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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본입찰 무산 여파, 지방유통 약화 비롯 위기 시그널 짙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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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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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 전반 투자 회피 흐름 뚜렷
지방 붕괴 우려에 규제 완화 논쟁
독일·미국 대응 전략과 선명한 대비

홈플러스 인수전이 본입찰 ‘0’건을 기록하면서 사실상 멈춰 서게 됐다. 홈플러스 측은 여전히 정상화의 유일한 해법으로 매각을 제시하며 고용 및 협력사 안정 대책을 마련한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의 냉담한 반응 속 현실화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동계를 중심으로 정부 개입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사태의 향방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지는 형국이다. 

예비입찰 업체도 외면

27일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 마감한 홈플러스 본입찰에는 앞서 예비 입찰에 참여했던 인공지능(AI) 업체 하렉스인포텍과 부동산 개발사 스노마드를 포함해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예비 입찰 당시 이름을 올렸던 두 곳까지 모두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입찰 단계는 해당 시점에서 종료됐다. 법원은 “재입찰 여부를 포함해 이후 절차를 논의할 예정”이라면서 회생 계획안 제출 시한인 다음 달 29일까지는 인수 의향서를 계속 접수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유지했다.

일각에서 거론됐던 농협의 본입찰 가능성도 실현되지 않았다. 농협 내부에서는 적자 상태인 자사의 재무 상황 등을 이유로 인수 검토가 적절하지 않다는 기류가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제출 자료에 따르면 농협유통은 2022년 183억원, 2023년 288억원, 2024년 352억원의 손실을 기록했으며 올해 8월 기준 손실도 151억원에 달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농협 측의 홈플러스 인수 가능성은 낮아졌고, 본입찰 현장에도 나타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제외됐다.

홈플러스와 매각 주관사 삼일PwC는 인수 후보 탐색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이번 공개 입찰 결과와 관계없이 가장 현실적인 회생 방안이 인수합병(M&A)이라는 점에는 판단에는 변함이 없다”며 “법원과 채권단을 포함한 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회사 정상화를 위한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10만 명에 달하는 직간접 인원의 고용 안정과 협력사 및 입점주 보호를 위해 M&A를 성사시키기 위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향후 적합한 인수자가 나타날 경우, 법원의 판단에 따라 매각 절차 연장 및 회생 계획서 제출 기한도 연장될 전망이다. 

한편, 홈플러스 사태 해결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이번 입찰이 무산된 건 민간 분야에서 자율적으로 홈플러스 정상화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하며 정부의 개입을 강하게 촉구했다. 공대위는 전날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개입하지 않으면 입찰 기한이 연기되더라도 홈플러스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며 “이는 곧 청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단식 농성에 돌입한 노조 지도부 역시 정부의 대응을 촉구했으며, 움직임이 없을 경우 농성을 더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노동자·입점 소상공인 피해 우려

이처럼 개별 업체의 사안에 정부 개입 필요성이 제기된 배경에는 지역 유통산업 붕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짙게 깔려 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면세점 등 오프라인 유통업 전반에서 폐점을 비롯한 구조조정이 동시에 진행되는 흐름이 뚜렷해진 탓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국내에서는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과 롯데백화점 마산점, 신세계면세점 부산점 , 현대면세점 동대문점 등이 연이어 문을 닫았다. 이들 대규모 유통 시설은 도시 소비 기반의 상당 부분을 떠받쳐 온 만큼 하나의 거점이 사라질 때마다 상권 전체도 급격히 약화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현장의 피해가 노동자와 입점 소상공인에게 집중된다는 점도 정부 개입 요구에 일정 수준 명분을 더한다. 일반적으로 대형 유통업체는 폐점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사전 고지 없이 퇴직 처리되거나 강제 전환배치되는 경우가 주를 이룬다. 남은 업무는 협력업체 노동자에게 전가되는 식이다. 이는 고용 불안과 노동 강도가 함께 커지는 이중고를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고용 충격이 지역 공동체 지속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꼬집는다. 고령화와 저출생, 1인 가구 증가 등 인구구조 변화와 지방소멸 흐름 속에서 대형 유통매장은 지역 서비스 기반을 유지하는 핵심 인프라며, 철수의 충격 또한 더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대형마트 규제 완화를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간 대형마트는 2010년대 도입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자정~오전 10시 영업 제한 △월 2회 의무휴업 △전통시장 반경 1㎞ 이내 출점 제한 등 규제를 받았다. 문제는 규제가 유지되는 동안 오프라인 기반이 크게 약화됐다는 점이다. 체인스토어협회 자료에 의하면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의 점포 수는 2017년 424개에서 2024년 392개로 7.5% 줄었으며, 10년 단위 매출도 33조원에서 30조원 미만으로 감소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규제 타당성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올해 11월 일몰 예정이던 관련 조항은 국회에서 4년 연장안이 가결되면서 2029년 11월까지 유지를 확정한 상태다. 

