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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LG CNS의 인도네시아 사태로 본 한국 IT업계의 갈라파고스적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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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7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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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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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conomy Korea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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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CNS, 인도네시아 정부 웹사이트 제작 오류로 곤욕 치뤄
해외 IT프로젝트 팀들 대비 팀 전체의 역량 크게 떨어지는 것이 한국 IT 현실
커뮤니티 문화, 협업 문화, 역할 공유 문화 없이 기존 시스템으로는 추격 어려워
해외 프로젝트 수주하고 싶으면 개발 문화부터 바꿔야

지난 10월, 인도네시아 국세청의 핵심 세무행정시스템 코어텍스(Coretax)를 구축하던 LG CNS에 대한 한 인도네시아 정부 관계자의 노골적인 불만이 SNS를 탔다. 처음에는 장관급이, 나중에는 국무총리급 인사가 해당 SNS의 내용을 확인하면서 IT업계 관계자들 사이에는 한 차례 한국 IT프로젝트의 현실에 대한 논란이 일었는데, IT업계 밖으로는 크게 알려지지 않은 상태인 것 같다.

당시 유디 사데와 인도네사아 재무부 장관의 SNS에 언급된 내용은 코어택스 시스템이 반복적으로 오류를 내면서 기능 장애가 일어나는 탓에 활용이 어렵고, 최종 검수가 안 된 상태에서 프로젝트를 마친 수준이라는 노골적인 불만이었다. 이어 국무총리급 인사까지 나서면서 소스코드를 직접 넘겨받아 인도네시아에서 다시 제작에 들어가야 하는 수준이라는 강도 높은 불만까지 제기됐다. 보통 남들이 만든 소스코드를 보고 수정하게되면 어디에서 어떻게 작업해놨는지 찾아내기 쉽지 않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코드를 넘겨받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는다. 인도네시아 정부 관계자들이 LG CNS에 얼마나 강한 불신을 갖게 됐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해외 IT프로젝트 할 수 있는 체급과 한국 IT업계 현실

IT업계 관계자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 종종 언급되는 사안으로, 왜 한국의 SKY, SKP로 불리는 명문대 컴퓨터공학과 출신 고급 개발자들을 모아놓고 IT프로젝트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6개월 부트캠프만 갓 졸업한 수준에 불과한 해외 개발자 그룹보다 6개월, 1년 프로젝트 결과물이 더 나쁜지에 대해서 토론하는 경우들이 있다. 잊을만하면 주기적으로 비슷한 논란이 제기되고, 보통은 한국의 기획자 역량 부족이 원인이라는 결론으로 끝이난다.

필자가 처음 한국에서 IT프로젝트를 했던 2019년부터 지난 7년간 겪어본 바와 결합해보면, 기획 역량이 부족한 것은 맞는데, 한국 기획자들의 역량 부족으로만 몰아세우는 것에는 찬성하기 어렵다.

6개월 부트캠프 출신들이 모인 프로젝트는 기획 역량이 부족하다 못해, 아예 없는 수준에서 시작하는데, 정작 1년 후에 완성된 결과물을 보면 사용하기에 전혀 불편함이 없는 수준일 뿐만 아니라, 향후 몇 년간 관련 프로그램들의 업데이트에도 전혀 문제가 없는 수준으로 만들어 놓은 경우들을 굉장히 많이 보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널리 쓰이는 오픈소스 콘텐츠 관리 서비스(CMS)인 워드프레스(WordPress), 드루팔(Drupal), 줌라(Joomra) 등의 커뮤니티를 보면, 구글이 운영하는 부트캠프 졸업생들이 졸업 프로젝트로 만들어놓은 플러그인들도 많고, 완성도도 매우 높다. 오픈소스 프로그램 답게 개발자들 사이에 활발하게 토론을 거치면서 추후 기능 업데이트도 꾸준히 이어지기도 한다.

한국에서 운영되는 커뮤니티들은 어떤 개발 작업을 진행 중인데, 오류로 진행이 되질 않는다,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다는 질문과,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해주는 커뮤니티 운영자들 위주로 돌아간다. 서비스를 써 보니 불편해서 이렇게, 저렇게 바꿨으면 좋겠는데, 업데이트 진행되는 부분이 있는지를 묻고, 고친 부분을 추가해서 올려놨으니 같이 봐 달라, 다른 서비스에서 바꾼 것을 이렇게 응용해봤다 등등의 상호의존적이고 발전적인 대화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이런 문화적인 차이는 개발 프로젝트에서 기획자의 역량 의존도에도 적용된다. 한국은 기획자가 고객사와 논의해서 만든 기획서를 디자인과 개발 팀이 얼마나 빨리 완성시키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최신 기술을 적용했다고 고객사에 강조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기획서 완성에 전체 프로젝트 기간의 1/3, 1/6이 배정되고, 디자인, 개발 팀은 거의 놀고 있다가, 기획서가 완성되면 남은 기간동안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서 밤을 샌다. 반면, 해외 개발팀들은 프로젝트 초기에 큰 틀에서 유동적으로 쓰이는 시스템을 만들고,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서로 토론하고, 매일 밤 업무 끝나고 만난 모임에서, 구글 검색에서, 회사 내 공유 채팅방에서 나온 내용을 추가하면서 기획이 조금씩 변경되면서 결과물이 완성된다.

