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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토류 쥔 중국 수출 제한에 가격 급등, 미국 맞불로 공급망 충격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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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months 2 wee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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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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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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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전반 비용 압박 요인으로 부각
미국은 희토류 비축 정책 강화로 맞대응
공급망 다변화 및 국제 협력 필요성 대두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와 미국의 비축 확대 및 수출 제한 정책이 동시 작동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불안 또한 심화하는 모습이다. 디스프로슘과 테르븀 등 핵심 원소 가격은 2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고, 미국 MP머티리얼즈의 대중 수출 중단까지 겹치면서 네오디뮴 가격도 치솟았다. 이에 한국과 유럽의 제조업계는 생산 차질과 비용 부담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으며, 전기차·방산·재생에너지 등 전방 산업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하는 형국이다.

가격 급등의 역설, 시장 ‘울고’ 기업 ‘웃고’

24일(이하 현지시각) 영국 상품·에너지 가격조사기관인 아르구스미디어에 따르면 디스프로슘은 지난 18일 기준 유럽에서 ㎏당 840달러(약 117만원)에 거래됐다. 디스프로슘은 전기차 구동용 네오디뮴(NdFeB) 자석의 핵심 합금 원소로, 올해 초와 비교해 가격이 3배가량 뛰었다. 디스프로슘과 함께 수출 통제 품목으로 지정된 테르븀 역시 유럽 내 거래 가격이 ㎏당 3,600달러(약 505만원)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를 두고 아르구스미디어는 “희토류 가격이 일제히 치솟으면서 관련 산업 전반에 부담이 확대되는 모양새”라고 진단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올해 4월부터 사마륨, 디스프로슘, 가돌리늄 등 7개 핵심 광물에 대해 수출 통제를 단행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희토류 매장국으로, 전 세계 공급의 약 70%를 차지한다. 이런 지위를 지렛대로 삼아 희토류를 전략 자산화하는 중국의 정책은 미국과의 무역 갈등에서 협상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통제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풍력발전, 군수산업 등 첨단 제조업에 필수적인 소재들이 일제히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산업계 역시 공급 차질과 비용 상승 압박에 직면했다.

반면 중국 내 희토류 기업들은 단기적인 수익 개선을 경험했다. 중국희토그룹 산하의 중국희토그룹자원과기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2% 늘었고, 순손실에서 3억 위안(약 590억원) 이상의 순이익으로 전환했다. 또 북방희토그룹하이테크는 같은 기간 순이익이 20배 넘게 급증했다. 수출 제한 조치가 가격을 끌어올리면서 기업 실적과 주가가 동반 상승하는 효과를 본 것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러한 실적 호조가 외부 정책 변수에 크게 좌우된 결과라는 점을 주목했다. 향후 정책 방향이 바뀌거나 수요가 둔화하면, 이 같은 호조는 급격히 꺾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미·중 동시 수출 통제로 시장 충격 확대

이 같은 업계의 관측에도 중국의 수출 통제가 촉발한 희토류 가격 급등세는 미국의 맞불 조치로 한층 더 격화하는 모습이다. 현재 미국은 희토류를 전략 물자로 규정하며 비축 확대와 수출 제한을 동시에 추진 중이다. 특히 유일한 자국 희토류 광산 업체인 MP머티리얼즈가 중국으로의 수출을 중단하면서 공급 차질을 부추겼다. 로이터통신에 의하면 경희토류인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 합성물(NdPr) 가격은 7월 초 ㎏당 63달러(약 8만3,000원) 8월 이후 88달러(약 11만6,000원)로 40%가량 급등했다. 이는 2023년 하반기 이후 2년 만의 최고치다. 

