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지은 데이터센터도 전력에 막힌다” 美 노후 인프라, AI 패권 병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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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NEF "2035년 106GW 필요" 'AI 데이터센터발 전력난' 이미 현실화 낡고 부족한 전력망에 부담 가중

인공지능(AI) 기술의 폭발적 성장이 전례 없는 전력 수요를 촉발하며 글로벌 증시에서 원자력 발전이 유일한 대안으로 부상한 가운데, 노후화된 전력망(Grid)이 AI 혁명의 최대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미국 전력망은 이미 노후 인프라로 인해 정전 위험이 큰 상황이다. 여기에 AI 산업 확산으로 촉발된 데이터센터 붐이 20년간 정체됐던 전력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며 추가적인 부담을 가하는 양상이다.
원전 르네상스, AI 패권 열쇠?
9일(현지시각) 글로벌 투자 전문 매체 구루포커스는 미국이 AI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의 해법으로 원자력을 지목하며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지만, 정작 생산된 전기를 보낼 송전망 부족이 심각한 병목 현상을 빚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루포커스 분석에 따르면 올 들어 블룸버그 원자력지수는 38% 상승했으며, 관련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5,660억 달러(약 832조원)나 불어났다. 규제 완화 흐름과 AI 컴퓨팅이 요구하는 막대한 에너지를 충당하려면 원자력이 필수적이라는 시장의 합의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원전 재가동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달 미국 에너지부(DOE)는 콘스텔레이션 에너지에 10억 달러(약 1조4,700억원) 규모의 연방정부 대출을 승인했다. 미국 내 원전 분야 1위 기업인 콘스텔레이션 에너지는 스리마일섬 원전을 재가동해 마이크로소프트(MS)에 20년간 전력을 판매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10월에는 구글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45년간 운영된 뒤 2020년 가동을 중단한 아이오와주 두에인아널드 원전 재가동 계획이 발표됐다. 2022년 가동이 중단된 미시간주 팰리세이즈 원전도 홀텍 인터내셔널 등 기업 주도로 내년 초 재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밖에 미국 미시간주 펠리세이즈 원자력 발전소도 내년 초 전력 생산을 목표로 재가동이 추진되고 있다. 원전을 새로 짓기보다 기존 노후 원전을 재가동하는 것은 건설·복원 기간과 투자 비용 등에서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신규 원전의 건설이 10~15년 정도 소요되는 데 반해, 노후 원전 재가동은 2~5년이면 충분하다. 투자 비용도 10분의 1 정도밖에 들지 않아 훨씬 경제적이다.

AI 데이터센터 40%, 2027년 전력난 직면
현재 미국은 전 세계 데이터센터 용량의 44%(50기가와트(GW) 이상)를 차지하며 AI 인프라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이는 한국, 중국, 유럽연합(EU), 일본, 인도의 합산 용량과 맞먹는 규모다. 최근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이 비율은 매년 치솟을 것으로 관측된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미국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현재 40GW 규모에서 2035년 106GW로 급증할 전망이다. 이는 약 300% 증가한 수치로, 지난 4월 전망보다 크게 상향 조정됐다. 올해 발표된 초기 단계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급증이 전력 수요 전망치를 올렸다.
실제로 현재 전체 미국 데이터센터 중 50메가와트(MW) 이상 전력을 사용하는 시설은 10%에 불과하지만 향후 신규 센터의 평균 소비전력은 100MW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500MW 이상 초대형 데이터센터 비중은 25%에 달하고 일부 시설은 1GW를 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AI 학습과 추론이 전체 데이터센터 컴퓨팅의 약 40%를 차지하게 되면서 센터 평균 활용률도 59%에서 69%로 상승할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폭증하는 수요는 미 전역에서 불거진 전력난과 충돌하고 있다. 에너지 시스템 유연성의 핵심 지표인 유효 예비 전력 용량은 5년 전 26%에서 현재 19%로 하락했으며, 일반적으로 극도로 부족한 수준으로 간주되는 15% 임계치에 근접했다. 이미 미국 13개 지역 전력 시장 중 8곳은 이 수준에 도달하거나 하회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불과 2년 후인 2027년까지 AI 데이터센터의 40%가 전력 제약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존 전력망으론 '감당 불가'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AI 데이터센터가 야기하는 전력 부하의 변동성은 기존 전력망에 훨씬 심각한 위협이 된다. AI 연산에 투입되는 수만 대의 GPU는 특정 순간에 동시에 급격한 전력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는데, 이는 밀리초(ms) 단위의 초고속 전력 변동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는 국가 전력망 전체의 주파수 안정을 뒤흔들어 최악의 경우 광역 정전 사태를 유발할 수 있는 잠재 위험 요소다.
더군다나 이미 한계에 다다른 전력망이 쏟아지는 수요를 감당하기는 사실상 역부족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서 올해 추가될 신규 전력 공급량은 총 63GW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AI 시대의 패권을 거머쥔 엔비디아와 오픈AI가 추진 중인 초대형 데이터센터도 구축을 앞두고 있다. 양사 합작 프로젝트의 규모는 최소 10GW로, 이는 약 800만 미국 가구의 연간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다.
단일 도시와 비교하면 그 규모는 더욱 명확해진다. 뉴욕주 전력망을 책임지는 뉴욕 독립 시스템 운영국에 따르면 이는 2024년 뉴욕시 전체의 여름철 기준 최대 전력 수요와 거의 같은 양이다. 하나의 사업이 세계 최대 도시 하나를 통째로 움직이는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10GW는 2025년 미국 전체에 배치될 신규 전력량의 16%를 차지하는 막대한 비중이다. 단일 기업 연합의 계획이 국가 전체의 전력 수급 계획을 뒤흔들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막대한 전력을 어디서 조달할 것인지에 대한 해답은 없는 상태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전통 에너지원인 화석 연료는 이미 한계에 부딪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데이터센터의 천연가스 사용을 압박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게다가 GE 버노바와 같은 주요 가스터빈 제조사의 생산 물량은 이미 2028년까지 매진돼 신규 주문은 기약 없는 기다림에 직면해 있다. EIA는 올해 미국에 추가될 신규 가스 발전량이 4.4GW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원자력 발전 역시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 빅테크업계와 트럼프 행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에 힘을 쏟고 있으나, 원자로가 실제 전력망에 연결되기까지는 수년에서 수십년이 걸린다. 최근 조지아주 보글 원전의 대규모 증설 사업만 해도 완료까지 10년 이상 걸렸다. 테크업계가 기대를 거는 소형첨단원자로(SMR) 역시 상용화까지는 빨라야 2030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 큰 문제는 노후화된 송전망이다. 이는 각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이 수요 지역으로의 효과적 전달되는 것을 방해하고, 지역 간 전력 불균형과 전력 계통의 안정성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DOE에 의하면 현재 미국 송전선의 70%는 최소 25년 전에 설치됐으며, 대형 변압기의 평균 연령은 40년을 넘었다. 이러한 노후 인프라는 고장 위험을 높이는 수준을 넘어 증설 프로젝트의 인허가·부지 확보·지역 반발 등 시간 비용을 기하급수적으로 증폭시킨다는 점에서 전력망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