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운드리 부활” 선언 뒤엔 GAA, 70% 수율로 TSMC의 벽 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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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노스2600 양산으로 부활 신호탄
TSMC와 수율·단가 전쟁 본격화
전력 효율 높인 GAA로 2나노 ‘승부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부활을 선언한 삼성전자가 첨단 공정인 2㎚(나노미터·10억분의 1m) 수율 목표를 70%로 높여 잡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경쟁사인 대만 TSMC가 60~70%대 수율을 앞세운 고가 전략으로 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비교적 부담 없는 가격과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을 무기로 추격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최근 대통령실 회의에서 공개된 삼성전자의 ‘2나노 낙관론’도 이 같은 기술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란 해석이 우세한 가운데, 업계는 연말 수율 경쟁 결과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판도를 바꿀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나노 공정, 시장 신뢰 회복 시험대
23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최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및 장비업계 관계자와 학계 전문가들을 초청해 반도체 산업 현안 회의를 열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국내 기업의 애로사항과 대응 전략을 점검하기 위해 마련된 해당 회의에선 TSMC가 선도하는 세계 파운드리 시장을 두고 우리 기업들이 어떤 방식으로 추격전을 벌이고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 자리에서 송재혁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2나노 공정이 순조롭게 진척되고 있다”며 “세계 파운드리 1위 탈환이 머지않았다”는 자신감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대통령실이 직접 주최한 공식 회의 석상에서 ‘파운드리 부활’을 언급했다는 점은 삼성전자 내부적으로 상당한 자신감이 축적됐음을 방증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후 삼성전자는 연말까지 2나노 GAA 공정의 수율 목표를 기존 목표치인 50%에서 70%로 높여 잡았다.
당초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3나노 경쟁에서 TSMC에 밀리며 분기마다 조 단위 적자를 기록했지만, 올해 들어 대형 고객사 수주가 잇따르며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특히 테슬라로부터 수주한 165억 달러(약 23조원) 규모의 AI6 칩 계약과 자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2600’ 양산이 맞물리면서 적자폭 완화와 수율 개선이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노릴 수 있게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공개된 수율 70% 목표는 단순한 희망을 넘어 실제 생산라인에서 검증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엑시노스2600은 지난 9월부터 양산이 개시됐다. 초도 물량은 웨이퍼 1만5,000장 규모로 내년 출시 예정인 갤럭시 S26 시리즈에 탑재된다. 전작인 엑시노스2500이 플래그십 모델에서 제외됐던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복귀는 수율 개선에 대한 자신감을 입증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다만 탑재 비중은 전체 생산량의 약 30% 수준으로, 주로 국내 판매용 모델에 집중될 예정이다. 현재 삼성전자 파운드리 2나노 공정의 전체 수율은 30%대지만, AP 기준으로는 50% 수준까지 개선된 상태다. 다이 크기가 작아 동일 웨이퍼에서 양품 수율이 높아지는 구조적 이점을 살렸다는 분석이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삼성 파운드리 사업부는 TSMC에 시장 점유율을 내주며 기업 전체 수익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받아 왔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이번 2나노 공정이 시장 신뢰 회복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들어 테슬라, IBM, PFN 등 글로벌 기업 다수를 고객사로 맞으며 수주 포트폴리오를 확대한 만큼 삼성전자가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양산 경쟁에 뛰어들 것이란 관측에서다. 다만 GAA 공정의 세부 기술적 완성도는 아직 검증 단계에 있어 실제 대량 양산에서 70% 목표가 유지될지는 향후 성과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수율 목표 달성 시 가격 경쟁력·마진 급상승
경쟁사인 TSMC는 수율과 양산 안정성에서 삼성전자보다 한발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TSMC는 2나노 공정 초기 시험 생산에서 60% 이상 수율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연내 85% 달성을 목표로 잡았다. 여기에 최근에는 2나노 웨이퍼 단가를 장당 3만 달러(약 4,300만원) 수준으로 높이며 시장 기준선을 사실상 주도하고 나섰다. 반면 삼성전자는 2만 달러(약 2,800만원) 수준의 단가로 맞서는 상황이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삼성전자의 추격이 속도를 내면서 파운드리 시장의 2나노 세대 주도권 싸움은 ‘기술력 vs. 가격 전략’의 구도로 뚜렷하게 갈리는 형국이다.
