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갈등 불똥 유럽에 튀었다" 넥스페리아 수출 통제 나선 中, 글로벌 車업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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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정부, 넥스페리아 中 CEO 끌어내리고 본격 개입 이어지는 美 수출 규제 압박에 두 손 들었나 반발하며 수출 통제 나선 中, 車 공급망 충격 휩싸여

유럽 자동차업계가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기술 패권 전쟁에 휘말렸다.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이 소유한 네덜란드 반도체 회사 넥스페리아(Nexperia)의 수출을 전격 통제한 가운데, 폭스바겐을 비롯한 유럽 대표 완성차 기업들의 생산라인이 멈춰 설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中 소유 넥스페리아 장악한 네덜란드
16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12일 일요일 저녁 네덜란드 정부는 '상품가용성법(Goods Availability Act)'을 긴급 발동하고 네덜란드 소재 중국 소유의 반도체 제조 기업 넥스페리아의 중국인 최고경영자(CEO)를 강제 직권 해제시켰다. 상품가용성법은 네덜란드 정부가 비상 상황에 대비해 필수 물품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민간 기업에 개입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극히 이례적인 사례로 간주되는 이번 조치를 통해 네덜란드 정부는 사실상 넥스페리아를 전면 장악하게 됐다. 네덜란드 경제부 장관은 넥스페리아 이사회 결정의 실행을 막거나 뒤집을 수 있으며, 정부는 넥스페리아 및 그 자회사들의 자산과 지식재산권, 사업, 인력에 대한 통제권을 쥐게 된다. 통상적인 생산 활동은 유지될 전망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성명에서 “(넥스페리아에서) 심각한 지배 구조 결함과 기술 유출 우려가 확인됐다”며 “핵심 반도체 기술이 중국으로 이전될 경우 유럽 산업 전반의 공급 안정성이 무너질 수 있다”고 상품 가용성 법 발동의 배경을 설명했다. 금번 조치는 앞서 9월 30일 단행됐으나, 발표가 뒤늦게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美, 이전부터 CEO 교체 요구
시장에서는 네덜란드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 미국 정부의 위협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6월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은 네덜란드 외무부와의 회의에서 “미 상무부의 ‘수출규제명단’ 예외 자격을 얻으려면 넥스페리아 CEO가 교체돼야 하는 게 거의 확실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넥스페리아는 지난해 미 상무부 수출규제명단에 오른 중국 회사 윙테크가 소유 중이다. 이후 지난달 미국 정부는 수출규제 대상을 명단에 오른 기업의 자회사까지 확대했다. 네덜란드가 중국 자본으로 인해 미국으로부터 본격적인 압박을 받게 된 셈이다.
중국 측은 네덜란드의 행보에 즉시 반발하고 나섰다. 허융첸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의에 “중국은 네덜란드 측의 조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국가 안보라는 개념을 과도하게 확장해 행정 수단으로 기업 운영에 직접 개입하는 행위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조치는 시장 경제 원칙과 계약 정신에 명백히 어긋나는 것으로, 네덜란드의 비즈니스 환경을 심각하게 훼손하며 양국 모두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산 넥스페리아 부품 수출 차단
이에 더해 중국은 자국 내 넥스페리아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의 수출을 즉각 차단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인해 글로벌 자동차 공급망 자체가 뒤흔들린 것이다. 넥스페리아는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지 않지만, 자동차 산업의 필수 부품 공급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차량 한 대당 수백 개의 넥스페리아 칩이 탑재되며, 해당 칩은 스위치·조향 장치 등 기본 기능 제어에 쓰인다.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넥스페리아의 제품 공급이 멈춰 설 경우 한 달 내로 차량 생산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 우려한다. 유럽자동차제조업협회(ACEA)는 16일 자동차 제조업체들과 공급업체들이 지난주 넥스페리아로부터 칩 공급을 더는 보장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재 업계가 보유한 넥스페리아 칩 재고가 몇 주 안에 바닥날 수 있으며, 재고가 소진되면 생산 중단이 뒤따를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 미국의 주요 자동차 제조사를 대변하는 자동차혁신연합(AAI)도 신속한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존 보젤라 AAI 회장은 “자동차용 반도체 출하가 빠르게 재개되지 않으면 미국과 다른 많은 나라의 자동차 생산이 차질을 빚고 다른 산업에도 파급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