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청산위기 내몰리자 ‘농협’ 팔 비트는 정치권, 농협은 ‘재무 리스크’에 난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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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군도 없는 홈플러스 M&A, 입찰 마감 앞두고 농협 거론 정치권·노조 압박 속 공공성 역할론 부상, 결합 시 유통 2위 등극 “부채·인건비 부담 여전” 농협, ‘공익 vs 실리’ 기로에

지난 3월부터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의 매각 시한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뚜렷하게 인수 의사를 밝힌 곳이 없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선 ‘농협 역할론’을 띄우며 매각 성사에 대한 압박에 나섰다. 홈플러스가 기업 회생에 실패해 청산으로 이어질 경우 사회적 파급이 큰 만큼, 사회적 책무와 유통사업 확대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적격이란 판단에서다. 다만 농협이 재무 여력과 중복 매장 처리 등 현실적 부담을 이유로 선을 긋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홈플러스 인수해라” 농협 압박
2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매각주관사 삼일PwC를 통해 이달 말까지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한다. 회생계획안 제출 마감일이 11월 10일이기 때문에 그전까지 인수 주체를 확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마감 시한이 코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제출한 곳은 전무하다. 본입찰 접수는 다음 달 26일이지만 LOI를 제출한 곳만이 실사할 수 있다.
홈플러스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찾아 조건부 인수계약을 맺은 뒤 공개 입찰을 진행하는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인수합병(M&A)을 추진해 오다 이달 들어 공개 경쟁입찰로 변경했다. 매각 성사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져서다. 스토킹호스 방식에서는 홈플러스가 최대한 높은 가격을 제시하며 안정적 매각을 진행할 수 있지만, 공개 입찰 방식에서는 그렇지 않다. 유일한 입찰 기업이 지나치게 낮은 가격을 제시하면 따라야 할 가능성도 있다.
최악의 상황은 공개경쟁 입찰 시한까지 인수 의향자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이럴 경우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제기된다. 회생계획안 제출 시한을 추가로 연장할 수도 있지만, 인수합병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유동성 위기는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 올해 11~12월 폐점을 예고했다가 중단한 15개 점포 운영 비용도 떠안아야 할 리스크다.
이에 정치권과 노동계에서는 농협 역할론을 띄우고 있다. 홈플러스의 영업 정상화가 단순한 M&A 이슈가 아닌 ‘농산물 유통망의 붕괴’와 직결되는 문제란 점에서 농협이 나서서 인수해 줄 것을 촉구하는 분위기다.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홈플러스는 가락시장 거래액의 3분의 1인 연 1조8,800억원 규모의 국산 농축산물을 판매하고 있다”며 “농협과 홈플러스의 연간 거래액만 4,072억원에 달하는 만큼, 농협이 홈플러스 유통망을 활용할 경우 큰 실익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어기구 민주당 의원 역시 “홈플러스가 청산될 경우 협력업체와 납품 농가를 포함해 30만 여명의 생계가 위협받을 것”이라며 농협이 공익적 관점에서 홈플러스 인수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정부와 농협이 공익적 책임 의식을 갖고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홈플러스가 2만여 명의 직접 고용 인력과 20만 명이 넘는 협력 업체 종사자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며, 농협이 고용 안정과 유통망 유지를 위한 인수·지원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산 농축산물 유통망 확대, 사업 시너지 충분
농협의 홈플러스 인수 시나리오는 이번에 처음 등장한 얘기가 아니다. 농협은 홈플러스 매각 작업이 본격화됐을 때부터 유력 인수후보로 거론돼 왔다. 매물로 나온 초기 시장에서는 농협 외에 쿠팡, 이마트, 롯데쇼핑(롯데마트), GS·한화 컨소시엄 등이 인수후보로 거론됐지만, 높은 인수가격과 낮은 성장성으로 인해 실익이 없다는 주장이 지배적이었다. 게다가 홈플러스는 회생보다 파산할 가능성이 더 높게 점쳐지는 상황이다. 삼일PwC는 홈플러스의 청산가치를 3조6,816억원, 계속가치를 2조5,059억원으로 판단한 바 있다. 또한 오프라인 유통 시장 규모가 점점 줄어들고 있고, 대형마트 시장 규모도 축소되는 상황에서 유통 공룡을 인수하기엔 부담이 크다.
