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기엔 아깝고 버티기엔 위험한 솔리다임, SK하이닉스의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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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증시 IPO 난항에 매각설 무게
실적·밸류 회복이 매각 타이밍 조성
“성장 옵션 포기 어려워” 내부 시각도

SK하이닉스가 자회사 솔리다임 매각을 검토 중인 가운데, 내부적으로는 좀처럼 정리 타이밍을 잡지 못하는 모양새다. SK하이닉스가 10조원이 넘는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인텔 낸드 자산을 인수하며 구축한 솔리다임은 최근 업황 회복에 힘입어 실적 반등에 성공했지만, 상장 불확실성과 중국 생산거점 제약으로 전략적 선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는 “시너지로 보면 갖고 가야 하고, 지정학 리스크로 보면 팔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SK하이닉스가 성장 자산을 두고 고심하는 이유를 “가장 팔기 아까운 타이밍에 팔아야 하는 역설”로 요약했다.
핵심 제조 거점 중국 다롄 공장에 발목
4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최근 SK하이닉스는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 매각을 두고 다양한 옵션을 검토 중이다. 그간 솔리다임의 운영을 둘러싸고 다양한 논의가 오갔지만, 결국 매각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는 전언이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을 단계적으로 인수하는 과정에서 2021년 미국에 설립한 법인으로, 낸드 기반 SSD의 기획·설계·판매를 담당한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12월 인텔로부터 중국 다롄 낸드 제조시설을 넘겨받은 데 이어 올해 상반기 잔금 19억 달러(약 2조7,000억원)를 지급하고 잔여 자산을 최종 인수했다.
애초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을 생산·판매 일원화 구조로 키워 미국 상장을 추진한다는 그림이 있었지만, 미국의 대중(對中) 규제가 강화되면서 생산 법인을 솔리다임에 두기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생산은 SK하이닉스의 중국 자회사(SK hynix Semiconductor Dalian) 아래 남고, 솔리다임은 제조를 보유하지 않은 판매 중심 법인으로 남게 됐다. 투자은행(IB)업계는 이 점이 상장 매력도를 떨어뜨린 핵심 요인이라고 본다. 생산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판매 중심 사업 구조에선 IPO 스토리 구성 자체가 쉽지 않다는 평가다.
중국 내 생산거점이 지정학 리스크의 직격탄이 된 점도 제약으로 작용했다. SK하이닉스는 인텔 다롄 공장 인수 승인 과정에서 현지 당국과 가격·증산 관련 ‘6대 조건’을 수용했다. 하지만 이후 미 상무부가 낸드 기준 범용 메모리 기준을 ‘128단 이하’로 정의하며 기술 고도화에 제동을 걸었고, 반도체법(칩스법)을 통한 수출통제 수위마저 높이면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등 최첨단 반도체 생산설비 반입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에 SK하이닉스가 당초 계획했던 다롄 공장의 증설 및 고도화는 사실상 좌초됐다.
