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 Home
  • FE분석
  • “토지비 10배·제도 불확실성” 롯데 베트남 신도시 사업 무산으로 드러난 현실

“토지비 10배·제도 불확실성” 롯데 베트남 신도시 사업 무산으로 드러난 현실

Picture

Member for

10 months 2 weeks
Real name
안현정
Position
연구원
Bio
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

수정

7년 만에 사업 지속 불가능 판단
토지제도 불투명성·급변하는 정책
‘고무줄 토지법’이 가진 구조적 위험
롯데프로퍼티스HCMC가 추진 중이던 '롯데 에코스마트시티 베트남' 조감도/사진=에코스마트시티 베트남

롯데그룹이 베트남 호찌민시 투티엠 신도시에서 추진 중이던 초대형 복합단지 조성 사업의 계약 해지를 요청하며 철수를 공식화했다. 2017년 계약 이후 착공식까지 진행한 해당 사업은 토지 사용료가 초기 추정치 대비 10배 가까이 급등하면서 장기 프로젝트의 손익을 급격히 악화시켰다. 시장에선 베트남 현지 정부가 내세운 제도적 장벽이 외국 기업의 투자 활동을 방해하는 것은 물론, 나아가 기업의 손실 회복마저 가로막고 있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룹 전반 경영 악화에 손실 감수 결정

1일 복수의 베트남 현지 언론에 따르면 롯데는 지난달 20일 호찌민시 인민위원회에 ‘롯데 에코스마트시티’ 건설 사업을 중단하고, 할당받은 부지를 반환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2017년 계약을 체결한 해당 사업은 호찌민시 투티엠 신도시 약 7만4,513㎡ 부지에 호텔과 쇼핑몰, 오피스, 주거시설을 포함한 초대형 복합단지를 짓는 계획이었다. 총투자비는 1조585억원 규모로, 롯데는 신동빈 회장이 2022년 특별사면 직후 첫 해외 출장지로 베트남을 택할 정도로 이 사업에 큰 상징성을 부여해 왔다.

하지만 현장은 울타리 설치와 터 다지기를 넘어서는 진전을 보지 못했고, 결국 롯데가 당국에 계약 해지를 공식 요청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사업 철수의 직접적 원인은 토지사용료 급등이다. 애초 롯데는 1,000억원 수준의 토지대 부담을 예상했으나, 호찌민시가 지난 7월 최종 승인한 금액은 무려 8,564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지난해 법률 개정으로 임대료와 세금까지 늘어나면서 총사업비는 1조 원대에서 3조5,000억원 이상으로 확대됐다. 롯데 측은 납부 기한 조정과 외부 투자자 유치 방안을 제안했으나, 현지 당국이 토지 사용료 선납을 고수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롯데는 철수 공문에서 행정 절차 지연과 총투자비 초과를 사업 철회의 원인으로 명시했다. 당국의 최초 승인 이후 8년 가까이 핵심 절차가 지연됐고, 인허가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서 공정이 사실상 멈춰 있었단 지적이다. 실제 롯데는 현지 법인 롯데프로퍼티스HCMC를 운영하며 사업 추진을 위한 최소한의 인력과 자산을 유지했지만, 현장에서 진행된 작업은 펜스 설치 수준에 그쳤다. 결국 롯데는 부지 반환 및 법인 청산을 결정했고, 사업에 출자한 4개 계열사의 출자금도 회수할 방침이다.

업계는 이 같은 철수 결정에 롯데그룹 내부 사정도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 주요 계열사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막대한 비용 증가에도 불확실성이 큰 해외 부동산 개발을 지속하는 것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시장 철수 해외 사업이 급격히 위축됐던 롯데지만, 무리한 투자를 이어가기보다는 손실을 감수하고 빠르게 정리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훨씬 이롭다는 게 업계 전반의 평가다.

동남아 진출한 외국 기업 전반 리스크

시장에서는 롯데의 베트남 사업 철수를 개별 기업의 실패보다는 동남아시아에 진출하는 외국 기업들이 공통으로 맞닥뜨리는 리스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대부분 동남아 국가가 도시 재정 기반을 강화하고 나선 가운데, 그 여파로 외국 기업의 비용 상승 압박이 거세졌단 분석이다. 특히 베트남은 최근 토지 사용료를 통한 세수 확대를 전면에 내세우며 기업 부담을 구조적으로 높이는 추세다. 호찌민시는 올해 토지 경매와 신규 부지 입찰을 통해 86조3,000억 동(약 32억 달러)의 수입을 목표로 삼은 바 있다.