홈플러스의 유동성 압박도 인수자의 부담을 키우는 요소다. 홈플러스로부터 상품대금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한 대기업 협력사들은 선수금 보증금을 요구했고, 이렇게 묶인 보증금 규모만 1,4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지급기일이 기존 10월 27일에서 19일로 단축되면서 900억원의 신규 자금수요도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총 2,300억원의 자금이 묶이면서 현재 홈플러스 운영자금은 100억원대로 쪼그라든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농협이 나설 경우 공익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게 된다. IB업계는 농협이 홈플러스를 인수할 시 통합 매출이 10조원을 넘어 유통업계 2위에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통합 구매를 통한 식자재·물류 단가 절감, 관리·지원 부서 통합으로 인한 고정비 축소 등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특히 홈플러스 점포의 67% 이상이 수도권 및 광역시에 집중된 반면, 농협하나로마트는 지방 거점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입지 상호보완성이 높다. 여기에 홈플러스의 농·축협 직접 공급 비중은 18% 수준에 불과하지만, 농협이 공급망을 통합하면 대규모 직거래 생태계 구축도 가능하다. 온라인 시너지 역시 주목된다. 홈플러스는 월간활성이용자(MAU) 530만 명, 연간 온라인 식품 매출 1조3,000억원을 기록 중이다. 농협의 산지 공급망과 결합하면 국산 농축산물의 온라인 시장 점유율 확대가 기대된다.
공기업 성격이 강한 농협이 홈플러스 인수에 나선다면 정부의 금융지원을 이끌 원동력이 될 가능성도 있다. 14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김병주 MBK 회장에게 "홈플러스 회생에는 협력 업체와 직원 등 30만 명에 달하는 이해관계자가 있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경우 정책금융 지원도 가능하다"며 "인수의향자가 요구하는 조건을 MBK가 얼마나 맞춰주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정부 입장에서도 홈플러스의 위기는 걱정거리일 수밖에 없다. 수십만 명의 생업이 달린 홈플러스가 정말 이대로 문을 닫을 경우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다.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는 대형마트 폐점의 영향을 다룬 기존 연구를 바탕으로 직접고용 노동자를 비롯해 홈플러스 주변 3㎞ 이내 상권의 매출 감소로 약 33만 명의 실업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무리한 인수에 따른 농협중앙회 부실 우려
다만 농협 측에서도 섣불리 인수에 나서기는 힘든 상황이다. 농협중앙회는 매년 농협금융으로부터 9,000억원가량을 배당을 받지만 보유한 현금이 30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자금 사정이 안 좋다. 홈플러스를 인수하기 위해선 채권 발행 등 외부자금 수혈을 통한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 역시 부담이 작지 않다. 여기에 현재 하나로마트도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라 현금 창출 능력도 저조하다. 하나로마트를 운영하는 농협경제지주는 지난해 말 당기순손실 724억원을 기록했다.
결국 홈플러스 인수에 도전하려면 1조2,000억원(지난해 말 기준)의 단기 유동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농협경제지주가 나서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지만 2조원 규모의 레버리지를 일으킨다고 해도, 홈플러스 인수를 단독으로 완수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이에 시장에서는 농협이 자칫 홈플러스를 떠안았다가 농협중앙회가 부실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하나로마트와 홈플러스 중복 매장 처리 문제도 골칫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로마트가 이미 수도권과 지방에 2,200여 개나 포진한 상황에서 홈플러스와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매장수도 413개에 이른다. 이는 홈플러스 노조가 폐업을 결사 반대하는 상황에서 중복 매장 정리에 어려움을 가중할 수 있는 요인이다. 나아가 두 브랜드를 어떻게 관리할지도 난관이다. 대형 M&A 경험이 없는 농협이 섣불리 인수에 나섰다가 인수후통합(PMI) 과정에서 하나로마트까지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
이에 농협도 홈플러스 인수 가능성과 관련해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24일 국회 농식품위 국정감사에서 “홈플러스 인수를 내부적으로 검토한 적이 없다”며 “홈플러스(인수)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농협유통과 하나로유통이 연간 400억원씩 800억원 적자가 나고, 직원 200명 이상을 구조조정했다”고 부연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그럼에도 정치권, 노동계의 요구가 뜨거워 결국에는 인수전 참여 여부를 저울질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한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