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기침체 속 ‘저가 커피’에 밀린 스타벅스, 결국 중국 사업 경영권 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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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매출, 2021년 정점 찍고 내리막길 루이싱 등 토종 커피와 경쟁서 밀려 '저가' 공세에 커피 황제도 굴복

스타벅스가 미국을 넘어설 최대 시장이라 공언했던 중국 사업 지분을 절반 이상 매각한다. 현지 사모펀드(PEF) 보위캐피털(Boyu Capital)에 경영권을 넘기는 40억 달러(약 5조5,000억원) 규모의 빅딜이다. 스타벅스는 1999년 중국 진출 이후 ‘고급 커피 문화’ 상징으로 군림했지만 최근 그 추세가 완전히 꺾였다. 중국 경기침체 장기화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진 가운데, 저가 커피를 앞세운 토종 브랜드들이 약진하면서다. 스타벅스가 강점으로 삼는 ‘매장 경험’보다 본토 저가 브랜드가 주도하는 ‘모바일 주문 및 배달’이 중국 시장에서 대세로 자리 잡은 것도 경쟁력 약화에 일조하고 있다.
中 사업지분 60% 매각
3일(현지시각) 미국 스타벅스 본사는 보위캐피털과 중국 본토 사업을 운영할 새 합작법인(JV)을 설립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보위가 합작사 지분 최대 60%를, 스타벅스가 40%를 보유하는 구조다. 스타벅스는 브랜드와 메뉴 레시피, 어플리케이션 같은 지식재산권(IP)을 합작사에 제공(라이선스)하고 로열티를 받는다. 거래는 2026년 2분기(회계연도 기준) 내로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번 매각은 스타벅스의 전략적 후퇴로 평가된다. 스타벅스는 1999년 차(茶)를 주로 마시던 중국에 1호점을 냈다. 인구가 많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였다. 이후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에서 중소도시로 빠르게 확장하며 매년 수백 개의 매장을 추가했고 현재 7,800여 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는 스타벅스 글로벌 시장 중 두 번째로 큰 규모다.
그러나 현재 중국에서의 스타벅스 위상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2021년만 해도 중국에서 역대 최고인 37억 달러(약 5조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이후 매출 성장세가 꺾이면서 지난해에는 매장 수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30억 달러(약 4조원) 매출에 그쳤다. 올해 1분기에도 스타벅스의 중국 매출액은 7억4,360만 달러(약 1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1% 증가에 그쳤다. 신규 매장 확장 효과를 제외한 1년 이상 운영된 매장의 매출액(동일 매장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 감소했다.

루이싱커피, 저가 내세워 스타벅스 정조준
스타벅스의 아성을 흔든 건 중국 토종 브랜드들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큰 위협은 루이싱커피(Luckin Coffee)다. 루이싱커피는 초기부터 스타벅스 아성을 깨기 위해 공격적인 전략을 폈다. 이후 매장을 폭발적으로 늘려, 이미 매장 수(2만 개 이상)와 매출 모두 스타벅스를 추월한 상태다. 이로 인해 중국 내 스타벅스의 시장 점유율은 2019년 34%에서 지난해 14%로 절반 이상 하락했다. 루이싱커피 출범 6년 만이다.
루이싱커피는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다음 해인 2020년 분식회계 사건으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1억8,000달러(약 2,400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았으나, 기업파산 이후 회생절차를 진행하며 쿠폰 발행, 특화 메뉴 출시, 배달 중심 운영 등 공격적 경영을 통해 기사회생했다. 루이싱커피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1.2% 증가한 88억6,500만 위안(약 1조8,000억원)이며, 영업이익은 7억3,700만 위안(약 1,490억원)으로 8.3%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동일 매장 매출 성장률도 8.1%로 개선되며 확장과 수익성을 동시에 달성하고 있다. 월 평균 거래고객수는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한 7,427만 명으로, 누적 거래고객수만 3억5,500만 명에 달한다. 올해 2분기 역시 성장을 이어갔다. 루이싱커피의 2분기 매출은 123억 위안(약 2조5,800억원)으로, 스타벅스(56억 위안·약 1조1,300억원)를 크게 앞질렀다.