즉, 한국은 기획자 한 명, 혹은 기획자 집단에게 프로젝트 전체 기간의 1/3, 1/6정도의 압축된 기간 동안 빠르게 기획서를 만들도록 압박하는 구조인 반면, 해외 프로젝트들은 모든 인원이 기획 역량을 갖고, 서로 도와가면서 완성도를 높여가는 시스템인 것이다. 한국은 기획자가 전지전능해야하고, 과거에 비슷한 프로젝트를 해 봤어야 실패할 확률이 적다. 반면 해외 프로젝트들은 IT프로젝트 경험보다, 인력들의 개인 역량이 골고루 높고, 팀원 간의 토론 문화가 잘 형성되어 있어야 실패할 확률이 줄어든다.

왜 해외에서는 되는데 한국에서는 안 될까?

한국에서 3년 남짓 그렇게 프로젝트 운영을 해 본 이후로는 단계적으로 해외 개발자들을 쓰는 방식으로 회사 운영이 변경됐고, 해외 기관 산하로 들어가고 난 이후로는 한국에서 개발 인력을 뽑아 쓴 적이 없다. 업무 스타일이 다른만큼, 필자의 업무도 바뀌었는데, 한국에서는 기획서를 만들어 달라는 개발 팀의 요구에 맞춰주느라 기획서를 만드는 화면을 띄워놓고 살았다면, 해외 개발 팀과 업무하면서는 대화창을 따라가기 바빠졌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한국 개발 문화로는 해외 수준의 완성도를 갖춘 IT프로젝트를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최소한 한국 개발 문화로는 다른 방식으로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한국은 토론 문화가 없는 나라, 속칭 '까라면 까야된다'는 사고 방식대로 업무를 진행하는, 상명하복 방식으로 돌아가는 업무 문화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한국 IT프로젝트의 수준이 높아지려면 기획서 제작에 굉장히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 기획자들의 역량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마치 삼라만상을 다 궤뚫고, 전지전능한 수준으로 모든 경우의 수를 다 따지는 '천재 기획자'가 기획서를 만들고, 그래서 개발, 디자인 팀이 기획서를 수정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없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해외 팀의 경우에는 프로젝트에 투입된 인원 모두가 이 프로젝트의 주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기들이 직접 써 보면서 문제점을 공유하고, 어떻게 고쳐야하는지 대화창을 통해 토론이 이뤄진다. 한국 개발자와 디자이너는 직접 서비스를 써 볼 겨를이 없다. 최종 검수는 다른 사람이 하는 업무고, 원래부터 기획서가 잘못 나왔기 떄문에 생기는 문제일 뿐이지, 개발자 기준으로 코드가 정상적으로 돌아갔으면 자기 파트의 문제가 아니니까 자기 책임이 아니다.

프로젝트 운영 방식과 인력들의 사고 방식이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위의 인도네시아 세무행정 시스템 프로젝트의 경우에도 LG CNS 내부적으로는 기획자에 대한 비난이 강하게 제기됐을 것이다. 실제로 익명을 요구한 LG그룹 내부 관계자에 따른 사내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프로젝트 전체적으로는 기획자에게 불만이 쏠려 있고, 기획 팀에서는 개발자들이 코딩의 기본인 객체지향적(OOP) 구조를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각 부분이 따로 놀아서 그렇다고 불평을 하는 중이었다.

해외 프로젝트 하고 싶으면 개발 문화부터 바꿔야

지난 1월, 상장을 준비하던 LG CNS의 목표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높다는 지적에 대해 회사 측에서는 해외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LG그룹 의존도를 낮추게 되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밸류에이션이 된다고 답변한 적이 있다.

당시 IT업계 관계자들은 삼성SDS, SK AX, 현대오토에버 등의 주요 대기업의 IT외주 계열사들이 모두 해외 프로젝트 수주에 힘겨운 것을 들면서 LG CNS의 주장이 매우 현실성이 낮다고 봤었다. AI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돌아다니는 라이브러리를 갖다 붙인 수준에 불과하고, 프로젝트 운영 방식이 위에 설명한대로 매우 한국적인 것은 어느 대기업 계열사나 상황이 다르지 않았기 떄문이다.

