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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 산업 수요 무너져"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과잉 위기 가시화, 해답은 기술 발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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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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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생산 능력, 수요 훌쩍 웃돌아
중국發 물량 밀어내기·美 보조금 폐지에 얼어붙은 전기차 시장
수요 회복 위해선 전고체 배터리 등 혁신 기술 상용화 필요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과잉에 대한 경고가 시장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중국산 저가 전기차가 글로벌 시장에 대거 쏟아지며 전방 산업의 수요-공급 균형이 붕괴한 가운데, 후방 산업인 배터리업계의 전망에도 먹구름이 낀 것이다. 일각에서는 전고체 배터리 도입 등을 통한 대대적 성능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시장 수요가 회복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분석도 제기된다.

배터리 공급 과잉 경고등 켜졌다

2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과잉 생산에 대한 경고가 속속 제기되고 있다. 일례로 지난 10일(현지시간) 전기차 전문매체 인사이드EV는 알릭스파트너스 보고서를 인용, 북미, 유럽, 중국을 포함한 주요 시장에서 배터리 생산 능력이 수요를 훨씬 웃돌고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현재 북미는 수요 대비 1.9배, 유럽은 2.2배의 배터리 생산 능력을 보유 중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은 5.6배에 달하는 과잉 생산 상태로, 중국산 전기차와 부품에 대한 관세가 더해지며 상황이 더욱 악화 중인 실정이다.

지난 8월 닛케이 역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모빌리티 자료를 인용해 올해 세계 전기차 배터리 공장의 생산 능력이 총 3,930GWh(기가와트시)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시장 수요 예상치(1,161GWh)의 약 3.4배에 달하는 규모다. S&P는 내년에도 전기차 배터리 생산 능력이 수요의 3배를 넘을 가능성이 높으며, 2030년에는 2.4배가량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기업들은 줄줄이 배터리 생산 속도 조절에 착수했다. 포드는 꾸준히 전기차 관련 투자를 축소하고 있으며, 한국 파트너 SK온과 함께 켄터키주에 건설 중인 58억 달러(약 8조5,400억원) 규모 배터리 공장의 본격적인 생산 일정도 결정하지 않았다. 제너럴모터스(GM) 역시 지난달 오하이오와 테네시에 위치한 LG 에너지솔루션과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총 1,550명의 근로자를 해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파나소닉 홀딩스도 7월 개소한 캔자스 배터리 공장의 본격적인 생산 시작 시기를 확정 짓지 못한 상태다. 다만 닝더스다이(寧德時代·CATL), 비야디(BYD) 등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약 70%를 점유 중인 중국 업체들은 최근까지도 증산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혹한기 맞이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

배터리 시장의 수요-공급 균형이 무너진 것은 전방 산업인 전기차 수요 자체가 눈에 띄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장 침체의 근원지로는 중국이 꼽힌다. 중국 정부는 시장 선점을 위해 일찌감치 자국 전기차 업체에 세제 등 혜택을 몰아줬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2009년부터 2024년까지 전기차 산업에 투입한 보조금 규모는 2,310억 달러(약 320조원)에 달한다. ‘2060년 탄소 중립’ 등 정부의 장기 정책 방향성도 전기차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을 도왔다. 그간 중국 정부는 전기차 비중을 2025년 20%, 2030년 40%, 2035년 50%로 설정하고 과감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이로 인해 전기차 제조 업체들이 500여 개나 난립하며 내수 소비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생산 과잉이 빚어졌다. 올 들어 업체 수가 169개까지 줄었지만, 여전히 이 중 93개의 시장점유율이 0.1%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이들 업체는 공급 과잉 국면 속 생존을 위해 가격 인하와 수출에 집중했고, 그 결과 저가 중국산 전기차가 글로벌 시장에 대거 쏟아져 나왔다. 공급이 급증하며 물량 소화 속도가 지연되자 여타 국가의 전기차 업체들도 줄줄이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디플레이션’이 본격화한 셈이다.

올해 국회를 통과한 트럼프 행정부의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 OB3)'은 이 같은 시장 위기에 기름을 들이부었다. 해당 법안으로 인해 지난 9월 30일 7,500달러(약 1,000만원) 상당의 연방 전기차 세금 공제 혜택이 조기 종료됐고, 10월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전월 대비 24% 이상 급감했다. 핵심 시장 중 하나인 미국의 소비자 수요가 완전히 얼어붙은 것이다.

'혁신적 변화' 필요한 때

일각에서는 이른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등 혁신 기술이 상용화되기 전까진 시장 침체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배터리로, 높은 에너지 밀도와 빠른 충전 속도 및 열 안정성을 갖췄다는 장점이 있다. 작동 온도 범위가 넓은 것도 특징이다. 영하 40도의 혹한에서부터 100도에 달하는 고온의 환경에서까지 성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어, 혹서·혹한 지역과 항공·우주 등 극한 환경에서도 활용도가 높다.

다만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상용화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대표적인 문제가 ‘이온전도도’와 ‘계면 저항’이다. 이온전도도는 전해질 속에서 리튬이온이 얼마나 빠르고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액체 전해질은 물처럼 유동성이 있어 리튬이온이 비교적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지만, 고체 전해질은 그 구조가 단단해 이온이 통과할 길이 제한된다. 결과적으로 전류 흐름이 느려지고, 이는 곧 충·방전 속도 저하와 출력 성능 감소로 이어진다.

계면 저항은 전극과 전해질이 맞닿는 면에서 발생하는 ‘전기 흐름의 마찰’로 이해할 수 있다. 액체 전해질은 표면장력 덕분에 전극과 빈틈없이 밀착돼 리튬이온이 쉽게 오가지만, 고체 전해질은 표면에 미세한 굴곡이 존재해 접촉이 완벽하지 않다. 이 때문에 전극과 전해질 사이에 보이지 않는 틈이 생기고, 그 틈이 일종의 ‘저항벽’으로 작용하며 전지 성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주요 전기차 업체들은 기술 발전 속도를 고려해 전고체 배터리 도입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는 전고체 배터리를 도입하는 대신 현재의 리튬이온 기술을 고도화하는 전략을 택했으며, 중국 CATL과 일본 파나소닉 등 배터리 제조사도 기술 한계와 양산의 어려움을 이유로 속도 조절에 나선 상황"이라며 "당분간 관련 업계는 실용성과 비용 효율성이 입증된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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