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는 떠나고 자금은 AI로“ MS ‘엑스박스’, 사상 최대 규모 구조조정 단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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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사업 확장 전략 한계 노출 대규모 투자에도 매출 감소·콘솔 부진 MS 'AI 투자' 집중 속 엑스박스 대수술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게임 사업부 엑스박스(Xbox)가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수년간 대형 게임사를 잇달아 인수하고 게임패스를 앞세워 사업 확장을 추진했지만, 콘솔 판매 부진과 구독 서비스 성장 둔화로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수익성이 낮은 게임 사업의 구조조정 압박도 한층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임직원 3,200명 해고, 산하 개발사도 정리
8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샤 샤르마(Asha Sharma) 엑스박스 최고경영자(CEO)는 6일 사내 메모를 통해 내년 6월까지 약 3,200명을 감원하고 이 중 1,600명을 당일 해고한다고 공지했다. 이는 게임 사업부 전체의 20%에 해당한다. MS는 전사 차원에서 전체 인력의 약 2.1%인 4,800여 명을 감원하는데, 게임 사업부(3,200명)가 사실상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이다.
거센 칼바람이 들이닥친 id 소프트웨어는 인력의 절반가량이 줄었다. 엘더스크롤 온라인 개발팀도 최대 절반이 줄어 로드맵 조정이 불가피하다. 당초 폐쇄 후보에서 빠졌다고 알려졌던 옵시디언 역시 대규모 감원을 비켜가지 못했으며, 블리자드 직원들은 조직 개편이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통보받지 못한 채 대기 상태에 놓였다. 산하 스튜디오도 정리 대상이다. 컴펄션 게임스와 더블파인 프로덕션은 독립 회사로 전환되고 언데드 랩스와 닌자 시어리는 매각될 예정이다. 아케인 스튜디오 역시 매각이나 분사 등 전략적 선택지를 검토하기로 했다.
이번 개편은 샤르마 CEO 체제에서 이뤄지는 첫 대형 구조조정이다. MS는 지난 2월 샤르마를 MS 게이밍 CEO로 임명했고, 4월 23일부터 MS 게이밍 명칭을 엑스박스로 바꾸면서 그의 공식 직함도 엑스박스 CEO가 됐다. 샤르마 CEO는 미국 식료품 구매·배송대행 기업 인스타카트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소셜미디어(SNS) 기업 메타플랫폼스 부사장을 지낸 소비자 플랫폼 전문가다. MS는 그가 수십억 명 규모의 서비스와 개발자 생태계를 키운 경험을 바탕으로 게임 사업을 다음 성장 단계로 이끌 것으로 기대했으나, 취임 몇 달 만에 나온 메시지는 구조조정이었다. 샤르마 CEO는 엑스박스가 현재 구조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과 수익성을 만들기 어렵다고 보고 인력과 스튜디오 포트폴리오를 동시에 줄이는 선택을 했다.
