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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퇴직 칼바람 몰아치는 유통업계, 중후장대 산업 고용 축소에 내수 부진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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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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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부담 줄여라" 연이어 희망퇴직 시행하는 유통업계 
제조업·중후장대 산업 고용 위축, 소비 침체 위기 가중
낭떠러지 직면한 내수 기반 산업, 미래 전망 '먹구름'

유통업계가 '희망퇴직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다. 내국인 고용을 떠받치는 제조업·중후장대 산업의 고용이 눈에 띄게 위축된 가운데, 내수 소비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유통업계의 고용까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시장에서는 향후 유통업계를 비롯한 내수 기반 산업 전반이 침체 흐름을 피해 가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제기된다.

유통업계의 희망퇴직 도미노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6일 1950년 창사 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대상자는 근속 10년 이상 1980년 이전 출생자이며, 근속 10년 이상~15년 미만 임직원에게는 기준 급여 20개월분을 지급한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1,849억원으로 전년 대비 12.2% 감소했고, 순이익은 600억원으로 64% 급감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도 2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9% 줄었다. 2·3분기에 실적이 반등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중장기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롯데그룹의 이커머스 플랫폼인 롯데온과 롯데면세점 등도 지난해 줄줄이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LG생활건강도 지난달 면세점과 백화점 판촉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만 35세 이상(1990년 12월 31일 이전 출생자)에게 기본급 20개월분과 생활안정지원금, 전직장려금, 학자금을 지원한다. LG생활건강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5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4% 줄어들었다. 특히 뷰티 사업부문은 16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2004년 4분기 이후 20년 6개월 만에 적자 전환했다. 핵심 시장인 중국의 수요 회복이 더딘 가운데, 면세점·백화점 등 전통 오프라인 매장의 점진적 철수 가능성이 커지며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 세븐일레븐 운영사 코리아세븐은 지난달 2년 연속 희망퇴직 공지를 냈다. 사원급은 만 40세 이상 또는 현직급 8년 차 이상, 간부사원은 만 45세 이상 또는 현직급 10년 차 이상이 대상이다. 퇴직 위로금은 사원급 기본급 20개월, 간부사원 24개월에 재취업 지원금과 대학생 자녀 학자금도 포함된다. 코리아세븐은 2020년 85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뒤 적자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 2조3,866억원, 영업손실 427억원을 기록하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양극화하는 고용 시장

시장은 유통업계 고용 위축의 근본적 원인으로 제조업 및 중후장대 산업의 붕괴를 지목한다. 우리나라의 고용을 떠받치던 산업들이 줄줄이 침체 국면에 빠지며 내수 소비 여력이 크게 위축됐다는 진단이다. 고용노동부가 10일 발표한 ‘고용행정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는 1,568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9만7,000명(1.3%) 증가했다. 두 달 연속 19만 명대 증가폭을 유지했지만, 산업별로는 명암이 뚜렷했다.

해당 기간 서비스업 가입자는 22만7,000명(+2.1%) 증가해 고용 확장을 이끌었다. 반면 제조업 가입자는 1만4,000명 줄며 5개월 연속 감소했다. 내국인 제조업 가입자는 2만9,000명 줄어 9월보다 감소 폭이 확대됐고, 고용허가제 외국인 근로자도 1만5,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천경기 노동부 미래고용분석과장은 "금속가공·기계장비 제조업을 중심으로 감소세가 확대됐다"며 "전자·통신기기 제조업은 반도체 수출 증가로 두 달 연속 고용이 늘었으나, 자동차 제조업은 생산 물량 감소 등의 영향으로 증가 폭이 둔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건설업 가입자도 1만7,000명 줄어들며 27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지방 미분양,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경색, 안전 규제 강화 등 악재가 누적되며 국내 건설 경기가 가라앉은 결과다. 이와 관련해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2021년 6.2%이던 건설업계 평균 영업이익률이 현재 3%에도 못 미친다”며 “대부분 업체가 적자 공사 현장 마무리에 집중하고 있으며, 신규 수주나 인력 확충에 나설 여유가 없다”고 전했다.

유통 외 산업도 벼랑 끝 내몰려

고용 위축으로 인한 내수 부진 속 유통업계는 비관적 성장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소매유통업경기전망지수(RBSI)는 올해 3분기 102에서 4분기 87로 급감했다. RBSI는 유통기업의 경기 판단과 전망을 조사해 지수화한 것으로, 기업의 체감 경기를 나타내는 지표다. 지수가 기준(100) 이상이면 다음 분기의 소매유통업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이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로 해석한다. 대한상의는“경기 둔화와 내수 부진 지속, 업태 간 경쟁 심화 등 복합적 요인으로 인해 4분기 전망치가 상승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고 풀이했다. 

일각에서는 유통업계를 넘어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 대부분이 위기에 직면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철강 등 제조 관련 중소기업들이 내수 부진과 중국발 저가 공세, 미국발 관세 압박 등 겹악재에 짓눌려 줄줄이 낭떠러지에 내몰릴 것이라는 진단이다. 실제 최근 수많은 중소기업이 자금난 및 부실 위기를 맞닥뜨린 상태다.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 통계를 살펴보면 이 같은 위기가 여실히 드러난다.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높은 IBK기업은행의 올해 3분기(7∼9월) 대출 연체율은 1%로, 금융위기가 불거진 2009년 1분기(1.02%)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도 올해 3분기 평균 0.53%로 2016년 3분기(0.65%) 이후 9년 만에 분기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5대 지방은행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지역 경기 부진이 이어진 데다, 환율 급등으로 외화 대출을 한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되면서다. 이들의 평균 3분기 연체율은 1.1%로, 같은 분기 기준 2016년 3분기(1.14%) 이후 9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특히 전북은행의 3분기 중소기업 연체율은 1.27%로 지방은행 중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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