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한계·투자 과열 경고등” 빚으로 쌓는 AI 제국, 2008년 금융위기 재현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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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버블론에도 빅테크 투자 지속 AI 채권 헤지 전략 고심하는 월가 수익성 한계 직면, 부실 땐 경제 위기

인공지능(AI) 버블론 속에서도 글로벌 빅테크들의 AI 투자 열풍은 꺼질 줄 모르고 있다. ‘AI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면 끝장’이라는 위기감 속 채권 발행이나 대출 등, 말 그대로 ‘빚을 내서라도’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양상이다. 경제적 성과가 보장된다면야 문제가 없지만, AI 버블이 실제로 붕괴할 경우 관련 대출이 부실화되면서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어 우려가 커진다. 일각에서는 AI 기업들의 자금 조달 구조가 2008년 전 세계를 금융위기로 몰아넣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유사하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빅테크 채권 발행 급증
9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총 250억 달러(약 35조8,000억원)의 채권을 발행한다. 알파벳은 유럽에서 65억 유로(약 10조7,000억원) 규모 채권을, 미국에서 175억 달러(약 25조원) 규모 채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미국 채권은 3년물부터 50년물까지 8종류로 발행되며, 만기가 가장 긴 50년물의 금리는 국채 대비 1.07%포인트 높은 수준으로 설정됐다. 이미 알파벳은 발행하는 채권에 대해 900억 달러(약 130조원) 규모의 주문량을 확보한 상태다. 앞서 알파벳은 지난 4월에도 유럽에서 65억 유로(약 11조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모회사 메타도 채권을 발행해 300억 달러(약 43조원)의 자금 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씨티그룹과 모건스탠리가 주관하는 이번 채권 발행에는 1,250억 달러(약 180조원)의 주문이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기술 기업인 오라클도 지난 9월 180억 달러(약 25조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오픈AI, 메타 등 고객사와 5년간 3,000억 달러(약 415조원) 규모의 클라우드 인프라 계약을 체결하면서 데이터센터 비용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오라클 채권 매입 수요 역시 880억 달러(약 125조원)에 육박하는 등 초과 청약 주문이 쇄도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AI 기술 기업의 채권 발행 규모는 올해 들어 크게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알파벳, 메타, 오라클 등의 채권 판매 규모만 1,800억 달러(약 260조원)로, 올해 미국 기업 채권의 순공급량 중 4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AI 산업은 다른 분야에 비해 막대한 기술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데이터센터의 구축과 운영에 더 많은 자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모건스탠리는 이들 기업이 AI 관련 인프라 투자에 2028년까지 3조 달러(약 4,300조원)를 지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채권시장 과열 우려 증폭
이에 자본시장에서는 기대보다는 우려가 큰 분위기다. AI 기술 기업 채권 발행 규모가 커지면서 AI 버블이 현실화되면 시스템적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가 연일 쏟아진다. 시장에서 수익을 내지 못할 수도 있는 AI 기업 채권에 금융 시장의 자금 수천억 달러가 쏠리면 부실 리스크가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 집계를 보면, 올해 주요 빅테크들의 AI 인프라 투자(자본지출 기준)는 3,200억 달러(약 465조원)로 2023년(1,510억 달러)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상태다. AI 인프라 투자는 2031년 1조 달러(약 1,450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빅테크의 인프라 투자뿐 아니라 벤처캐피탈(VC)의 AI 스타트업 투자도 역대 최대다. 지난해 연간 1,000억 달러(약 145조원)를 넘어섰다.
하지만 아직 뚜렷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AI 서비스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시장 참가자들은 천문학적인 투자에 의문을 제기한다. 현재 몇몇 AI 기업들의 경우 주가수익비율(PER) 등 밸류에이션이 대폭 높아진 상태다. AI·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의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이 200배를 웃도는 것이 단적인 예다. 기업 실적에 비해 주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얘기다. AI 기업들이 이끄는 미국 증시 역시 고평가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증시 과열 정도를 보여주는 실러지수(CAPE)는 2000년 닷컴 버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종목의 장부 가치 대비 시가총액 비율은 5.3배로, 닷컴 버블 때(5.1배)보다 높다.

