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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잇따르는 K푸드, ‘글로벌 생존전’ 앞두고 투자 자금의 향방 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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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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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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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식품 3년 사이 7배 차익 목전에
‘K소스’ 둘러싼 인수전도 뜨거워
인수 후 승패 갈림길은 세계 진출
6월 10일~13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식품산업대전'에 참가한 엄지식품 부스/사진=엄지식품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 식품·외식(F&B) 매물들이 쏟아지고 있다. 엄지식품을 비롯해 광천김, 본촌 등 주요 브랜드들이 새 주인을 찾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관심은 단순한 수익성이 아닌 글로벌 확장성으로 이동했다. 특히 미국과 유럽 등 대형 시장 진입 전략이 기업 가치의 핵심 지표로 부상하면서 사모펀드(PEF) 자본이 투입된 식품사들의 생존 구도 또한 달라지는 형국이다. 일시적 유행이 아닌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 설계’가 K푸드 산업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간편식 성장세 이후 F&B 매물 급증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엄지식품의 최대주주인 PEF 운용사 UCK는 최근 매각주관사로 삼정KPMG를 선정하고, 주요 인수 후보에게 투자안내서(티저레터)를 배포하며 매각 절차에 착수했다. UCK는 2022년 300억원에 엄지식품 지분 70%를 인수한 이후 사업 다각화와 수익성 개선을 병행해 왔다. 지난해 말 기준 UCK의 지분율은 83.07%로, 현재 예상 매각가는 2,000억원 중반 수준으로 거론된다. 이 같은 예측이 현실화하면, UCK는 약 3년 만에 투자금의 7배에 달하는 자금을 회수할 수 있게 된다. 

엄지식품 외에도 국내 M&A 시장에는 F&B 매물 자체가 눈에 띄게 증가한 상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내식 트렌드가 자리 잡고, 여기에 외식업 불황까지 겹치며 가정 간편식과 프랜차이즈 중심의 브랜드들이 빠르게 성장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시장 포화 또한 가속했고, 한때 성장세를 거듭하던 중견 식품사와 PEF 포트폴리오 기업들이 엑시트(투자금 회수) 시점을 맞이해 매각 시장에 쏟아진 것이다. 현재 시장에선 육류 프랜차이즈 명륜진사갈비, 조미김 업체 성경식품과 광천김, VIG파트너스가 보유한 치킨 프랜차이즈 본촌 등은 새 주인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다만 원매자군은 전략적 투자자(SI)보다는 재무적 투자자(FI)에 치우친 양상이다. 대기업 식품사들은 이미 자체 브랜드 라인업을 보유한 만큼 신규 인수보다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하는 분위기다. 반면 PEF 운용사들은 K-푸드의 확장성과 글로벌 유통망 확보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F&B 매물은 숫자보다 스토리가 중요하다”면서 “최근 시장에선 ‘해외에서 얼마나 통할 브랜드인가’가 밸류에이션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이는 곧 글로벌 진출 가능성을 입증한 기업만이 시장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맛의 정체성 좌우하는 ‘소스 전쟁’ 열려

F&B 매물 중에서도 가장 인기 매물로 꼽히는 건 단연 소스 기업이다. 이들 기업은 시장에 나오기가 무섭게 새 주인을 찾고 있다. 한식의 ‘맛’을 상징하는 소스류가 글로벌 식문화 확산의 관문으로 부상한 데 따른 결과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의하면 글로벌 소스 시장 규모는 2019년 450억 달러(약 63조8,000억원)에서 2023년 597억 달러(약 84조6,000억원) 수준으로 성장했으며, 오는 2028년에는 700억 달러(약 10조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해 국내 소스류 수출액 역시 3억9,976만 달러(약 5,667억8,000만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바 있다. 