설비 투자 계획의 지연도 이와 같은 연장선에 있다. 다롄 제2공장은 2022년 착공식을 가졌지만, 대형 설비 반입에 필요한 본격 투자로 이어지지 못했다. SK하이닉스가 미 정부로부터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지위를 확보해 일부 규제가 완화될 것이란 기대도 있었지만, 핵심 장비 반입과 증설의 불확실성은 아직 해소되지 않은 실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 SK하이닉스로서는 솔리다임을 보유해 성장시킨다는 전략이 가장 이상적일 것”이라면서도 “중국 생산거점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이 같은 전략은 현실화 가능성이 희박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업황 반등이 만든 ‘팔 수 있는 국면’
이런 업계의 평가가 더 뼈아픈 이유는 솔리다임의 실적이 이제 막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2조4,296억원, 영업이익 2조8,860억원을 기록하며 7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는 시장 추정치를 훌쩍 웃도는 실적으로, 업계는 낸드 부문 흑자 배경으로 솔리다임의 손익 회복을 꼽았다. 인공지능(AI) 서버용 대용량 저장장치 수요가 증가하면서 기업용 SSD 매출이 늘었고, 낸드 평균판매단가(ASP) 또한 전 분기 대비 최대 28% 상승하며 솔리다임의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이는 불과 1~2년 전과 비교해 정반대의 흐름이다. SK하이닉스는 2023년 상반기 기준 연결 영업손실 6조2,843억원을 기록했고, 이 가운데 약 80%가 낸드 부문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당시 솔리다임은 매출 1조2,739억원에 순손실 2조2,423억원을 기록하며 이 같은 해석에 무게를 실었다. 업계 전문가들은 “D램과 달리 낸드는 기술 차별화가 어렵고 공급사 경쟁이 치열해 다운사이클의 충격을 온전히 맞았다”면서 SK하이닉스의 솔리다임 인수를 “불운한 인수합병(M&A)”으로 정의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권의 우려도 겹쳤다. 솔리다임 인수 당시 인수금융을 제공한 산업은행·수출입은행·농협은행 등은 ‘소부장 인수금융협의체’를 구성해 SK하이닉스의 차입금 상환 리스크를 면밀히 점검했다. 미국의 대중 장비 수출 통제가 지속될 경우, 중국 다롄 공장의 설비 전환이 지연되고 수율 개선이 막히면서 재무건전성 악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에서다. 일각에서는 헐값 매각 가능성까지 대두됐으나, 솔리다임 측은 “중국 공장 매각에 대해선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으며 미 반도체법 가드레일 조항 완화와 규제 유예 연장 가능성을 근거로 정상 운영 방침을 유지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작금의 낸드 업황 반등은 SK하이닉스가 적자 사업을 정리할 수 있는 국면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구조적 제약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은 남는다. 중국 생산거점 의존도, 미·중 기술 패권 갈등, 높은 차입 구조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탓이다. 업황 개선에 따른 손익 개선이 매각 타이밍을 만들었지만, 근본적인 리스크 요인이 남아 있는 한 ‘제한된 유효 구간’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매각·보유 선택지 현실 점검
SK하이닉스가 솔리다임 매각을 기약 없이 미뤄두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손익 개선이 뚜렷한 상황이지만, 상장을 둘러싼 시장의 평가는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업계는 SK하이닉스가 낸드 훈풍과 솔리다임의 분전에 힘입어 올해 9조원대, 내년 11조원대 매출을 올릴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생산거점 제약과 솔리다임 상장 스토리 제약 등은 단기간 내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데 관측이 일치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검토할 수 있는 방안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먼저 보유 시나리오는 합병 시너지와 체력 회복을 근거로 한다. 솔리다임은 인수 후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기록했고,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도 벗어났다. 이에 회사는 소비자용 SSD를 정리하고 데이터센터용 고용량 SSD에 집중, QLC 기반 대용량 제품을 앞세워 낸드 포트폴리오의 질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이런 흐름만 놓고 보면, 내부 시너지를 쌓을 유인은 충분하다. 다만 생산 거점이 여전히 중국에 있는 만큼 향후 글로벌 정책·규제 리스크에 민감하게 흔들릴 소지가 크다는 점이 보유의 딜레마다.
반대로 매각 시나리오는 현 시점의 사업 회복과 밸류에이션 모멘텀을 가격과 조건에 반영해 정책및 생산거점 리스크를 우회하는 선택이다. 이는 상장 불확실성을 피하면서도 자산을 현금화할 수 있다는 실익이 있지만, 그 대가로 향후 시너지 축적 기회는 포기해야 한다. 나아가 기업가치는 물론 기술 및 브랜드 가치, 장기 공급, 인력 승계 등 여러 이행 조건을 정교하게 맞추는 설계가 수반돼야 한다. 이는 곧 보유와 매각 시나리오 모두 정책·규제 노출과 중국 생산거점 등 동일한 제약 요인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감내하는 선택지라는 사실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