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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DDR5 60% 인상, AI 수요 폭발과 중국 추격이 만든 ‘가격 전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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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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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서버용 수요 폭발에 ‘공급 쇼크’
중국도 DDR5-HBM 동시 가속
삼성은 투자·세대전환 동시 추진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더블데이터레이트(DDR)5를 비롯한 주요 D램 모델의 기업 간 계약가격을 불과 두 달 만에 최대 60% 인상하면서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 충격파를 던졌다. 중국 업체들이 DDR5 전환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양산 준비에 속도를 내며 새로운 변수로 부상한 가운데, 삼성전자는 차세대 생산 거점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범용 D램의 가격 상승, 세대교체, 공급망 재편이 한꺼번에 이뤄지면서 메모리 시장의 중기 균형점 또한 재설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두 달 사이 149달러→239달러

16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이달 들어 DDR5 D램의 기업 간 계약 가격을 최대 60% 인상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서버용으로 사용되는 32기가바이트(GB) DDR5 RDIMM(Registered DIMM) 모듈의 11월 계약 가격은 239달러(약 34만원) 가량”이라며 “이는 불과 두 달 전인 9월 149달러(약 21만원)에서 크게 뛴 수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DDR5 시장이 본격적인 공급 압박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빠르게 확산됐다. 

가격 급등의 주요 원인으로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충 속도가 시장 예상보다 훨씬 가팔라졌다는 점이 거론된다. 그간 시장에서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탑재되는 HBM의 중요성이 거듭 강조됐지만, 이 과정에서 DDR5 역시 AI 서버 구성의 핵심 자원이라는 사실은 간과됐다. 실제로 GPU가 연산을 수행하는 동안 이를 보조하는 CPU와 메모리 시스템은 HBM과 함께 대용량 DDR5를 요구한다. AI 기업들이 모델 규모 경쟁에 돌입하면서 고성능 서버 구성 자체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대해졌고, 이로 인해 DDR5 수요 또한 초과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다. 

문제는 주요 기업들의 공정 전환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D램 3사는 폭증하는 HBM 주문을 감당하기 위해 기존 범용 D램 라인의 상당 부분을 HBM용으로 전환하는 중이다. HBM3E(5세대 HBM) 등 최신 제품은 동일 용량의 DDR5 대비 약 3배의 웨이퍼를 필요로 하며, 실리콘 관통 비아(TSV) 적층 공정 복잡도가 높아 공정 시간도 길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HBM을 우선 배치하는 업체가 늘면서 DDR5 생산은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최근 올 4분기 D램 고정거래가격 전망치를 기존 ‘8~13% 상승’에서 ‘18~23% 상승’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처럼 전망 폭이 한 번에 10%p 이상 확대된 것은 공급 긴장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시장 판단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트렌드포스는 “최소 2026년 중반까지 DDR5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짚으며 “향후 클라우드·서버 기업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 시장까지 가격 부담이 전가되는 ‘연쇄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놨다. 

