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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붕괴 진단] 팔란티어 脫대학 실험이 던진 질문, 'AI 시대, 대학의 존재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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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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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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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성공의 보증서 되지 못하는 대학 졸업장
팔란티어 고졸 인턴십 위해 브라운대 입학도 포기
대학 경쟁력 저하와 비효율, 2년 새 10% 문 닫아 

미국 청년층 일자리가 빠르게 인공지능(AI)으로 대체되면서 대학교육의 경쟁력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막대한 등록금에도 불구하고 취업을 보장하지 못할 뿐 아니라, 대학에서 배운 지식이 현장에서 활용되기 어려워지면서 대학교육의 수월성이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AI 데이터 분석 업체 팔란티어가 고졸 인재 대상의 인턴십을 도입하며 ‘탈(脫)대학’ 실험에 나섰다. 학력이 아닌 실력을 우선해 회사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를 빠르게 선점하겠다는 취지로, 프로그램 참여자 중 우수한 성과를 거둔 직원은 대학 학위 없이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스펙보다 실력' 실무형 인재 선점 나서

4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팔란티어는 올해 가을학기부터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22명을 대상으로 '실력주의 펠로우십(Meritocracy Fellowship)'이라는 이름의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참여자들은 인턴과 정규직 신입사원 사이 단기 직책으로 채용돼 월 5,400달러(약 770만원)의 급여를 받는다. 이들은 이달까지 4개월간의 교육·멘토링과 실무 과정을 거쳐 성과가 우수할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이번 펠로우십에는 500명 이상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에는 미국 명문 아이비리그인 브라운대학을 포기한 참가자도 있었다. 마테오 자니니는 브라운대의 미 국방부 전액 장학금 대상자였으나, 브라운대가 입학 연기를 허락하지 않자 입학을 포기했다. 그는 "친구, 교사, 진학 상담사 모두 이 선택을 반대했다"며 "부모님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이듬해 대학에 지원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정규직 제의를 받으면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교육과정은 4주간의 세미나로 시작됐다. 20명 이상의 연사가 참여해 서부개척시대부터 이어진 미국의 역사·문화·사회운동, 에이브러햄 링컨·윈스턴 처칠 등 리더십 연구 등 매주 다른 주제로 강연과 토론이 진행됐다. 세미나가 끝난 뒤 참가자들은 현업 부서에 배치돼 실제 고객 프로젝트에 바로 투입됐다. 프로그램 담당자는 "참가자들이 펠로우십을 통해 무언가를 직접 만들고, 스스로 결정권을 갖는 경험을 체험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말했다.

취업 가능성 높은 명문대에만 쏠림 현상

이 같은 실험은 대학교육에 대한 불신에서 출발했다. 팔란티어는 직원 수는 4,000명이지만, 시가총액은 4,753억 달러(약 678조원)로 방산 매출 세계 1위인 록히드마틴의 3배에 달한다. 인재가 곧 회사 경쟁력인 만큼, 팔란티어 내에서는 대학 졸업장보다 실제 역량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팔란티어는 지난 4월 인턴십 공고에서 “미국 대학의 입학 기준은 불투명하고 결함이 있어 수월성을 갖추기 어렵다"며 “실력주의가 사라진 대학에서 빚을 지며 공부하지 말고, 팔란티어 학위를 취득하라”고 홍보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번 프로그램은 "대학은 더 이상 좋은 노동자를 양성하는 필수 기관이 아니다"라는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최고경영자(CEO)의 신념에서 비롯됐다. 카프 CEO는 하버드 칼리지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스탠퍼드대에서 법학 학위를 취득했지만 “요즘 대학생들은 판에 박힌 말을 하는 사람뿐”이라며 대학을 비판해 왔다. 공동창업자 피터 틸 팔란티어 이사회 의장 역시 대학교육 시스템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면서 2010년부터 틸펠로우십을 통해 22세 이하 청년들에게 창업자금을 지원하고 대학 진학 대신 창업을 택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이처럼 대학교육의 비효율성과 경쟁력 저하를 비판하는 흐름은 대학 시장의 붕괴로 이어졌다. 미 국가고등교육집행위원회(SHEEO)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 전역에서 2년제 이상 대학 319곳이 문을 닫았다. 2022년(3,542개)과 비교하면 10%가량 줄어들었다. 다만 명문대 쏠림은 심화하고 있다. 그나마 더 나은 일자리를 보장해 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WSJ에 따르면 50개 주의 4년제 주립대 748곳을 분석한 결과 2015년 대비 지난해 주(州) 대표 주립대(플래그십 대학) 등록자는 평균 9% 증가한 반면 그 외 주립대는 2% 감소했다.

AI 확산으로 인한 노동시장 변화도 위기

미 노동 시장의 일자리 변화는 대학교육에 또 다른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대졸 청년들이 고용 위축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8월 실업률은 4.3%로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회복기에 들어선 2023년 7월 기록한 실업률 최저치(3.5%)에 비해 고용 악화 경향이 뚜렷하다. 특히 신규 졸업자와 청년층의 고용 부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올해 3월 기준 22~27세 신규 졸업자의 실업률은 5.8%로 나타났다. 이는 2024년 3월의 4.6%에서 상승한 수치다. 또 같은 시기 미국 전체 실업률이 4.2%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졸업자 실업률이 전체 평균보다 현저히 높은 상황이다.

이 같은 고용 악화는 경기 침체가 아닌 AI 도입의 가속화에서 비롯됐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올해 8월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AI가 22~25세 일자리 감소에 실질적이고 불균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회계·법무·문서관리·고객서비스 등 정형화된 업무들이 빠르게 자동화되면서 신입 인력을 뽑지 않는 기업이 늘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전까지 수십 명이 투입됐던 개발 업무가 AI로 대체되면서 IT 업계의 신입 채용은 급감했다. AI 기술 자체를 데이터사이언스 분야조차 초기 분석·정리 업무는 자동화가 가능해지며 인력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이다.

이제 미국 Z세대의 관심은 생존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 AI에 의한 직업 상실은 더 이상 미래의 우려가 아닌 현실이 됐다. 미 정치권도 이 같은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AI 시대의 고용 전략으로 상위 대학에 대한 지원을 줄이고, 기술직 양성에 집중하는 방향을 내세우고 있다. 전기 기술자·배관공 등 숙련된 블루칼라 인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통적인 기술직 외에도 로봇·반도체 장비 유지보수, 고급 배터리 산업 등 고난도 기술이 요구되는 인재 육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우려한다. 블루칼라 전환이라는 해법만으로는 시대 변화에 충분히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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