을 돌파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기업들, 즉시 성과 입증 가능한 경력직 선호

이는 기업들이 경력직을 우선적으로 채용하는 기조와도 맞물려 있다. 최근 기업들의 인사 체계는 신입 공채 중심의 구조는 힘을 잃고 경력직 위주의 수시 채용이 보편화되는 흐름이다. 학습 여백이 큰 신입보다 즉시 성과를 내는 경력자를 채용해 곧바로 직무에 투입하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업무에 투입되기까지 장기간 교육과 훈련을 거쳐야 하는 비경력직과 비교했을 때 채용 시장에서 유리한 점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시대의 변화에 뒤떨어진 호봉 임금제도의 문제점은 그간 수없이 지적돼 왔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은 연공에 따른 임금 책정이 지나칠 정도다. 유럽 국가들보다 더한 것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와 기업 문화가 비슷한 일본보다 더 심하다. 예컨대 한국에서 30년 이상 근속 근로자는 1년 미만 신입자보다 4.4배나 많은 임금을 받고 있다. 15~19년차 임금도 신입 근로자보다 3.3배 많다. 20~30년 근속자 역시 신입의 2.83배다. 독일(1.88배) 프랑스(1.34배) 영국(1.49배) 같은 유럽 국가들은 물론 연공제 전통이 오래된 일본(2.54배)도 뛰어넘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갈수록 생산성이 중시되는 인공지능(AI)시대에 이 같은 임금제도는 지속 가능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GE, IBM, 구글, 아마존 등 미국의 유수 대기업들은 말할 것도 없고 토요타, 소니, 히타치 등 일본 회사들과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중국의 화웨이, 샤오미, 텐센트 같은 곳도 직무급제를 도입 중이다. 유럽에선 직무급제를 기반으로 한 직능급제(직무+역량 혼합형) 또는 직무 기반 연봉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영국에서는 기업의 80%가량이 직무급제로 임금을 준다는 통계도 있다. 직무급제가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 잡았다는 얘기다.

Picture

Member for

10 months 1 week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연구원
Bio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