중국 메모리업계 거센 추격

변수는 중국 업체들의 거센 움직임이다. 중국이 메모리 산업의 세대교체를 본격화하면서 글로벌 수급을 좌우하는 또 다른 축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해 1~10월 중국의 집적회로(IC)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7% 급증한 1조1,600억 위안(약 238조원)을 기록했다.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가 전 세계 D램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흡수하면서 중국 내 반도체 공장 가동률이 빠르게 회복된 가운데, AI 서버 수요 확대가 중국 메모리 산업의 체질을 바꾸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중국 내 메모리 제조사들은 이러한 수요 환경을 활용해 생산구조 전환에 속도를 올리는 모습이다. 변화의 선봉에 선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올해 상반기를 기점으로 DDR4 생산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DDR5 중심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계획을 내놨다. 연말까지 전체 생산량의 60% 이상을 DDR5로 전환하고 나머지는 LPDDR4·LPDDR5 등 저전력 제품군으로 재편한다는 목표다. 중국 내에서는 이러한 세대교체 전략이 IC 수출 확대와 맞물려 메모리 공급망의 무게중심을 자국으로 끌어오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중국 업체들의 생산 포트폴리오 전환은 곧바로 가격에 반영됐다. 선전의 화창베이 전자시장에서는 DDR4 모듈이 420위안(약 8만,6000원)을 넘어선 수준으로 거래되면서 ‘금보다 비싼 메모리’라는 표현이 나왔다. 업계는 이를 DDR5 전환 과정에서 나타난 과도기적 현상으로 보면서도 CXMT의 DDR5 본격 진입 시 가격 경쟁 재연과 수익성 압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제기했다. DDR4에서 경험한 가격 붕괴가 DDR5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중국은 DDR5에 그치지 않고 HBM 영역까지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CXMT는 16나노미터(nm) 공정 기반 HBM3(4세대) 샘플을 화웨이와 협력사들에 공급하며 2026년을 대규모 양산 시점으로 잡았고, DDR5 양산 과정에서 확보한 수율 개선 역량을 HBM3 본격 양산의 기술 기반으로 삼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DDR5와 HBM을 동시에 겨냥한 CXMT의 확장 행보는 향후 생산능력과 수율 안정화에 따라 시장의 균형점과 가격 흐름 자체를 뒤흔들 변수로 거론된다. 중국 현지 보도에 따르면 CXMT의 DDR5 수율은 80%를 돌파해 글로벌 선두 업체들의 기준치에 근접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시장 중심 선제적 이동’ 전략적 판단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삼성전자의 D램 가격 인상은 단기 이익 극대화 조치를 넘어 향후 메모리 시장 판도를 선제적으로 바꾸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만들어낸 공급자 우위 환경을 활용해 가격 레벨 자체를 한 단계 끌어올리고, 이렇게 확보한 현금을 차세대 공정에 재투입하는 구조를 노린다는 분석이다. 이는 경제학 원리에 바탕을 둔 시각으로, 통상 기술 격차가 큰 시장의 상위 사업자는 일정 수준 이상의 가격대를 유지하면서도 수요를 유지할 수 있는 반면, 후발 업체는 낮은 단가로 물량을 방어할 수밖에 없어 이익률 격차가 시간이 지날수록 벌어진다고 보는 것과 같다. 

삼성전자가 지난 5년간 이어진 메모리 불황 국면에서 평택 5공장 착공 시점을 미루다가 AI 수요 폭발을 계기로 공사를 재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삼성전자는 향후 5년간 국내에 450조원을 투자하고, 이 가운데 평택캠퍼스 2단지 5라인에는 약 60조원을 투입해 2028년 본격 가동을 목표로 잡았다. 181만 ㎡ 규모의 1단지(1~4라인)와 105만 ㎡ 2단지(5~6라인)로 구성된 평택사업장은 이미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를 아우르는 복합 생산 거점으로 자리 잡았으며, 이번 결정으로 사실상 차세대 메모리·파운드리의 핵심 허브로 굳어지는 형국이다. 

투자 방향을 세부적으로 보면 삼성전자의 전략 의도는 더욱 뚜렷해진다. 업계에 의하면 평택 5라인은 HBM4와 HBM4E 같은 6세대 HBM과 차세대 2나노, 1.4나노 파운드리 공정이 함께 들어서는 핵심 기지가 될 예정이다. 이는 2027년 이후 본격 성장할 HBM4E 수요에 맞춰 생산능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엔비디아 등 글로벌 고객사의 요구에 맞춘 맞춤형 공정 조합을 구현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같은 라인 안에서 HBM과 DDR 계열 D램, 첨단 파운드리를 함께 운영하면 웨이퍼 수율 관리는 물론 공정 전환 속도, 고객별 제품 믹스 조정에서 얻을 수 있는 유연성이 극대화된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 역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중장기적으로 600조원 규모 투자를 예고, 이곳에서 HBM4·HBM4E와 321단 낸드를 주력으로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고부가 메모리 중심의 투자 경쟁이 이미 과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줬다. 이는 선두 기업이 일정 수준 이상의 가격대를 유지해 투자 여력을 확보하고, 기술 격차를 더 벌리는 쪽이 중장기적으로 더 유리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행보로 풀이된다. 결과적으로 지금의 단기적 ‘가격 쇼크’는 기술과 설비, 시장 지형을 한꺼번에 재편하려는 장기 전략에 해당한다는 해석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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