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비 지출 GDP 3.5% 수준까지 끌어올린다" 방위 강화 나선 독일, 재정 건전성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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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2030년 국방비 지출 1,500억 유로까지 확대 예정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유럽 방위 강화 부담 가중 "국가부채 비율 치솟을 것" 재정 건전성 우려 제기

독일이 2029년까지 국방비 지출 규모를 대폭 확대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유럽 방위 체계 내 미국의 영향력이 축소되자, 한동안 국방력 강화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던 독일이 노선을 전환한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공격적인 자금 투입으로 인해 독일의 재정 건전성이 대폭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독일, 국방비 지출 급속 확대
12일(이하 현지시각)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독일은 2030년까지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3.5% 수준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앞서 독일 연방 정부는 국방비를 지난해 520억 유로(약 82조원)에서 올해 624억 유로(약 98조4,000억원), 2029년 1,529억 유로(약 240조9,000억원)로 늘리는 내용이 포함된 올해 예산안과 중기 재정계획을 의결한 바 있다.
독일의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이 3.5%까지 뛰는 것은 동서 냉전 시절인 1975년 이후 처음이다. 증액 속도 역시 프랑스, 영국 등 여타 유럽 주요국을 훌쩍 뛰어넘는다. 현재 GDP의 약 2%를 국방비로 쓰는 프랑스는 2030년까지 지출 규모를 3~3.5%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방비가 GDP의 2.3% 수준인 영국은 2035년까지 GDP의 5%까지 지출을 늘리는 것이 목표다. 2029년 지출액은 GDP의 3%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측된다.
재원은 부채를 통해 충당할 가능성이 높다. 독일 의회는 지난 3월 국방비와 인프라 투자 비용에 한해 부채 한도(부채 브레이크) 규정을 적용하지 않기로 기본법(헌법)을 개정했다. 국방비는 부채를 사실상 무제한 허용하고, 인프라 투자 예산은 12년간 5,000억 유로(약 787조9,000억원)의 특별기금을 조성해 지출하는 방식이다. 특별기금을 포함한 각종 투자 예산은 올해 1,160억 유로(약 182조8,000억원), 내년 1,240억 유로(약 195조4,000억원)로 책정됐다.
국제 정세 변화가 노선 전환 이끌어
독일이 이 같은 정책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변한 국제 정세가 자리한다.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시 경제 체제로 전환했고, 올해도 국방·안보 분야에 국가 전체 지출의 41%를 쏟아부을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유럽 방위 부담을 유럽으로 전가하는 전략을 노골적으로 추진하며 독일을 비롯한 유럽 각국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현재 독일의 방위 능력은 크게 약화한 상태다. 독일 정부의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연방방위군(분데스베어) 병력은 18만 명에 그쳤다. 군인 평균 연령은 34세로 고령화했고, 필수 장비 역시 부족한 실정이다. 독일이 1990년 통일 이후 30년 이상 GDP 대비 국방비 지출 비율을 1%대로 유지한 탓이다. 독일의 이번 지출 확대는 대륙 안보를 책임지기 위한 투자인 셈이다.
문제는 급작스럽게 불어난 지출로 인해 재정 건전성 우려가 가중됐다는 점이다. 독일의 내년도 신규 부채는 1,743억 유로(약 278조원), 2029년에는 1,861억 유로(약 297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현지 언론은 현재 GDP 대비 63%인 정부 부채 비율이 2029년에는 70%에 육박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국가부채 비율이 100%가 넘는 프랑스, 이탈리아 등 주변국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지만, 부채 브레이크를 앞세워 건전성을 관리해 왔던 독일 정부 입장에서는 충분히 부담이 되는 수치다.
국가신용등급 등의 변화에 따라 이자 부담이 크게 불어날 수 있다는 점 역시 리스크 요인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부채가 늘면서 이자 부담이 현재 300억 유로(약 48조원)에서 2029년 600억 유로(약 96조원) 이상으로 늘어나는데, 이건 금리가 어느 정도 안정적인 경우일 것”이라고 전했다. 독일납세자연맹(BdSt)의 라이너 홀츠나겔 대표 역시 “현재 독일의 최고 신용등급은 영원히 고정된 것이 아니다”라며 국가 신용과 시장 상황에 따라 이자가 연간 1,000억 유로(약 160조원) 이상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국가부채 비율 폭등 전망 제기
독일 내부에서도 관련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11일 독일 일간 매체 벨트(Welt) 보도에 따르면,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현재의 지출 추세가 이어질 경우 독일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2040년 거의 90%에 달하고, 100%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급증하는 부채가 국가 재정의 회복성을 약화시키고, 위기 시 정부가 개인과 기업을 지원할 여력을 줄일 것”이라며 “안정을 중시하는 통화 정책과도 충돌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분데스방크는 부채비율을 장기적으로 유럽연합(EU)의 권고 수준인 GDP 대비 60% 이하로 되돌려야 하며,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재정적자 축소 계획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짚었다. 보고서에는 “2029년까지 GDP 대비 4%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재정적자를 2030년 이후 1% 이하로 낮춰야 한다”며 “이 수준을 유지하면 2050년대 중반에는 국가부채가 GDP의 60% 이하로 돌아올 수 있다”는 조언이 담겼다.
복지 축소에 대한 우려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앞서 라르스 클링바일 독일 재무장관은 지난 7월 2026년 예산안 의결 당시 “세금을 인상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부처 전반에 걸쳐 막대한 예산 삭감과 복지 시스템 개혁이 필요할 수 있다”며 “향후 12개월 동안 우리가 극복해야 할 큰 과제 중 하나”라고 경고했다. 독일의 지난해 사회복지 지출은 1조3,500억 유로(약 2,300조원) 규모였으며, GDP 대비 사회복지 지출 비중은 27.9%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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