TSMC의 단가 인상은 고객사들의 조달 전략에도 변화를 불러왔다. 웨이퍼 가격이 3만 달러로 뛰면서 퀄컴 ‘스냅드래곤 8 엘리트 Gen5’ 원가는 개당 약 280달러, 미디어텍 ‘디멘시티 9500’은 200달러 안팎으로 뛰었다. 이에 따라 퀄컴과 미디어텍은 생산비와 납기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삼성전자를 병행 파트너로 검토 중이다. 퀄컴은 2나노 샘플을 삼성 파운드리에 투입해 평가를 진행하고 있으며, 미디어텍도 2026년 출시 예정 칩의 생산 파트너를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이 같은 ‘듀얼 소싱’ 전략은 특정 파운드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양사의 경쟁을 통해 가격 협상력을 높이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그러는 사이 TSMC는 생산능력 확충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TSMC는 대만 가오슝 신공장에 1조5,000억 대만달러(약 485억 달러·67조원)를 투입하고, 미국 애리조나 공장 투자 규모도 1,650억 달러(약 234조원) 이상으로 확대했다. 이를 통해 향후 첨단 공정 칩의 30%를 미국에서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애플 차세대 A19와 M시리즈, 엔비디아 인공지능(AI) 가속기 루빈 울트라 등 대규모 수주도 일찌감치 확보한 상태타. 이처럼 수율 안정화와 대형 고객사의 장기계약이 맞물리면서 TSMC의 고가 정책은 단기 부담보다 ‘공급 안정성 프리미엄’으로 인식되고 있다.

기존 공정 대비 발열 감소·전력 효율 개선
삼성전자는 GAA 공정을 2나노 반격 카드로 내세웠다. 경쟁사가 수율과 생산 안정성으로 앞선 상황에서 새로운 트랜지스터 구조로 기술 격차를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GAA는 트랜지스터의 게이트가 전류가 흐르는 채널을 네 면에서 완전히 감싸는 방식으로, 기존 핀펫(FinFET)보다 전류 제어가 정밀하다는 특징이 있다. 채널을 360도 감싸 전류 누설을 줄이고, 전력 효율을 크게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구조를 자사 2나노 공정의 핵심 기술로 삼아 전력 효율과 발열 제어에서 경쟁사 대비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GAA의 등장은 초미세 공정이 5나노 이하로 진입하면서 기존 핀펫 구조가 한계에 부딪힌 데서 비롯됐다. 트랜지스터가 너무 작아지면 전류가 새어나가고, 스위칭 속도가 불안정해지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GAA는 이런 약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전류 제어 효율은 최대 30% 이상 개선되고, 동작 전압을 낮춰도 동일 성능을 낼 수 있다. 삼성전자는 해당 기술을 ‘멀티 브릿지 채널 FET’ 형태로 구현했다. 종이처럼 얇은 나노시트를 여러 겹 쌓아 게이트가 채널을 완전히 감싸는 구조다. 이 기술은 공정 미세화가 진행될수록 유리하며, 칩 설계의 자유도도 커진다. 덕분에 AI·고성능 컴퓨팅(HPC) 칩에서 더 높은 연산 효율을 확보할 수 있다.
나아가 GAA 구조는 AI 가속기, 자율주행 프로세서, 서버용 CPU 등 고성능 시장으로 확장 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발열이 적고 전력 효율이 높을수록 연산 밀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엑시노스2600은 GAA를 적용한 첫 양산 사례로, 해당 칩은 내부 테스트 결과 신경망처리장치(NPU) 성능이 이전 세대 대비 6배 이상 개선되고 GPU 성능도 최대 75% 향상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함께 발열 감소와 전력 효율 향상이 확인되면서 업계에서는 이를 기술 완성도의 신호로 보고 있다.
다만 높은 제조 난도와 장비 정밀도 등은 극복해야 할 과제로 지목된다. 공정이 복잡해질수록 생산 단가가 오르고, 초기 불량률도 증가하는 탓이다. 그럼에도 업계는 삼성전자의 GAA 전략을 승부수로 본다. 이미 3나노 공정에서 세계 최초로 GAA를 적용한 만큼, 2나노에서는 기술 성숙도를 끌어올려 수율과 성능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TSMC 역시 2나노 세대부터 GAA FET 구조를 도입할 예정이지만, 삼성은 한발 앞선 경험을 내세워 차세대 노드 경쟁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가 단순 가격 경쟁을 넘어 ‘기술력’으로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