루이싱커피의 가장 큰 강점은 저렴한 가격이다. 경기 침체와 부동산 시장 침체 여파로 지갑이 얇아진 중국 소비자들은 ‘가성비’ 소비에 집중하고 있다. 이 같은 경향은 올 1분기 중국 소비 관련 기업들의 실적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났다. 고급 외식업체와 보석 관련 기업들이 실적 부진을 겪은 반면, 루이싱커피와 같은 저가 커피 체인과 아울렛 매장은 성장세를 기록한 것이 대표적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루이싱커피는 라테 한 잔을 9.9위안(약 1,900원)에 판다. 스타벅스 가격 3분의 1 수준이다.
메뉴 다각화 전략도 주효했다. 출시 4년차인 시그니처 메뉴 ‘생코코넛라떼’는 누적 13억 잔 판매를 기록했으며, 올해 3월 출시한 ‘신선 추출 자스민티’는 하루 최대 167만 잔이 판매돼 차음료 부문 일일 판매 신기록을 세웠다. 앞서 2023년에는 중국의 유명한 술인 마오타이주와 협업해 ‘마오타이 라테’를 선보여 폭발적 인기를 끌기도 했다. 당시 스타벅스도 춘절(설날)을 맞아 ‘동파육 라테’를 내놨지만, 60위안(약 1만2,000원)이 넘는 비싼 가격과 호불호가 심한 맛에 혹평이 줄을 이었다.
주문 편의성도 루이싱커피의 강점으로 꼽힌다. 루이싱커피는 플랫화이트부터 라즈베리 콜드브루까지 다양한 커피를 모바일 앱을 통해 매우 빠르게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일찌감치 키오스크·앱을 중심으로 매장을 운영하며 중국에 테이크아웃 커피 문화를 전파했다. 매장 주문을 아예 없애고 모바일 주문만 가능하게 만들어 매장 혼잡을 줄인 것도 루이싱 커피의 성공 요인으로 지목된다. 현재 스타벅스도 모바일 앱을 통해 전체 주문의 3분의 1 이상을 처리하고 있으나, 너무 복잡한 주문 음료를 만드느라 바리스타들이 많은 시간을 소비하면서 매장 대기 시간이 길어진 것이 문제가 됐다. 바쁜 출퇴근 시간에도 매장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고객 불만이 커졌다.
中 디플레이션 심화, 생존 위해선 가격 내려야
위기에 직면한 스타벅스는 실적 회복을 위해 올여름 일부 음료 가격을 내리며 맞불을 놓기에 이르렀다. 콧대 높기로 유명한 스타벅스가 중국 시장 진출 이후 처음으로 음료 가격을 인하한 것이다. 스타벅스는 ‘오전에는 커피, 오후에는 비커피(밀크티 등)’ 전략으로 비커피 음료를 강화해 오후 시간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가격 인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결정은 차별화한 경험과 제3의 공간을 팔던 스타벅스 브랜드 정체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스타벅스는 지난 7월 중국 내 일부 매장에 무료 스터디룸 공간을 조성하며 고객 유치에 더욱 발벗고 나섰다. 이는 미국 스타벅스 매장들이 화장실 이용 시 제품 구입 등을 요구하도록 바꾼 정책과는 정반대 전략이다. 스터디룸은 예약 및 시간 제약 없이 이용할 수 있으며, 커피나 음료 등을 주문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이 역시 수익성 하락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올해 9월 기준 분기별 중국 동일 매장 매출은 2%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같은 기간 트래픽(소비자 수)은 9% 뛰었다. 더 많은 소비자가 매장을 찾았음에도, 더 싼 음료만 찾은 탓에 평균 객단가가 7% 떨어진 것이다.
전문가들 스타벅스가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결국 커피 가격을 인하하는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쉽게 돌아오긴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올해 1분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하며 시장 기대치 대비 선방했지만, 전 세계 금융 기관은 올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로 4%대를 제시하고 있다. 5~6%대 성장률을 제시하던 수년 전과는 크게 달라진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부터 높아진 뒤 내려오지 않는 청년 실업률도 경제의 위험 요인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학생을 제외한 16~24세 도시 청년 실업률은 15.8%로, 전월(16.5%)보다 낮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쌓여가는 대학 졸업 미취업자가 중국 소비 부진을 이끄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