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기차 '초저가 전략'으로 신흥시장 점령, 내수는 수익성 하락에 구조조정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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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D, 브라질에 남미 최대 전기차 공장 가동 내수 시장 과열 경쟁에 신흥국으로 눈 돌려 中 정부, 국영 기업 통합 등 구조조정 돌입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이 초저가 전략을 앞세워 남미,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현지 생산거점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동시에, 중국 국영기업의 현지 인프라 투자를 새로운 물류망을 확보하는 등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넓히는 양상이다. 그러나 과도한 출혈 경쟁으로 수익성이 크게 하락해 기업 간 실적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중국 정부가 보조금 폐지 등 전기차 산업의 구조조정에 나선 가운데, 전문가들은 향후 약 15개 기업만이 생존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페루 찬카이항 통해 남미로 2만여 대 수출
17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페루 찬카이항 개항을 계기로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이 남미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찬카이항은 중국 국영 해운사인 코스코(COSCO)가 지분 60%를 보유한 메가포트로, 남미 최초의 스마트 항만이다. 개항 1년 만에 북미를 경유하는 기존 무역 루트를 대체해 중국과 남미 간 해상 운송 기간을 절반 수준으로 단축시키면서, 남미의 새로운 무역 허브로 자리 잡았다. 코스코는 이 항만을 통해 연말까지 차량 2만여 대를 들여오고, 이 중 일부를 칠레·에콰도르·콜롬비아 등으로 환적할 계획이다.
남미 현지의 생산거점도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는 지난달 브라질 바이아주 카마사리에 남미 최대 전기차 공장을 완공했다. 2021년 포드가 철수한 부지에 새로 들어선 이 공장의 건설에는 55억 헤알(약 9,800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첫해는 조립된 키트를 활용해 연간 15만 대를 생산하고, 2026년 7월 완전한 현지 생산 체제에 갖추게 되면 물량을 30만 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BYD는 2022년 브라질 전기차 시장에 진출한 이후 누적 17만 대를 판매했다. 현지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74%로 1위에 올랐다.
중국 전기차업계는 남미와 더불어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도 현지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태국에서는 이미 전기차 시장의 85%를 중국산 브랜드가 점유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에서도 BYD·샤오펑·체리 등이 현지 생산과 투자를 확대하며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서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서는 현지 리튬 자원을 활용해 원자재·부품·완성차 생산으로 이어지는 공급망을 구체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와 함께 지리적으로 유럽과 가까우면서 자동차 산업 기반을 갖춘 모로코, 알제리, 이집트 등 북아프리카에도 공장 신설 계획을 공식화했다.

손익분기점 넘긴 기업은 130개 중 4곳뿐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이 신흥시장 공략에 성공할 수 있었던 주요인은 가격 경쟁력이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를 국가 핵심 산업으로 지정해 대규모 지원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 결과 2019년 한 해에만 완성차 제조기업 500곳이 설립됐다. 전기차 제조사가 난립하면서 공급·수요 불균형이 발생했고, 이는 가격 인하로 이어졌다. 실제로 BYD, 니오, 샤오펑, 리오토 등 중국 주요 브랜드의 평균 차량 판매 가격은 2021년 3만1,000달러(약 4,500만원)에서 2024년 2만4,000달러(약 3,500만원)로 떨어졌다. 가격을 인하한 모델은 2023년 150개에서 지난해 227개로 늘었다.
2020년 이후 중국 전기차 시장은 치열한 저가 경쟁으로 기업 간 실적 격차가 확대됐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국내 자동차 산업의 평균 가동률은 50%에 불과하다. 손익 분기점인 '연간 40만 대 판매량'을 넘긴 업체는 전체 130여 자동차 제조사 중 BYD, 리샹, 하이마, 광치아이안 4곳뿐이다. 같은 기간 중국 내수 판매량은 2,690만 대로 전체 생산능력 중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에 대해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앨릭스파트너스는 "내수 시장에서의 소모적인 경쟁으로 2030년에는 약 15개 기업만 생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신흥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구매력이 낮은 개발도상국의 소비자들에게도 중국 전기차의 낮은 가격은 매력적인 진입점을 제공했다. 중국 기업의 초저가 전략은 단순한 가격 인하를 넘어 할인, 자체 지원금, 금융 보조, 재고 소진 프로모션 등 다양한 방식이 활용됐다. 일례로 BYD의 최저가 모델은 멕시코, 아랍에미리트(UAE), 홍콩, 일본,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비서구권 10개국에서 테슬라보다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으며 브라질 등 일부 남미 지역에서는 현지 내연기관차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 폐지하면 판매량 5% 감소
다만 올해 들어 중국 전기차 산업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초저가 경쟁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4월 중국 정부는 중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주요 국영 자동차 기업의 통합과 전략적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어 7월 중앙도시업무회의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전기차에 무분별하게 막대한 투자가 이뤄지면서 과잉공급과 자원낭비를 초래했다"고 공개 비판했고, 관련 당국은 내년부터 전기차를 전략 산업 목록에서 제외하고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겠다고 예고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구매에 대한 현금 보조금 및 세제 혜택이 중단될 경우, 중국 본토의 자동차 판매량도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닉 라이 JP모건 아시아·태평양 자동차 애널리스트는 "보조금으로 수요가 앞당겨졌기 때문에, 내년 자동차 판매가 3~5% 감소할 수 있다"며 "전기차만 따로 놓고 보면 판매 성장률이 올해 27%에서 내년 15%로 둔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그는 "이 같은 전망은 현행 보조금과 세제 혜택이 모두 중단되는 상황이 전제"라며 "소비가 강세를 보이는 시나리오하에서도 성장세는 정체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외적으로는 주요국의 대중국 규제도 위기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은 지난해 9월부터 중국산 완성차에 100% 관세를 부과해 사실상 수입을 봉쇄했다. 이에 중국 기업들은 수출 물량을 유럽에 집중시켰고, 올해 상반기 중국 전기차의 유럽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91% 급증했다. 하지만 최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연내 유럽 제조사의 소형 전기차 생산을 지원하기 위해 '경제적 소형 전기차' 규격을 신설하기로 했다. 이는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업계에서는 새 규격이 신설되면 유럽 기업들이 저렴한 전기차를 내세워 중국의 저가 공세에 맞설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