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력 다 떠났는데" 수년 만에 개화 앞둔 STO 시장, 미래 전망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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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 법제화에 속도 내는 국회, 초기 시장 개화 목전 법제화 지연되며 관련 시장 냉각, 발행 자산 턱없이 부족 살아남은 기업들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

증권사들이 토큰증권발행(STO) 시장 선점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수년간 공회전하던 토큰증권 법제화 절차에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는 가운데, 시장 개막에 발맞춰 관련 사업을 적극적으로 정비하는 양상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발행 자산 부족·기업 및 인력 이탈 등 성장 한계가 뚜렷한 상황인 만큼, 무작정 'STO 낙관론'을 펼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STO 시장 선점 나선 증권사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토큰증권 발행·유통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자본시장법 및 전자증권법 개정안이 지난달 27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이는 지난 2023년 금융위원회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국회 계류와 폐기를 반복하며 공회전을 거듭한 지 2년여 만의 성과다. 업계는 이르면 이달 중 해당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STO 시장의 초기 성장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KB증권은 2022년 STO 전담 조직을 구성하고 3년간 플랫폼 개발과 테스트를 추진했으며, 현재 핵심 기능 개발과 테스트를 완료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한국예탁결제원이 운영하는 토큰증권 테스트베드에 참여해 기술적·운영적 안정성을 검증했다. 특히 SK증권과 LS증권과 손을 잡고 분산원장(노드) 기반의 거래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특징이다. 하나증권 역시 토큰증권 테스트베드 플랫폼 구축 사업에 참여해 토큰증권 발행·유통 플랫폼의 안전성을 확인했다.
STO 시장 개화를 앞두고 조직 개편에 나서는 증권사도 급증하는 추세다. DB증권은 지난달 '디지털자산 신사업추진팀'을 새로 꾸리고 2~3명의 전담 인력을 투입했다. 이 팀은 STO 사업을 전담하며, 초기 사업 계획 수립과 기초 자산 선정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도 올해 3월 토큰증권과 가상자산 담당 업무를 맡는 '가상자산 TF'를 신설했으며, 메리츠증권은 7월 디지털 자산 담당 부서를 만들어 STO를 포함한 신사업 관련 업무를 추진 중이다. 미래에셋증권도 비슷한 시기 '디지털자산 사업 본부'를 신설해 STO 제도화 대비에 나섰다.
수년 사이 자산 발행 기반 붕괴
다만 STO 시장에 대한 전망이 마냥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토큰증권이 제도화된 이후 실제 시장에 공급할 발행 자산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조각투자 열풍이 일었던 수년 전까지만 해도 다양한 자산의 토큰화를 시도하는 기업이 다수 존재했다. 그러나 STO 법제화가 지연되면서 해당 기획들은 대부분 실제 발행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조각투자 업체와 STO 컨설팅사 상당수가 사업을 축소하거나 중단했고, 인력 이탈도 지속됐다.
투자계약증권의 유통이 허용되면 다양한 조각투자 상품 설계가 가능해지지만, 현시점 이를 실제 발행 상품으로 구현할 역량을 갖춘 기업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실물자산과 금융자산을 구조화할 수 있는 기획·검증 인력 역시 충분하지 않다. 향후 거래소들이 유통 인프라와 제도적 기반을 확보한다고 해도 발행 부문이 회복되지 않으면 시장 성장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 거래소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유통 플랫폼 제공'에 그치기 때문이다.
이에 관련 업계에서는 내년 STO 시장의 진짜 경쟁은 유통 플랫폼이 아니라 발행 콘텐츠에서 이뤄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결국 어떤 자산을 어떤 구조로 시장에 공급하느냐가 시장의 나아갈 방향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STO의 초기 확장 국면에서는 발행이 유일한 성장 동력”이라며 “유통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발행사가 얼마나 빠르게 복귀하느냐가 내년 시장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조각투자 기업들 '벼랑 끝' 내몰려
아직까지 관련 사업을 영위 중인 기업들이 대부분 궁지에 몰려 있다는 점도 문제다. 대표적인 예가 대신파이낸셜그룹 산하 부동산 조각투자회사인 카사코리아다. 카사코리아의 월간 고유방문자수(MUV)는 2022년 9월 4만7,000명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스타트업 분석 플랫폼 혁신의숲에 따르면 지난 6월 카사코리아의 MUV는 842명에 그쳤다. 이는 마지막 신규 공모였던 '북촌 월하재'를 선보인 지난해 11월 9,154명, 12월 4,281명 대비 눈에 띄게 낮은 수준이다.
이용자가 대거 이탈한 가장 큰 이유는 신규 공모 상품의 부재다. 2018년 서비스를 시작한 카사코리아는 2020년 1호 공모상품을 시작으로 지난해 10월 10번째 공모를 진행했다. 단순 계산하면 1년에 2~3개씩의 상품을 선보인 셈이다. 그러나 올해는 신규 자산 매입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 기간이 종료되면서 올해 금융위원회에 비금전신탁수익증권 발행을 위한 투자중개업 예비인가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경쟁사인 루센트블록과 펀블도 투자중개업 예비인가를 신청한 뒤 신규 신탁수익증권 발행을 줄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들 기업이 사실상 한계에 봉착했다는 우려가 속속 제기되고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STO 법제화가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관련 사업을 준비해 온 기업들은 장기간 불확실성에 노출된 상황"이라며 "특히 초기에 사업에 뛰어든 발행사의 경우 계속 적자를 낸 데다 자금 여력도 부족해 신속하게 제도가 갖춰지지 않으면 무너지고 말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투자자 입장에서도 법안 통과가 미뤄지고, 토큰화 시도가 번번이 좌절되다 보니 사업 전망이 불확실해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다"며 "시장 성장과 관련해 무작정 낙관론을 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