식품 대기업들은 이런 흐름을 놓치지 않고 공격적으로 M&A에 나섰다. 삼양식품의 모회사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지난 7월 소스 전문기업 지앤에프를 약 600억원에 인수했다. 지앤에프는 농심, 오뚜기, 풀무원 등에 제품을 납품하며 라면 스프와 분말소스 분야에 특화된 회사로 평가된다. 삼양라운드는 해당 업체 인수 후 사명을 ‘삼양스파이스’로 바꾸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본격 착수했다. 다만 액상 ‘불닭볶음소스’ 등 일부 라인업은 여전히 타사에 의존하고 있어 완전한 내재화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 또한 제기된다. 

농심홀딩스도 비슷한 시기에 조미식품 제조업체 세우를 1,000억원에 인수하며 내재화 전략에 시동을 걸었다. 농심은 이번 인수로 간장과 된장, 고추장 등 전통 장류부터 자사의 라면에 들어가는 스프까지 모두 아우르는 원료 공급망을 구축했다. 기존 라면 중심의 사업 구조에 소스 제조를 결합해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원가 절감을 통한 수익성 개선을 노리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LF 역시 지난 8월 소스 제조업체 엠지푸드솔루션을 500억원에 인수하며 식품사업 확장을 본격화했다. 엠지푸드는 한식·양식·중식 소스를 기업 간 거래(B2B) 형태로 납품하는 회사로, 이번 인수를 통해 LF푸드는 제조부터 외식 유통까지 직접 관리가 가능해졌다 이 같은 품질 관리와 원가 절감을 병행해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고, 향후 해외 시장까지 진출한다는 구상이다. LF 관계자는 “소스는 현지 식문화에 가장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제품”이라며 “K푸드의 확장성은 이제 소스에서 결정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글로벌 진출 전략이 기업 가치 향방 좌우

시장의 관심은 이들 기업이 미국과 유럽 등 대규모 시장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뚫어낼 수 있느냐로 쏠린다. K콘텐츠 열풍을 타고 K푸드가 글로벌 트렌드로 부상했지만, 단순한 수출 확대만으로는 성장 한계 또한 불가피하단 판단에서다. 이 같은 관점에서 기업 가치의 향방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는 해외 유통망 확보와 브랜드 포트폴리오 재편, 그리고 무엇보다 ‘현지화 전략’이 꼽힌다. 특히 PEF 자본이 집중적으로 투입된 기업일수록 업종의 경우, 엑시트 시점 전까지 글로벌 시장에 안착하는 게 생존 문제와도 직결된다. 

이러한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사조그룹이다. 사조그룹은 지난해 식자재 유통기업 푸디스트와 전분당 추출 기업 인그리디언코리아(현 사조CPK)를 포함해 8,000억원 규모의 M&A을 마무리한 데 이어 올해는 5,000억원 수준의 해외 소스 기업 인수를 타진 중이다. 북미·동남아 시장을 동시에 공략해 K푸드를 현지화하고, 자체 생산·유통망을 구축하려는 전략이다. 이 같은 적극적 행보는 단순한 외형 확장을 넘어 안정적 공급망 확보와 현지 소비 패턴 내재화라는 이중 목적을 지닌다.

PEF 운용사들의 움직임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2020년대 들어 PEF들은 냉동식품, 간편식, 프랜차이즈 등 F&B 산업 전반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국내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투자 회수의 돌파구는 해외로 옮겨가고 있다. 미국·일본·유럽을 중심으로 현지 기업과의 합작 또는 브랜드 인수를 통해 수익구조를 다각화하는 식이다. 한 중견 식품업체 임원은 “최근 업계 분위기는 얼마나 빨리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식 맛’을 현지화할 수 있느냐의 경쟁”이라며 “해외 유통망과 물류, 브랜드 경험을 동시에 확보한 기업만이 가치를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업계는 향후 2~3년이 F&B 산업의 재편기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K푸드의 인기가 일정 기간 지속되더라도 세계 시장에 맞춘 포트폴리오 전환과 브랜드 정체성 확립이 뒤따르지 않으면 기업 가치는 급격히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국내 F&B 산업은 확장 단계를 넘어 ‘지속 가능한 구조 설계’의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대기업과 PEF 모두 단기 투자금 회수보다 장기적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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