그러는 사이 오프라인 유통 전반의 업황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021년∼2025년 상반기 유통업체 매출 통계에서 최근 5년간 국내 유통시장은 24% 성장했지만, 오프라인 유통업의 성장률은 10% 증가에 그쳤다. 심지어 대형마트는 2021년 상반기 매출 12조1,500억원에서 올해 10조2,400억원으로 주저앉기까지 했다. 소비가 온라인 장보기 및 창고형 할인점으로 이동하면서 전통적 대량 구매 수요가 감소한 결과다. 편의점이 유일하게 5개년 평균 성장률 6%로 전체 유통업체 평균 성장률(5.5%)을 웃돌았지만, 점포 수는 뒷걸음질 중이다. 2021년 4만1,201개였던 편의점은 지난해 4만8,688개로 정점을 찍었으나 올해 4만8,057개로 줄었다. 

‘혁신’ 속도전에서 밀려

이 같은 부진은 미국, 독일 등 주요국의 사례와 극명히 대비된다. 미국과 독일은 비슷한 형태의 오프라인 침체와 매장 축소 압력을 겪었지만, 가격 전략과 온라인 전환, 배달 인프라 구축을 결합한 다층적 대응을 통해 돌파구를 확보한 바 있다. 두 시장 모두 아마존과 같은 대형 전자상거래 기업의 확장으로 고객 이탈이 빠르게 진행됐고 복합 쇼핑몰, 대형 백화점, 생활용품 업체의 파산이 이어지면서 전통 유통업이 흔들렸다. 그러나 동일한 위기 상황에서 독일의 알디와 미국 월마트는 운영 방식의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했다.

알디는 가격 경쟁력을 가장 강력한 무기로 삼았다. 구체적으로는 매장 내 셀프 서비스 도입을 통해 인건비를 줄였고, 이후 매장 장식, 광고, 마케팅을 완전히 배제해 비용 절감의 폭을 극대화했다. 또 일반 할인점이 2만여 개 품목을 취급할 때 알디는 유통기한이 길거나 부패 위험이 낮은 700개 수준으로 품목을 제한했고, 인기가 낮은 상품은 실시간 주문 목록에서 삭제해 재고 비용을 최소화했다. 이러한 운영 방식은 가격을 경쟁사 대비 최대 20% 낮게 유지할 수 있는 배경이 됐고, 영국 등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는 원동력이 됐다. 이후 알디는 유통 기술 회사 인스타카트와 협력해 온라인 고객 확보에도 속도를 냈고, 친환경 제품 확대 전략을 병행해 브랜드 선호도를 끌어올렸다.

월마트는 초저가 중심의 전략에 대규모 M&A를 결합해 온라인 약점을 보완했다. 월마트는 아마존과의 경쟁 심화에 대응해 제트닷컴, 슈즈닷컴, 헤이니들 등 온라인 기업을 공격적으로 인수하며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결하는 기반을 마련했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는 매장 키오스크를 통한 실시간 재고 조회 및 주문 시스템을 구축해 온·오프라인 통합을 가속했다. 그 결과 매출은 2019년 5,240억 달러(약 767조원)에서 2022년 6,113억 달러(약 895조원)로 꾸준히 증가하며 위기 국면에서도 성장세를 유지했다.

이와 비교할 때 한국 대형마트의 전환 속도는 매우 느린 수준으로 평가된다. 알디처럼 비용 구조를 대폭 재편해 초저가 전략을 실행한 사례도 제한적이며, 월마트처럼 대규모 M&A를 통해 온라인 사업 역량을 빠르게 보완한 흐름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온라인 장보기 시장이 급성장하는 동안 쿠팡 등 플랫폼 기반 기업이 즉시 배송과 구독형 서비스로 고객 충성도를 높였던 반면, 전통적 대형마트는 기존 오프라인 운영 구조를 유지하는 데 급급해 디지털 전환의 타이밍을 놓쳤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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