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해고하고, 저가 모델 내놓고”, 보조금 종료·수요 둔화에 전기차 전략 재조정
입력
수정
보조금 사라지자 EV 수요 둔화 확대 테슬라, 역대 최대 매출에도 순익 37% 급감 전기차 저가 모델 '자충수' 될 수도

한때 잘나가던 미국 내 전기차 시장이 장기화된 캐즘(일시적 수요 부진) 여파에 보조금 폐지까지 겹치면서 급격한 냉각 국면에 빠져들고 있다. GM·포드·혼다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인력 감축에 나서는 가운데, 테슬라 역시 보급형 모델 출시로 수요 방어에 나섰지만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GM 대규모 정리해고 단행, 배터리 공장도 일시 가동 중단
30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GM이 전기차 수요 둔화에 대응해 미시간·오하이오·테네시 지역의 공장에서 3,300명 이상의 근로자를 해고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1,700명은 무기한 해고되며 1,500명은 2026년 중반께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장별로 살펴보면 우선 GM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가 내년 1월 5일부터 오하이오주 워런과 테네시주 스프링힐에 있는 배터리 공장의 가동을 중단한 뒤 내년 중반 생산을 재개한다. 이에 따라 워런 공장에서 1,400명이 무기한 해고되고 스프링힐 공장에서는 710명이 일시 해고된다. 케빈 켈리 GM 대변인은 “워런 공장의 경우 850명은 내년 5월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550명은 무기한 해고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디트로이트의 전기차 전용 조립 공장에서는 3,400명의 근로자 중 약 1,200명을 무기한 해고한다. 통상 2교대 체제인 디트로이트 전기차 공장은 오는 11월 24일까지 가동이 중단되며 내년부터는 1교대로만 운영된다. GM은 최근 전기차 공장의 가치 하락을 반영하고 해고 및 공급 업체 계약 해지에 따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16억 달러(약 2조2,800억원)의 특별비용을 계상했다.
전기차 사업에서 후퇴하는 곳은 GM 만이 아니다. 포드는 전기 F-150 라이트닝 생산 인력을 내연기관 트럭 공장으로 이동시켰으며, 닛산은 2026년형 ‘아리야’ 전기차를 , 혼다는 GM이 제조하는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큐라 ZDX 생산을 중단했다. 이와 관련해 폭스바겐 미국법인 CEO 켈 예르 그루너는 “지난달 말 7,500달러(약 1,000만원) 보조금 지급 종료 이후 미국 내 전기차의 실제 수요가 드러나고 있다”며 “올해와 내년은 생산 계획을 유연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급형 전기차 내놓은 테슬라, 수익성 우려 확대
세제 혜택이 종료되면서 미국 전기차 1위 업체인 테슬라도 사업 계획을 전면 수정하고 있다. 전기차 판매량 감소에 대응해 가격을 대폭 낮춘 라인업을 선보인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7일 테슬라는 SUV 모델Y와 전기세단 모델3의 보급형인 ‘스탠더드’ 트림을 공개했다. 모델Y 스탠더드의 현지 판매가는 3만9,990달러(약 5,700만원)로 기존 모델Y 롱레인지 후륜구동(RWD) 모델(4만4,990달러)보다 5,000달러 싸다. 모델Y 스탠더드는 기존 대비 배터리팩이 10% 작아져 최대 주행가능거리가 575㎞(EPA 기준)에서 516㎞로 단축됐다.
전장·전고 등 외형과 내부 공간은 그대로지만 실내외 옵션은 크게 줄었다. 가죽 시트는 직물로 변경됐고 좌석 통풍 기능도 빠졌다. 기본으로 장착되는 휠 역시 19인치에서 18인치로 작아졌다. 2열 터치스크린도 빠졌고 스티어링 휠과 사이드 미러도 수동으로 조절해야 한다. 주파수 대응 쇼크 업소버도 빠져 승차감도 기존 모델보다 떨어진다. 모두 원가절감을 위한 조치다. 모델3 스탠더드도 판매가 3만6,990달러(약 5,271만원)로 기존(프리미엄)보다 5,500달러 저렴하게 책정됐다.
테슬라의 보급형 전기차 모델은 중국 경쟁사의 점유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유럽과 아시아 시장에서 판매량을 유지하기 위해 출시됐다. 또한 미국에서도 연방정부 전기차 보조금 폐지에 따른 소비자들의 가격 부담을 상쇄하는 기능을 할 것으로 테슬라는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전기차 1대당 수익 악화를 감수하고 판매를 확대해 매출과 이익을 늘리려는 전략을 펼친 것”이라고 짚었다.
테슬라 "향후 여러 분기 힘들 것"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테슬라의 이러한 전략이 수익성을 유지하기 오히려 더 어려워지는 도박에 불과할 수 있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가뜩이나 테슬라는 영업마진이 줄어든 상태다. 테슬라는 올해 3분기(7~9월) 281억 달러(40조2,61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다. 이는 앞서 테슬라의 3분기 신차 인도량이 전년 동기 대비 7% 늘어난 49만7,099대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때부터 예고된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 263억7,000만 달러(약 376,000억원)도 웃돌았다.
매출은 역대 최고를 달성했지만 주당순이익(EPS)은 0.50달러로 월가 예상치 0.54달러에 미치지 못했고, 전체 순이익 규모도 13억7,000만 달러(약 5,3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7%나 떨어졌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두고 테슬라가 처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단 평가를 내놓는다. 미국 전기차 세제 혜택 종료를 앞두고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에 서두른 결과 매출은 늘었지만, 관세와 구조조정 비용 증가에 따른 부담이 수치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 때문이다.
테슬라는 탄소 배출권 판매 수익 감소도 이익 감소의 요인으로 언급했다. 지난 7월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머스크 CEO는 세제 혜택 종료와 관세 부담 증가 탓에 “회사가 향후 여러 분기 힘들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변화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정책과 비용 상승으로 인해 직면한 압박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테슬라에 대한 우려는 주가로 그대로 반영됐다. 실적 발표일인 지난 23일 뉴욕증시 정규장에서 0.82% 내린 438.97달러로 장을 마친 테슬라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선 3%대 추가 하락세를 보이며 420달러대까지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