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사우디 등과 손잡고 위안화 영향력 키우는 中, '달러 패권 뒤집기' 장기전 시작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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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위안화 국제화에 힘 실어주는 브릭스 국가들 꾸준히 中과 협력 시사해 온 사우디, '페트로달러' 체제 위협 직면 무역 시장 내 디지털 위안화 존재감도 급격히 확대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약어) 국가들이 위안화 블록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중국이 달러 패권에 맞서 위안화 영향력 확대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탈달러화(de-dollarization)를 원하는 브릭스 국가들이 중국의 행보에 속속 힘을 실어주는 양상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단기간 내에 중국을 중심으로 기축통화 패권이 움직이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한다.
브릭스의 '탈달러' 움직임
27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24일 판궁성 인민은행장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위안화 국제화를 적극 추진하고 무역에서 위안화 활용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이번 발표에 관해 “인민은행이 최근 몇 년간 위안화 국제화 정책을 언급할 때마다 ‘신중하고 꾸준한’이란 수식어구를 붙여왔지만 이번에는 삭제했다”며 “이는 글로벌 통화 시스템에서 위안화 역할이 커지는 데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위안화 경쟁력 확대를 견인한 핵심 조력자로는 브릭스 국가들이 꼽힌다. 이들은 미국 달러화를 배제하고 탈달러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중국의 위안화 패권 강화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올해 들어 본격화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극단적 관세 정책은 브릭스 국가 간 경제 협력과 탈달러화 결의를 강화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현재 브릭스에서는 달러화 외 여러 통화를 활용한 결제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이 중 위안화는 블록 내 무역의 절반가량에 사용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브릭스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37.3%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미국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는 요인이다. 이에 더해 중국은 브릭스 각국과의 통화 스와프 협정을 확대하며 공격적으로 위안화 기반을 넓혀 가는 중이다.
사우디-中, 점진적으로 협력 구도 구축
중국의 탈달러화 구상에 동참하는 것은 비단 브릭스 국가뿐만이 아니다. 일례로 아랍 산유국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지난해 9월 원유 거래 시 위안화를 사용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당시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반다르 알코라예프 사우디 산업광물자원부 장관은 SCMP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원유 거래에 위안화를 사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사우디는 항상 새로운 일을 시도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우리는 국익에 가장 최선인 것을 하겠다”며 “상업적 관점에서 공급 업체와 고객 간에는 자유를 가지고 그런 합의(위안화 사용)가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사우디의 탈달러화 움직임은 달러 패권 체제를 뒤흔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달러화는 1971년 8월 미국이 태환 체제(달러를 금으로 바꿔주는 방식)를 정지하면서 큰 위기를 맞았고, 1973년 오일 쇼크로 완전히 궁지에 몰렸다. 이에 미국은 1974년 오일 쇼크를 주도했던 사우디와 ‘페트로달러’ 체제를 확립함으로써 달러 패권을 확보했다. 석유 거래 시 결제 통화를 달러화로 통일하고, 사우디가 석유로 얻은 달러화를 미국 국채 및 미국 무기에 투자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중국과 사우디의 협력 구도는 이 같은 페트로달러 체제를 위협하는 핵심 요소다. 중국은 2023년 3월 중국해양석유총공사가 상하이 천연가스거래소에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액화천연가스(LNG) 6만5,000톤을 위안화로 결제해 매입하며 시장에 충격을 안긴 바 있다. LNG가 위안화로 결제된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같은 해 11월에는 사우디와 500억 위안(약 9조5,000억원) 규모의 3년 통화 스와프 계약을 맺으며 금융 동맹 구도를 한층 공고히 하기도 했다.

무역 시장 휩쓰는 디지털 위안화
중국의 결제 주권 확보 움직임 역시 미국의 달러 패권 유지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앞서 지난 2012년 미국은 국제금융결제망(SWIFT)에서 이란을 배제하며 세계 금융 패권의 민낯을 드러낸 바 있다. 당시 미국은 SWIFT를 무기로 사용했고, 그 충격파는 전 세계를 강타했다. 이에 중국은 2015년 독자적인 국제 결제망인 ‘CIPS(Cross-Border Interbank Payment System)’를 출범했다. 해당 시스템은 단순히 결제 메시지를 주고받는 SWIFT와 달리, 메시지 전송에 더해 실질적인 결제와 청산까지 처리할 수 있는 완전한 결제 인프라였다.
중국은 CIPS에 ‘디지털 위안’을 결합해 디지털 무역 인프라 효율을 대폭 향상하고, 각국의 위안화 결제 비중을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2023년 중국 내 무역·자본 거래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48.3%까지 치솟았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해당 비중이 0%에 가까웠다는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세다. 러시아와는 전체 무역 90%가 위안-루블 직거래로 전환됐고, 태국에서는 디지털 위안을 이용한 석유 거래가 실제로 이뤄졌다. 반대로 달러 비중은 같은 기간 83%에서 46.7%로 주저앉았다.
이처럼 세계 곳곳에서 탈달러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당장 위안화가 달러화의 입지를 넘보기는 어려우리라고 진단한다. 기축통화 패권의 변화는 장기간에 걸쳐 일어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한 시장 전문가는 "글로벌 기축통화의 패권이 이동하는 것은 그렇게 손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일례로 영국의 경우 세계 1차 대전이 끝나고 미국이 전 세계 경제의 절반 가까이를 장악한 상황에도 기축 통화국으로 남아 있었고, 2차 대전 이후에야 미국에 패권을 내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의 위안화 패권 강화는 수년간 짧게 추진되는 정책이 아닌 장기 계획일 가능성이 크다"며 "향후 수년 내 판이 뒤집히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