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은 우리 손에” 중국, 5개년 계획에 ‘식량 안보’ 전면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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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 속 식량 공급망 불안 확대
기후 변화가 바꾼 중국 농업 지도
기술 기반 식량 산업으로 전환 시도

중국이 제15차 5개년 계획에서 ‘식량 안보’를 최우선 국가 전략으로 재정의하고 나섰다. 미·중 무역 긴장과 기후 리스크가 겹치며 15억 인구의 식탁을 지키는 일이 경제 안보를 넘어 체제 안정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이를 위해 곡물 자급률 제고, 대두 수입선 다변화, 경작지 확충 등 전통적 수단이 다시 강화되는 형국이다. 여기에 기후 대응형 농업 기술과 푸드테크 투자도 보조 축으로 병행되면서 중국식 식량 체계의 대전환 또한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생산·유통·비축’ 3단계 전략 추진
16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제15차 5개년 계획 초안을 준비하며 식량 안보를 핵심 기조로 다시 내세울 전망이다. 중국은 현행 14차 계획에서 식량을 에너지·금융과 함께 경제 안보의 3대 축으로 격상하며 “밥그릇을 스스로 쥔다”는 원칙을 전면에 내세운 바 있는데, 이 같은 조치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대두·옥수수·식용유 등 전략 품목의 대외 의존이 높은 구조에 공급선의 변동성 확대가 한꺼번에 겹친 결과다. 정펑톈 인민대학 교수는 “글로벌 곡물 흐름은 사실상 미국과 동맹 축으로 정렬된 상태”라고 진단하며 “중국의 식량 자급 상실은 곧 정치 리스크로 직결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 같은 수급 불안정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중국 해관총서에 의하면 올해 1~9월 대두 수입량은 8,618만 톤(t)으로 전년 대비 5.3% 증가했다. 중국은 미국과의 통상 갈등 장기화 국면에서 미국산 대두 수입 비중을 줄이는 대신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남미로 수입선을 넓혔지만, 교역 상대국의 정책 변화와 물류 변수에 흔들리는 취약점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중국 당국은 이러한 취약점을 해소하기 자국 생산력 확대와 기술 비축이라는 이중 안전판을 정책 설계의 전면에 배치했다.
동시에 생산 기반 재정비도 병행한다. 중국 천연자원부는 지난해 말 기준 자국 경작지 면적을 1억2,900만 헥타르(ha, 1ha=10,000㎡)로 집계하며 2020년 대비 1.46% 확대됐다고 발표했다. 농업 기계화율은 75%를 넘어섰고, 최근 5년간 연간 곡물 생산량은 6억5,000만 t 상단을 유지한 채 지난해 7억 t을 처음 돌파했다. 이러한 흐름은 중국이 토지와 설비, 운영 효율을 아우르는 농업의 ‘기초 체력’부터 다시 끌어올린 데 따른 변화다.
기술 분야에선 “새로운 농업 생산성”이라는 구호 아래 인공지능(AI)과 유전자 편집, 합성생물학을 결합한 생산성 패러다임이 제시된다. 화중농업대 옌젠빙 총장은 “옥수수 단백질 함량을 1%p 끌어올리면, 사료용 해외 대두 수요는 최대 800만 t 감소한다”면서 “고단백 옥수수, 스마트팜·드론 농업, 유통·비축의 데이터 기반 관리까지 하나의 체계로 묶어 ‘생산–유통–비축’ 삼각을 조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볼 때, 중국의 식량안보는 단순 증산을 넘어 대외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자급 구조를 구축하는 데 그 핵심이 있다.

주요 곡창지대 생산량 급감
이런 기조는 이미 기후 변화로 손실된 농경지가 상당한 데다, 앞으로 손실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베이징사범대학 가오페이차오 교수 연구팀은 올해 초 발표한 논문에서 2100년까지 중국 농경지의 35%가 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특히 쓰촨 분지와 북부·북동부 평원 등 핵심 곡창지대는 이미 염류화·사막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며, 일부 지역은 작물 재배가 불가능한 수준에 근접하며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연구진은 기후변화와 토지이용 변화를 시뮬레이션하는 ‘CLUMondo’ 모델을 활용해 농지의 변동을 추적했다. 해당 연구에서는 산업화 이전보다 평균 기온이 1.5도만 상승해도 고밀도 농경지가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농경지의 상당 부분이 숲·습지로 전환되면서 식량 생산 기반 자체가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는 중국이 남부 해안 지역은 홍수·염해로, 북부 지역은 가뭄·온난화로 생산성이 동시에 떨어지는 ‘이중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중국 정부는 약 1억2,000만 ha의 농지를 유지하는 ‘레드라인’ 제도를 고수하고 있으나, 이번 연구는 그 정책의 실효성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경고로 읽힌다. 농업 기술 혁신과 품종 전환, 대체 단백질·합성식품 개발 같은 새로운 대응이 병행되지 않으면, 생산 기반은 구조적으로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식량 안보를 국가 생존 전략으로 끌어올린 15차 5개년 계획의 배경에도 바로 이러한 현실 인식이 자리한다.
대체 단백질 등 신산업에 투자 확대
중국이 세계 최대 수준의 방대한 농지를 보유하고도 ‘푸드테크’로 눈을 돌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후변화가 더 이상 전통적 농업의 회복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중국은 식량 안보와 탄소 감축을 통합한 ‘이중탄소+식량안보’ 전략을 추진하며 ‘더 큰 식량(Greater Food)’ 구상을 내세웠다. 이는 식량 공급 구조를 토지·수자원·기술 혁신이라는 생태적 수용력 안에서 재편하려는 시도로 △온실가스 감축 △식량안보 강화 △산업성장 촉진의 3중 효과를 겨냥한다.
구체적으로 중국은 대체 단백질과 배양육, 식물성 식품 산업에 자본을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2022년에는 ‘식물 기반 식단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육류 의존도를 줄이고, 녹색바이오제조(Green Bio-Manufacturing)를 차세대 식품산업의 핵심 축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그 결과 수십 개 스타트업이 대규모 투자를 줄줄이 유치하며 배양육·식물성 대체식품 생산설비를 확대했다. 15억 명에 육박하는 중국 인구 중 일부만 저탄소 단백질로 전환해도 환경적·경제적 효과는 막대하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이와 더불어 중국은 식량 손실·폐기 감축을 ‘보이지 않는 생산성 확대’로 간주했다. 중국농업과학원 보고서에 의하면 주요 곡물 생산량의 20.7%가 유통 단계에서 손실되며, 이를 8%p만 줄여도 연간 5,500만 t의 식량을 회수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중국 정부는 콜드체인(저온유통) 시스템 확충과 블록체인 기반 이력 추적 기술을 도입해 낭비를 최소화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친환경 포장과 온도 조절형 배송 인프라를 확대해 식품 유통 효율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글로벌 공급망 차원에서도 ‘지속가능한 식량경제’ 전환을 시도 중이다. 브라질과 협력해 2020년 이후 삼림전환 없는 ‘무삼림파괴 인증 대두’ 150만 t을 수입하기로 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다만 팜오일 등 다만 팜오일 등 산림자원 기반 작물 분야에서는 인증체계 미비와 소규모 생산자의 참여 한계로 과제가 남은 상태다. 이런 흐름 속에서 중국은 ‘기후 회복력 있는 식탁’을 새로운 국가 전략의 상징으로 제시하며 토지 중심 농업에서 기술 중심 식량 경제로의 전환을 가속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