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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자국산 칩 사용하는 데이터센터에 보조금 지급하는 中, '전성비' 경쟁 속 자립 위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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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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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외국산 칩 사용 않는 AI 데이터센터에 전력 보조금 제공
경쟁력 확보 위해 전성비에 사활 거는 AI 칩 제조사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폭증 전망, 인프라·정부 지원이 입지 '핵심 요건'

중국이 자국산 인공지능(AI) 칩을 사용하는 데이터센터에 전력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전력 효율이 낮은 중국산 칩 사용 시 발생하는 비용 리스크를 정부가 직접 나서 상쇄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폭증하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로 인해 발발한 AI 칩 '전성비(전력 대비 성능)' 경쟁 속에서 반도체 자립 행보를 이어가기 위한 방책으로 풀이된다.

보조금으로 전력 리스크 상쇄하는 中

9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간쑤성과 구이저우성, 네이멍구 자치구 등 중국 내륙 지방정부는 AI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산업용 전력 요금을 절반 수준으로 경감하는 보조금 제도를 도입했다. 단, 엔비디아나 AMD 등 미국산 칩을 사용하는 시설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번 조치로 해당 지역의 데이터센터는 킬로와트시(kWh)당 0.4위안(약 81.1원)의 전기 요금으로 AI 연산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중국 연안 지역의 평균 산업용 전력 요금보다 30% 저렴한 수준이다. 일부 지방정부는 여기에 더해 데이터센터 운영비의 1년 치를 충당할 정도의 현금 인센티브까지 지급할 예정이다.

이 같은 정책이 등장한 배경에는 중국 정부가 내놓은 엔비디아 AI 칩 사용 금지 조치가 있다. 지난 9월 중국 정부는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등 자국 기업들에 엔비디아의 신형 저사양 AI 칩인 ‘RTX 프로 6000D’의 테스트와 주문을 중단하라고 통보했다. RTX 프로 6000D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 4월 엔비디아의 대중국 수출용 AI 칩인 ‘H20’ 수출을 금지한 뒤 신규 개발된 저사양 AI 칩이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는 중국 시장에서 사실상 철수하게 됐고, 중국 소재 AI 데이터센터들의 자국산 칩 의존도는 대폭 높아졌다. 이에 더해 중국 정부는 최근 국가 자금 지원을 받는 신규 데이터센터의 외국산 AI 칩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건설 진척률이 30% 미만인 데이터센터에 대해 이미 설치한 외국산 AI 칩을 전부 철거하거나 관련 구매 계획을 취소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문제는 중국산 칩의 전력 효율이 H20을 비롯한 엔비디아 칩보다 눈에 띄게 낮다는 점에 있다. 최신 ‘블랙웰’ 아키텍처와 비교하면 효율 격차는 더 크다. 실제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에서 이탈한 후 화웨이나 캠브리콘 등 중국산 AI 반도체를 사용하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은 30~50%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가 내놓은 전력 보조금 제도는 이 같은 자국산 칩 사용 장려 정책의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AI 칩 시장의 전성비 전쟁

일각에서는 중국의 전력 보조금이 반도체 자립을 위한 '필수 요건'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글로벌 AI 칩 시장에서 뛰어난 전력 효율, 즉 전성비를 앞세운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AI5가 대표적인 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연례 주주총회에서 "기능적인 로봇을 만들려면 뛰어난 AI 칩이 필요하고, 저렴하면서도 전력 효율이 매우 높아야 한다"며 "우리는 AI5 칩이 아마도 블랙웰 같은 칩과 비슷한 성능을 내면서도 비용은 10% 미만이고, 전력 소모량은 약 3분의 1 수준이 될 거라 믿는다"고 발언했다.

구글 역시 지난 6일 7세대 텐서처리장치(TPU) ‘아이언우드(Ironwood)’를 수 주 내 정식 출시한다고 밝혔다. TPU는 구글이 2013년 급격히 증가한 딥러닝 연산량을 해결하기 위해 15개월 만에 설계·검증한 AI·머신러닝 특화 주문형 반도체(ASIC)로, 전력 공급 구조를 최적화해 엔비디아 GPU보다 전력 효율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이언우드는 행렬 연산이 필요한 대규모 모델 학습부터 복잡한 강화학습(RL), 대용량·저지연 AI 추론 등을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품으로, 2023년에 내놓은 5세대 v5p 대비 성능이 최대 10배, 지난해 출시한 6세대 트릴리움(v6e) 대비 최대 4배 향상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주요 AI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인 퓨리오사AI가 개발한 차세대 추론(실행)용 AI칩 '레니게이드(RNGD)' 역시 전성비를 강점으로 앞세우고 있다. 지난해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핫칩스 2024' 행사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레니게이드는 소형언어모델(SLM, MLPerf GPT-J 6B 모델 기준)을 추론할 때 초당 12의 쿼리(8비트 부동소수점)를 처리하면서 185W(와트)의 전력을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쟁 제품인 엔비디아 'L40s'는 초당 12.3 쿼리를 처리하면서 320W의 전력을 소모한다. 

데이터센터 입지, 전력이 좌우한다

이 같은 전성비 경쟁은 갈수록 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기술 활용이 보편화하고, 연산량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빠르게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에너지와 AI’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2024년 415테라와트시(TWh)에서 2030년 945TWh로 2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2030년 전 세계 전력 소비량 전망치의 약 3%에 해당하는 수치다.

빅테크들은 전력 확보를 위해 에너지 공급망에 적극적으로 투자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해 원자력발전소 운영업체인 컨스텔레이션(Constellation)과 전력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그간 재생에너지 투자에 힘을 싣던 MS가 데이터센터 동력에 원자력을 추가한 것이다. 구글도 핵융합 스타트업 TAE테크놀러지스(TAE Technologies)에 2억5,000만 달러(약 2,650억원)를 투자했다. 아마존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북서쪽에 위치한 탈렌에너지의 원자력발전소 옆에 위치한 데이터센터를 6억5000만 달러(약 9,430억원)에 매입하기도 했다.

향후 이들 기업의 데이터센터 건설 수요는 전력 인프라를 중심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전문가는 "결국 데이터센터는 정부가 직접 나서 적극적으로 발전소를 짓는 지역이나, 전력 보조금을 제공하는 지역에 몰릴 수밖에 없다"며 "중국 역시 단기간 내 전력 인프라를 증설하기는 어려운 상황인 만큼, 보조금을 통해 자국산 반도체를 사용하는 데이터센터들의 부담을 경감해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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