구조조정은 곧바로 노동 현장의 반발로 이어졌다. 베데스다 게임 스튜디오 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이윤을 좇는 감원의 악순환은 언제 끝나느냐”고 성토했다. 미국 통신노조(CWA)는 2024년 이후 해고된 게임 노동자라면 조합원이 아니어도 지원받을 수 있는 긴급 기금을 출범했다. 프랭크 아르세 CWA 9지구 부대표는 "노조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엑스박스 노동자가 소모품처럼 취급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노조는 공통적으로 '상식적인 해고 보호 장치'를 요구했다. 감원 사전 고지, 외부 채용보다 내부 전환 기회를 우선 주기 위한 채용 동결, 그리고 최종적으로 영향을 받는 직원들을 위한 강한 수준의 퇴직 보상안이 여기에 포함됐다. 시장에서는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이후 노조의 조직화가 확대된 만큼, 향후 노사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5년간 200억 달러 투입에도 매출 뒷걸음
이번 사태는 2018년부터 이어진 인수 확장에 대한 청산 성격이 짙다. MS는 베데스다, 액티비전 블리자드 등 유명 개발사를 인수하며 게임 부문 확장에 수백억 달러를 투자했지만 플레이스테이션(PS), 닌텐도와 격차를 좁히는 데 실패했다. 엑스박스는 게임패스를 도입해 구독자를 대상으로 신작 플레이를 비롯한 각종 혜택을 제공하며 분위기 반전을 모색했지만, PS·닌텐도와 달리 콘솔 경쟁력이 뒤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코로나19 시기 급성장했던 콘솔 수요는 눈에 띄게 둔화했고, 여기에 온라인 게임 확산과 개발비 상승, 부품 가격 상승이 겹치면서 콘솔 게임 업계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AI 수요 확대가 반도체와 메모리 가격을 끌어올리면서 게임 하드웨어 제조 비용도 상승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엑스박스의 재무 부담도 심각하다. 샤르마 CEO는 지난달 10일 공식 블로그에 게재한 직원 대상 이메일에서 "액티비전 블리자드 킹을 제외하면 지난 5년 동안 콘텐츠, 플랫폼, 하드웨어 보조금에 대한 지속적 투자로 200억 달러(약 30조1,800억원) 이상을 썼지만, 그 기간 연매출은 거의 5억 달러(약 7,550억원) 줄었다"며 "앞으로 이런 상황은 계속될 수 없다"고 밝혔다. 성장을 위해 게임패스, 멀티 플랫폼, 포트폴리오 확장에 투자했으나 기대만큼의 성장 속도가 나오지 않아 핵심 사업이 약화됐다는 것이다.
MS의 2026 회계연도(2025년 7월부터 시작) 3분기 실적 자료에 따르면 게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 감소했다. 엑스박스 콘텐츠 및 서비스 매출은 5%, 하드웨어 매출은 33% 줄었다. 콘솔 판매 부진과 콘텐츠·서비스 성장 둔화가 동시에 나타난 셈이다. 실제 게임패스의 경우 구독료 인상과 대작 공급 부담이 겹치면서 성장 탄력이 갈수록 약해졌다. MS는 2024년(가입자 3,400만 명) 이후 가입자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가입자는 3,000만 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당초 목표치로 내세웠던 7,700만 명과 상당한 격차다.
콘텐츠 피로감 커진 엑스박스, AI 투자 확대 속 우선순위 밀려
여기엔 소비자의 취향 변화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숏폼과 같은 짧은 영상 콘텐츠를 비롯해 모바일 게임, 부분 유료화 온라인 게임이 이용자의 시간을 흡수하면서 콘솔 게임의 체류시간 경쟁은 한층 치열해졌다. 게다가 포트나이트·로블록스·마인크래프트처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는 서비스형 게임이 이용자 시간을 선점하면서, 고가 콘솔과 패키지 대작 중심의 전통적 소비 모델은 압박을 받고 있다.
콘텐츠 방향성의 변화도 브랜드 피로감을 키웠다. 핵심 이용자들은 고가의 콘솔을 구매하는 만큼 강렬한 캐릭터성, 압도적 비주얼, 명확한 장르적 쾌감을 기대한다. 하지만 최근 일부 서구권 게임 업계에서는 PC주의(정치적 올바름)와 같은 정체성 담론이 콘텐츠 완성도 논란과 뒤엉키며 소비자 반발을 키웠고, 엑스박스 역시 이러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엑스박스 구조조정은 MS 전체의 자본 배분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MS는 클라우드와 AI를 차세대 성장 축으로 삼고 막대한 인프라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회사는 2026 회계연도 3분기 실적에서 AI 사업 연간 매출 실행률이 370억 달러(약 55조8,600억원)를 넘어섰고, 전년 대비 123% 증가했다고 밝혔다. AI 투자는 MS의 성장 서사를 떠받치는 핵심 동력이지만, 동시에 내부 사업부에는 더 높은 수익성 기준을 요구한다. 데이터센터, 그래픽처리장치(GPU), 전력 인프라에 천문학적 자금이 들어가는 상황에서 게임 부문은 장기 투자 논리만으로 방어되기 어렵다. 엑스박스가 낮은 마진과 하드웨어 부진을 지속하면 AI 투자 경쟁 속에서 우선순위가 밀릴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