최근 들어 에이전틱 AI에 대한 바람이 불자, 위의 주요 대기업 IT외주 계열사들도 프로젝트 수주에 한창인데, 모 회계법인 산하의 컨설팅 업무 팀에 재직 중인 한 해외 대학 출신 인력이 삼성전자에서 요청하는 모든 에이전트AI 서비스를 다 만들어 준 사례를 최근에 접했는데, 삼성SDS에 요청했을 때는 팀 전체가 투입되어도 못 만들어 냈던 상황이라 삼성전자 고위직 관계자들이 해당 회계법인에도 에이전틱 AI 전문 대형 팀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했었다는 상황을 전해듣기도 했다.

해당 해외 대학 출신 인력은 구글 검색을 통해 프롬프트를 만드는 커뮤니티들에서 도움을 받고 있고, 서로 자기 경험을 공유하는 구조를 통해 어렵지 않게 요청 사항들을 해결하고 있는 중이라고 답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한 명의 인원이 일을 하고 있지만, 그 뒤에는 글로벌 인력 모두의 역량이 결집된 구조인 것이다. 한국의 IT외주 계열사들은 자기 팀 내부의 역량으로만 같은 서비스를 만들어 내려고 하고 있으니, 역량 싸움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천재 기획자' 같은 인력이 나와서 이끌어줘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과거에는 한국식 개발 문화가 업계의 주류였다. 미국도 동부 대기업들은 한국과 유사한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들이 있었는데, 지난 20년간 실리콘밸리에서 성장하는 IT서비스들을 도입하는데 굉장히 큰 어려움을 겪었다. 개발 단가를 낮추기 위해 속도를 강조하고 최신 기술에만 집착하다보니, 시스템의 유기적 연계, 효율성이 모두 떨어져서 결국 '개발 부채(과거 시스템을 모두 버리지 않는 이상 새로운 서비스를 추가할 수 없는 상태)'만 잔뜩 짊어지게 된 것이다. 그렇게 바뀌지 않을 것만 같았던 미국 동부 대기업들도 개발 문화를 바꾸고 있는 중이지만, 한국은 이번 LG CNS의 인도네시아 사태에서 보듯이, 여전히 구태의연한 개발 문화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태평양 한 가운데로 동떨어져 생태계 구조가 독립됐던 갈라파고스 신세가 된 것이다.

지난 2023년, 2024년에 걸쳐 LG CNS에서 만들었던 사내 채팅 및 커뮤니티 관리 시스템이 2024년 하반기에 LG그룹 전체에 도입됐다가 내부적으로 뭇매를 맞고 결국 마이크로소프트의 팀즈(Teams)로 돌아간 사례가 있다. 삼성SDS에서 만든 시스템을 쓰는 삼성그룹 관계자들도 팀즈를 써 보면서 완성도의 격이 다르다며 사내 시스템에 대한 불만을 표현하는 일이 잦다. 그런데, 글로벌 시장으로 가면 팀즈 대체재로 나온 무료 서비스들이 많고, 유럽의 주요 대학들은 비용 절감 차원에서 오픈소스 중 하나인 넥스트 클라우드(NextCloud)로 갈아타는 경우도 부쩍 늘었다. 협업 툴로 널리 알려진 아틀라시안(Atlassian), 트렐로(Trello), 아사나(Asana)와 더불어 구글의 워크스페이스 등의 서비스들이 팀즈보다 더 회사 협업에 적합하다는 평가도 많다. 한국 IT외주 기업들이 개인적으로는 역량이 뛰어난 인재들을 확보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인력들로 글로벌 최정상 급의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문화, 시스템, 효율성 측면에서는 굉장히 큰 격차가 있기 때문에 서비스의 완성도가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인도네시아가 한국 IT외주 기업을 선택하면서 쓴 맛을 봤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국무총리급 인사가 나서서 소스코드를 받아 직접 개발하겠다고 나서야 할만큼 당황스러운 사건을 겪은 사례가 글로벌 시장에 널리 알려지고 나면, 한국 IT외주 기업을 선택하는 것이 어떤 위험을 안고 있는지 다른 나라들도 깨달을 것이다. 인도네사아가 먼저 맞은 셈이다. 앞으로 다른 나라들에서도 같은 불만이 생기는 것을 피하고 싶다면, 고급 인력들을 어떻게 활용해야하는지에 대해서 좀 더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 더 늦으면 이제 영원히 갈라파고스로 살아야 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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