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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서 '자사주 보유량' 지적받은 롯데지주, 향후 당정發 압박 가중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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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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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지주, 저PBR·자사주 과다 보유로 국감 증인석에
당정, 3차 상법 개정안 통해 자사주 소각 의무화 추진
오너 이익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자사주, 이대로 괜찮나
롯데월드타워 전경/사진=롯데물산

롯데지주가 자사주 보유 문제와 관련해 국정감사 증인석에 섰다. 수년 전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손에 넣은 자사주를 처분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문제로 지목된 것이다. 최근 들어 당정이 자사주 소각 관련 법안 제정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향후 롯데지주를 향한 정계의 압박은 한층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지주 국감 출석

14일 재계에 따르면 고정욱 롯데지주 사장은 전날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고 사장은 저PBR(주가순자산비율) 문제와 자사주 과다 보유 논란에 대한 질의를 받았다. 롯데지주의 PBR은 지난 6월 기준 약 0.35배 수준에 그쳤다. PBR은 기업의 주가가 순자산 대비 얼마나 낮은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1배 미만일 시 보유 자산을 모두 처분하고 사업을 접을 때보다 현재 주가가 더 싸다는 의미로 풀이한다.

고 사장은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저PBR의 원인을 묻자 “롯데지주는 계열사 주식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데, 계열사 실적이 좋지 않아 주가가 하락하고 시총이 빠지면서 롯데지주 시총도 같이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 의원은 “최근 부동산 자산 재평가를 실시하면서 부채비율에도 변화가 생겼는데 이를 고려하면 실제 PBR은 더 낮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며 “자사주 소각에 대한 의견은 무엇이냐”고 질의했다. 그러자 고 사장은 “취득한 자사주에 대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소각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기존 보유 자사주에 대해서는 왜 취득했는지와 방법 등을 살펴본 뒤 일정 시간 뒤 소각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현재 롯데지주의 자사주 보유 비중은 27.5%로 국내 50대 그룹사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한다. 지난 6월 롯데물산에 5%(524만5,000주·1,448억원)를 처분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이는 지난 2017년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자사주가 대거 발생한 결과다. 당시 롯데지주는 75만여 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기 위해 롯데쇼핑·롯데칠성음료·롯데푸드·롯데제과 등 4개 계열사를 인적 분할하고 투자 부문을 흡수 합병하는 방식으로 지주사를 출범했고, 이 과정에서 계열사가 보유한 자사주를 넘겨받았다.

李 "법 개정해 자사주 남용 막겠다"

롯데지주를 향한 자사주 소각 압박은 향후 한층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당정이 자사주 의무 소각 등의 방안을 포함한 3차 상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당정은 지난 7월 초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 확대, 3% 룰(감사위원 선출 시 대주주 의결권 3%까지만 인정) 등의 내용을 담은 1차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다음 달인 8월에는 감사위원 분리 선임과 일정 자산 규모 조건을 충족하는 상장사의 집중투표제 도입 의무화를 담은 2차 개정안을 처리했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배당이 더 많이 이뤄지게 하거나 자사주를 취득해 경영권 방어를 위해 남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3차 상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저평가된 국내 주식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코스피 5000'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여권은 자사주를 소각하면 유통 주식 수가 줄어 주당순이익(EPS)이 높아지고, 높아진 주당 순이익이 주가 상승과 주주 가치 제고를 견인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해당 법안이 실제 시행될 시 강제 소각될 자사주는 수십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성윤희 한국상장회사협의회 경제조사팀 차장은 최근 '상장기업 자기주식 운용 실태와 제도 변화의 영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연간 소각 추정액과 임직원 보상의 처분 추정액을 반영해 보수적으로 추정한 자기주식 강제 소각 규모는 71조7,000억원 수준"이라며 "지난해 국내 연구개발(R&D) 투자 상위 1,000곳 기업 투자액의 86%에 달하는 규모"라고 분석했다.

韓 산업계의 자사주 오용

다만 시장에서는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것보다 기업 오너가 자사주를 사적 이익 실현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재계에서는 자사주가 오너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쓰이거나, 차익 실현 목적의 매물로 전락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일부 기업은 자사주를 적대적 인수합병(M&A)의 방어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실제 외국 자본의 적대적 경영권 인수 시도에 자사주가 방어 수단으로 활용된 전례도 있다. 2003년 외국계 펀드 소버린자산운용은 SK 지분을 14.99%까지 보유하며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대표이사 해임을 요구했다. 당시 최 회장 일가 지분은 0.8%에 불과해 사실상 경영권이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때 최 회장은 SK가 보유 중이던 자사주 5.5%를 하나은행에 매각해 의결권을 부활시켰고 하나은행, SK, 계열사 등 친(親) SK 세력의 표를 결집해 주주총회에서 승리했다. 소버린은 결국 2005년 SK 지분을 매각하고 철수했다. 

문제는 이 같은 관행이 일반 주주들의 권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시장 전문가는 "오너 가문도 결국은 주주"라며 "주주가 회사 돈으로 자신의 경영권을 방어한다는 것이 과연 옳은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 기업은 자사주를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현금처럼 생각하기도 하는데, 이 역시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라며 "이 같은 방식으로 활용되는 자사주는 언제 시장에 쏟아져 나와 주가를 떨어뜨릴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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