AI 기업 수익성 실현 한계
가뜩이나 AI 버블에 대한 불안이 증폭된 상황에서 오픈AI의 사라 프라이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기름을 부었다. 프라이어 CFO는 지난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AI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사모펀드(PEF)와 은행, 연방정부의 보증(backstop)이 결합한 새로운 금융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막대한 규모의 AI 관련 인프라 투자를 계획하면서 미국 연방 정부의 채무 보증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이를 두고 국민 세금으로 자신들만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프라이어는 발언을 철회했고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도 해명에 나섰지만 진짜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월가는 오픈AI가 수년째 막대한 자금으로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음에도 수익 실현은커녕 현금만 축내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실제 오픈AI의 몸값은 뛰고 있으나 실속은 없다. 오픈AI의 기업가치는 5,000억 달러(약 720조원)로 평가되지만 창사 이래 흑자를 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천문학적인 투자가 수익으로 돌아올지도 불투명하다. 월가는 글로벌 AI 산업에서 총 1조 달러의 부가가치가 발생해야 기업들이 유의미한 수익을 챙겨갈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그만큼 지갑을 열고 있지 않다는 게 문제다. 오픈AI의 올해 추정 매출액은 130억 달러(약 19조원)로 아마존의 매출액 예상치(약 7,000억 달러·약 1,000조원)의 2%도 되지 않는다. 챗GPT 이용자 8억 명 중 유료 구독자는 5%에 불과하다.
서브프라임 사태 악몽 연상
무엇보다 AI 기업들의 전례 없는 현금확보 전쟁 속 월가의 투자은행(IB)과 PEF, 은행 등도 복잡하게 얽혀들어 가고 있다.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클라우드 기업)들이 채권과 대출, 신용 라인 개설 등으로 재원을 다각화하는 가운데 브로커리지 기관들도 익스포저(위험노출)를 방어하는 전략을 짜내느라 머리가 아픈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전략은 '합성 위험 전가(SRT)' 전략이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도이체방크가 AI 인프라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대출을 제공하면서 부도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합성위험이전(Synthetic Risk Transfer·SRT)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SRT는 이름 그대로 은행이 가진 대출의 부실 위험을 외부 투자자들에게 이전하는 상품으로, 은행은 대출 자체는 대차대조표에 남겨둔 채 신용 위험만 분리해 사고팔 수 있도록 설계됐다.
문제는 이 SRT의 구조가 2007년 미국 주택 시장 붕괴를 서브프라임 모기지 연쇄 부실, 그리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증폭시킨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와프(CDS)를 연상시킨다는 점이다. CDO처럼 여러 대출을 쪼개고 모아 다시 재포장해 팔고, CDS처럼 신용 위험 만을 분리해 거래하기 때문이다. 위험을 분산한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위기 땐 위험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도이체방크는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을 예측해 해당 대출의 부도 위험만 판매하는 CDS를 대규모로 만들어 팔았던 주역이다.
유명 헤지펀드 투자자 마이클 버리도 최근 AI 버블 붕괴 가능성에 베팅해 시장의 불안을 키웠다. 버리의 헤지펀드 사이언 애셋 매니지먼트(Scion Asset Management)는 지난 분기(9월 30일 종료 기준) 엔비디아 주식 100만 주, 팔란티어 주식 500만 주에 해당하는 풋옵션(미리 정한 가격으로 매도할 수 있는 권리)을 매입했다. 버리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다룬 영화 '빅쇼트'의 주인공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 붕괴를 예측해 돈방석에 앉은 인물이다. 도이체방크와 버리 모두 작금의 AI 버블을 미국 부동산 붕괴의 전조와 동일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