베트남의 토지·부동산 관련 법 개정도 외국 기업에 또 다른 불확실성을 안긴다. 지난해 8월 시행된 개정 토지법과 부동산사업법, 주택법은 모두 외국인투자기업의 정의와 권한을 명확히 하면서도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산업단지 내 토지 매매가 허용되는 등 일부 권한은 확대됐지만, 토지 사용료를 5년마다 조정하도록 해 장기적 관점에선 투자 비용의 예측 불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곧 투자자들이 토지 매입을 신중히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음을 의미한다.

담보권 설정과 투자금 회수, 프로젝트 양수도 등에서도 일부 개선책이 제시됐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권리 확대는 여전히 요원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예컨대 담보권 설정 주체 확대는 내자 기업과 개인에 국한돼 외국인 투자자와 법인은 배제됐고, 토지 사용 기간 연장 역시 일정 조건을 충족해야 가능하다. 심지어 토지 사용 기간 연장 여부는 현지 지방정부의 재량적 판단에 달려 있다.

이처럼 베트남 정부가 내세운 도시 재정 기반 강화 정책은 외국 기업에 대한 시장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이는 현지 정부 입장에선 사회경제 성과 및 세수 증대에 대한 기대 요인이지만, 외국 기업의 관점에서는 불확실성과 부담 가중으로 해석된다. 롯데의 이번 사업 철수 결정이 동남아 전반에 진출한 여타 기업들 역시 언제든 유사한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투자·고용 창출” 논리 통하지 않아

사회주의 체제로 토지 소유권이 전적으로 국가에 귀속돼 있다는 점도 베트남에 진출하는 외국 기업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이들 기업은 토지를 직접 소유하지 못하고 정부로부터 사용권을 빌려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일정 주기마다 토지사용료가 변동된다. 이는 정부가 임의로 토지 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된다. 초기 계약 단계에서 합의한 금액과 최종 납부해야 할 비용 사이에 10배 가까운 격차가 발생한 롯데의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개정 토지법에 따라 달라진 토지대 납부 방식도 논점이다. 과거에는 토지 사용자가 연납과 일시납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농지·임야와 같은 일부 예외 경우를 제외하면 연납이 원칙이다. 이 역시 베트남 정부가 5년 단위로 임대료를 재조정하는 만큼 토지 비용이 주기적으로 인상될 수 있는 구조다. 이는 장기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원가 계산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심지어 토지 대금 통지가 지연될 경우, 추가부담금을 부과하는 규정까지 신설되면서 사업자들이 정부 귀책 사유로 인한 지연에도 오히려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제도적 문제는 단순한 행정 부담을 넘어 외국 기업의 경영 환경을 위협하는 직접적 리스크로 작용한다.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늘려 현지 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는 논리가 더는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도리어 사업 철수 시점에 세금과 부담금을 집중적으로 부과해 초기 투자금 회수가 막히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베트남 재무부조차 이 같은 불합리성을 인정하고 개선 방향을 검토한다는 입장이지만, 외국 기업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만큼의 제도 안정화는 여전히 멀리 있는 일이다.

이는 과거 중국이 보여 온 기조와도 유사하다. 정부가 토지를 저렴하게 공급한 뒤, 기업이 철수하거나 부동산을 매각할 때 세금 폭탄을 부과해 사실상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중국에 진출한 다수의 기업이 공장과 자산을 그대로 두고 철수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베트남의 토지법 개정과 새로운 부담금 규정은 이러한 중국식 패턴의 반복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개별 기업의 대응 문제를 넘어 정부가 토지를 장악하고 정책적 판단에 따라 비용을 가변적으로 부과하는 체제의 한계로 지목된다. 결과적으로 롯데의 철수는 베스남식 성장 모델의 구조적 위험이 현실로 나타난 하나의 사례에 불과한 셈이다.

Picture

Member for

10 months 2 weeks
Real name
안현정
Position
연구원
Bio
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