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기후 ‘재난 위험’과 ‘전환 위험’을 별도로 봐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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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 갈수록 ‘최악 수준 경신’ 재난 및 전환 위험 ‘통합 관리’가 피해 키워 시장 및 기업 입장에서는 ‘별도 위험’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작년은 글로벌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pre-industrial) 수준 대비 섭씨 1.5도를 지속적으로 넘은 첫해로 기록됐다. 이로 인한 재난 피해액이 3,200억 달러(약 459조원)에 이르는데, 보험 적용을 받은 규모는 1,400억 달러(약 201조원)밖에 되지 않는다. 기후 변화는 미래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일깨우는 숫자다.

지구 온난화, ‘닥쳐온 현실’
여기서 정책 당국은 물론 대학과 경영대학원이 간과하는 사실은 기업 차원에서 보면 기후 관련 위험이 재난 위험(physical climate risk)과 전환 위험(transition climate risk)으로 명확히 나뉜다는 점이다. 둘을 묶어 취급하면 부정확한 위험 관리와 잘못된 투자 및 정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재난 위험은 기후 및 환경 변화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로 폭염, 홍수, 폭풍우, 산불, 가뭄 등을 포함하는데, 모두 인프라와 공급망, 기업 운영에 영향을 준다. 반면 전환 위험은 저탄소 경제로의 이행 과정에서 새로운 정책과 탄소 가격제, 기술 및 소비자 수요의 변화 때문에 발생한다.

주: 온실가스 배출(위험), 홍수(위험), 태양광발전(가능성), 폭염(위험)
재난 위험과 전환 위험, ‘별도 분석해야’
따라서 재난 위험은 지리적 조건과 이상 기후 노출 여부에 달려 있고, 전환 위험은 정책과 시장 구조의 영향을 전적으로 받는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서늘한 내륙에 자리 잡은 철강 공장은 탄소 가격의 영향을 심하게 받지만 기후 위험은 크지 않다. 반면 범람원에 있는 데이터센터는 규제 영향은 적지만 이상 기후에 노출된 것으로 보는 게 맞다. 그런데 30개 국가에 걸쳐 70,000개의 기업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 따르면 기업 차원에서는 재난 위험과 전환 위험 간 연관 관계가 거의 없다.

주: 냉방 필요 지수(cdd), 홍수 위험(floodRisk), 태양광발전 가능성(photovoltaicPotential), co2eqKg(온실가스 배출: 이산화탄소 1kg) / * 우상단 숫자와 좌하단 그래프는 변수 간 상관관계, 대각선 칸의 그래프는 변수들의 분포를 나타냄
시장은 이미 해당 차이를 반영하고 있다. 유럽의 연구에 따르면 재난 위험과 전환 위험에 따른 리스크 프리미엄(risk premium)은 독립적으로 움직인다. 즉 심각한 기후 위험에 노출된 시기에는 재난 위험 프리미엄이 오르고, 기후 정책이 강화되거나 연료 가격이 오르면 전환 위험이 우세해진다. 투자자들이 두 가지 위험을 별도로 취급하고 있다는 말이다.
시장과 기업은 양자 차이 ‘이미 반영’
기후 정책의 현실을 보면 더 명확해진다. 작년의 경우 글로벌 배출량의 24%만이 탄소 가격제의 적용을 받았다. 정책 집행 자체가 고르지 못한 데다 산업별 적용도 들쭉날쭉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이 탄소 시장을 중공업에까지 확대했지만, 글로벌 운송 산업은 2027년까지 탄소 가격을 적용받지 않는다. 게다가 폭염, 홍수, 폭풍우 등의 재난 위험은 기후 패턴을 따르지 정책이 집행되는 국경과 아무 상관이 없다.
기업 입장에서 이를 분석하면 재난 위험은 위치와 상관이 있고, 전환 위험은 정책 및 수익성과 관련이 있다. 회사가 해안선을 움직일 수는 없지만 생산 공정과 에너지원은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보험과 규제도 복잡성을 더한다. 기후 관련 보험 비용이 오르면서 취약 지역에 위치한 기업은 재난 위험이 크게 높아졌다. 반면 고르지 못한 규제와 불확실한 탄소 가격 때문에 전환 위험은 감당 가능하거나 미뤄도 될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탄소 감축과 기후 적응 계획을 동시에 요구하는 유럽의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 CSRD)도 일관성이 떨어진다. 규모에 따라 기한과 기준은 물론 예산 규모도 다르기 때문에 다수의 기업이 재난 위험을 별도로 떼서 관리하려고 한다.
탈탄소화와 기후 적응 ‘동시에 가르쳐야’
따라서 대학이든 경영대학원이든 두 가지 기후 위험을 모두 가르침으로써 ‘기후 위험 지수’(climate risk score) 하나면 충분하다는 고정관념을 바꿔 줄 필요가 있다. 탄소 회계(emission accounting)와 기후 적응 계획(adaptation planning)을 모두 알아야 기업에서 제대로 일할 수 있다.
정책 당국도 마찬가지다. 대학교 탈탄소화 프로젝트를 지원한다면 홍수 예방과 폭염 관리, 산불 대비 등의 자구책을 보조금 산정에 반영하는 것이 좋다. 지역 대학은 기후 위험 산정 과목을 단기로 편성해 재난 위험과 전환 위험을 구분할 줄 아는 기술자와 분석가를 길러낼 필요가 있다.
글로벌 규모로 보면 재난 위험과 전환 위험을 하나로 보는 게 맞다는 의견도 있다. 지구 온난화가 규제를 강화하고, 규제가 탄소배출에 영향을 미친다는 논리다. 하지만 중기 계획을 수립하는 기업들 차원에서 보면 양자 간 관계는 독립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제는 지나친 단순화를 끝내고 탈탄소화와 기후 적응을 동시에 다룰 줄 아는 세대를 키워낼 때가 됐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Physical vs Transition Climate Risk is Distinct, and Our Curricula Need to Catch Up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