이러한 흐름은 특정 기업이 주도하는 것을 넘어 정부 차원의 지원과 맞물린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 7월 MP머티리얼즈와 협정을 맺고 자국에서 정련된 NdPr을 시장가의 두 배에 달하는 ㎏당 110달러(약15만4,000원)에 10년간 장기 매입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가 특정 광물의 최저 가격을 보장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정부가 직접 가격 방어선 역할을 자처할 정도로 미국이 희토류 공급망 독립에 사활을 걸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현실적으로 미국의 생산 기반은 아직 취약한 실정이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미국은 2024년 기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약 12%를 차지했으며, 이마저도 정제와 가공 단계는 대부분 중국에 의존했다. 희토류 공급 격차 해소에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캘리포니아 마운틴패스 광산 역시 채굴한 정광 상당 부분을 중국으로 보내 정련하고, 재수입하는 과정을 거쳐 왔다. 이런 상황에서 MP머티리얼즈의 대중 수출 중단은 중국 내 생산 공정에 직접적인 공백을 만들었고, 동시에 세계 시장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결과적으로 미국과 중국이 동시에 수출 제한을 강화하면서 세계 희토류 시장은 복합적인 압력에 직면했다. 중국은 4월에 이어 7월에도 희토류 채굴·정제 총량 규제를 강화하고 수입 원광까지 쿼터 관리 대상으로 포함시켜 시장 불확실성을 키웠다. 그러는 사이 미국은 자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을 내세우며 보조금과 군수 계약을 통해 가격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처럼 두 강대국의 정책이 치열하게 맞부딪히며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은 더욱 거세지는 양상이며, 자동차와 전자, 방위산업 전반에서 원가 압박 또한 심화하는 형국이다. 

방산·자동차 등 전방 산업 연쇄적 타격 가능성

이에 글로벌 제조업계는 직접적인 타격을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유럽 기업들은 중국 당국의 수출 허가 지연과 까다로운 절차로 인해 공장 가동 차질이 현실화했단 전언이다. 중국 주재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에 따르면 4월 규제 시행 이후 회원사들이 제출한 140건 이상의 수출 라이선스 신청 가운데 4분의 1만이 승인됐다. 옌스 에스켈룬드 중국 주재 EU 상공회의소 회장은 “중국의 수출 통제 조처 이후 많은 외국 기업이 공장에서 필요한 희토류를 제때 공급하지 못해 생산 중단, 연쇄 출하 지연에 직면했다”며 “이러한 병목 현상으로 일부 기업은 공장 폐쇄 위기에 놓인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산업계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군수 전용 의심 품목에 대해 일회용 면허제를 도입하고, 최종 목적지·사용처 증명까지 요구하는 등 규제를 한층 강화했다. 여기에 합금·부품까지 심사 범위를 확대해 ‘군사 목적 사용 불가’를 증명하지 못하면 아예 수출길이 막히는 사례도 증가했다. EU는 전체 희토류 수입의 약 절반을 중국에 의존하는데,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당장 3분기 내 대규모 공급 부족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 첨단 제조산업의 중국산 희토류·자석류 공급 비중이 최대 70%에 달한다.

한국 제조업도 불확실성에 직면하긴 마찬가지다. 중국 해관총서의 집계에서 올해 6월 7,742톤(t)이던 희토류 수출량은 8월 5,791톤으로 두 달 만에 25% 줄었다. 이는 국내 방산업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레이더, 유도무기, 항공전자 장비 등에 중희토류가 필수적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해외 대규모 계약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원료 수급 차질은 납기 지연으로 이어지고, 종국엔 산업 신뢰도에 흠집을 낸다. 자동차 산업 역시 전기차 모터와 전장부품에 필요한 희토류 확보가 어려워지면, 신차 출시와 가격 경쟁력에 직접적인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자 기업들은 해외 광산업체와의 장기 계약 체결, 베트남·호주 등 대체 공급원과의 협력 등을 검토하는 추세다. 그러나 중국이 채굴부터 정제, 가공까지 전체 공급망을 사실상 독점한 상황에서 개별 기업 차원의 대응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에 산업계에선 최소 6개월치 전략 비축 확대와 해외 자원 협력 네트워크 구축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이 시급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희토류 관련 중국 의존도를 낮추지 못한다면, 가격 급등과 납기 지연은 불가피하다”며 “국가 차원의 전략적 비축과 외교적 협력이 뒷받침돼야 제조업 경쟁력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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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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