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테크] 중국 콘텐츠가 해외에서 ‘안 먹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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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콘텐츠 ‘해외 시장 부진’ 내수 시장 성장과 ‘극명한 대비’ ‘글로벌 취향’ 반영 및 ‘IP 전략’ 필요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올해 중국은 ‘글로벌 소프트 파워 지수’(Global Soft Power Index)에서 72.8점을 획득해 사상 처음으로 영국을 제치고 2위에 등극했다. 하지만 중국의 문화 상품에 대한 찬사가 선호도나 수익으로 연결되지는 않고 있다. 특히 역대 최고 기록을 써 내려가는 내수 시장에 비해 해외 시장에서의 부진은 여전하다.

중국, 소프트 파워 ‘세계 2위’ 등극
숫자부터 보자. 작년에 중국이 해외에 자국의 지식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 이하 IP)을 팔아 번 돈은 101억 달러(약 14조원) 정도인데, 해외 IP 구매에 들인 돈은 458억 달러(약 65조원)에 이른다. 중국의 영화와 TV 시리즈, 캐릭터는 전 세계의 주목도만큼 상업적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것이다.

주: IP 판매(좌측), IP 구매(우측)
반면 한국과 일본은 문화적 현상을 상업적 가치로 바꾸는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냈다. 작년 한국은 글로벌에서 통하는 K콘텐츠 모델을 통해 100억 달러(약 14조원)의 IP 수출을 기록했고 일본의 애니메이션 산업은 관련 상품 매출을 중심으로 2023년에 200억 달러(약 28조원)를 벌어들였다. 이는 예술적 성취도 필요하지만 문화 상품을 포장하고 현지화하며 판매하는 상업적 생태계가 더욱 중요함을 말해 준다.

주: 중국 게임 배급사 글로벌 매출(2023년)(좌측), IP 판매 수입(2024년)(우측)
영화제 수상과 상업적 성공은 ‘별개’
중국도 창의성 면에서 떨어지지는 않는다. ‘블랙 독’(Black Dog)이나 ‘방랑하는 지구’(The Wandering Earth), ‘너자’(Ne Zha) 등의 작품은 전 세계에서 충분한 주목을 받았다. 올해만 해도 멍 후오(Huo Meng) 감독과 배우 신즈레이(Xin Zhilei)가 베를린과 베니스에서 각각 수상한 바 있다. 하지만 영화제에서의 찬사가 상업적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해외 관객의 취향을 반영한 수출용 버전이 드물고 이는 중국의 소프트 파워가 추진력을 얻지 못하는 주요한 원인으로 파악된다.
한때 국가 이미지나 ‘가치에 대한 공감’으로 여겨졌던 소프트 파워는 점점 상업적 요소를 의미하고 있다. 중국의 소프트 파워에 대한 의견도 엇갈린다. 퓨 리서치(Pew Research) 조사는 25개국의 54%가 중국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브랜드 파이낸스(Brand Finance)는 영향력과 인지도에서 중국을 상위에 올려놓고 있다. 이 역시 소프트 파워가 단순한 명성이 아니라 문화적 공감을 실제적인 가치로 변환하는 역량에 있음을 강조한다.
‘글로벌 취향’ 반영해야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침체도 중국 문화산업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작년 글로벌 영화 개봉 시장이 300억 달러(약 43조원)로 축소하며 수익이 줄고 글로벌 흥행도 힘들어졌다. 하지만 중국의 게임 산업은 양상이 다르다. 2023년 중국 게임 배급사들이 글로벌에서 올린 수익은 163억 달러(약 23조원)로 글로벌 취향을 감안한 콘텐츠와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중국 IP도 해외에서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그렇다면 중국 콘텐츠 산업은 목표의 재설정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중국 정부는 단순한 제작 물량이 아니라 수출 실적을 보조금과 연결할 필요가 있다. 해외 스트리밍 및 관련 상품 매출, 해외 라이선싱 실적 등 측정 가능한 실적에 맞춰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 중국 창작자들도 해외 시장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위험 감수’가 필요하다. 정부는 해외 플랫폼 계약이 성사된 콘텐츠에 선급금을 지급해 지금보다 공정한 수익 배분을 이끌 필요가 있다. 중국 및 해외 창작자 간 교류 기회를 확대하는 것도 글로벌 취향을 반영한 콘텐츠의 제작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물론 중국이 이미 앞서나가는 장르에 집중할 필요는 있다. 모바일 액션 게임과 시안샤 로맨스(xianxia romance, 영웅과 신화적 요소를 배경으로 사랑 이야기를 담은 중국 판타지), 범죄 드라마 등이 그것이다. 해당 장르를 중심으로 애니메이션과 실사, 관련 상품을 넘나드는 ‘멀티미디어 프랜차이즈’(multimedia franchise)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편 해외 배급사들이 글로벌 취향을 반영해 콘텐츠를 수정할 수 있는 권리도 허용해야 한다. 해외 공동제작이 많지 않은 원인 중 하나는 결말과 전개 속도, 유머 등을 현지 관객에 맞춰 편집할 수 있는 권한이 글로벌 배급사에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IP 전략’이 관건
현재 중국 콘텐츠에 대한 비관적 전망은 정치 문제와 콘텐츠의 질, 중국 정부의 개입 등을 근거로 한다. 먼저 국제 사회에서 정치적 신뢰의 부족이 소프트 파워를 제약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문화적인 매력이 외교가 할 수 없는 성과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질적인 면에서도 중국의 창의력은 이미 세계 수준에 올라와 있어 중요한 문제는 지속성과 IP 전략이지 재능이 아니다. 한 번의 흥행에 만족하지 말고 장기적인 프랜차이즈와 캐릭터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국가의 역할은 한국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는 기업의 주도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조율과 자금 지원, 교육 훈련으로 해외 진출을 도왔다.
다시 말해 중국 콘텐츠의 미래는 찬사를 선호로 바꾸고, 선호를 다시 수익으로 만들어 내는 과업에 달려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From Volume to Voice: fixing the monetization gap in China's soft power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