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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수요 폭증이 만든 웨이퍼 대란, 인텔發 공급난 전방위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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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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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CPU 및 AI 칩 공급난 심화
서버 우선 생산 전환에 PC 가격↑
웨이퍼 수급 불안에 산업 전반 파급

인텔이 수요 예측 실패와 웨이퍼 확보 난항으로 중앙처리장치(CPU)와 인공지능(AI) 칩 공급 부족을 공식 인정한 가운데, 서버 제품에 생산 역량을 우선 배치하면서 PC용 CPU 가격 상승 압력 또한 커지는 모습이다. 이와 함께 시장 전반에서도 AI 서버 수요가 메모리 및 로직 공정을 동시에 끌어올리면서 웨이퍼를 비롯한 전 공정 병목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이 같은 공급 제약은 단기간에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향후 PC와 스마트폰을 비롯한 각종 전자제품 전반의 가격과 출시 일정 등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공급 부족 이슈, 인텔 생산 능력 한계로 번져

9일(이하 현지시각) IT전문 매체 톰스하드웨어(Tom's Hardware) 보도에 따르면 최근 인텔은 이례적으로 모든 고객사의 주문을 충족시킬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며 “만약 ‘코어 울트라 200(Core Ultra 200)’ 시리즈에 필요한 웨이퍼를 더 확보할 수 있었다면, 프로세서 출하량을 훨씬 더 늘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초기 주문 시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하면서 보수적인 생산 능력을 계획했던 것이 현재의 공급 부족을 초래했다는 진단이다.

대상 플랫폼에 따라 ‘루나 레이크’와 ‘애로우 레이크’로 나뉘는 코어 울트라 200 시리즈는 모두 TSMC의 3나노급 N3B 공정을 사용한다. 이처럼 외부 위탁 생산에 의존하는 구조에서는 인텔 내부의 생산 계획 조정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TSMC의 선단 공정이 고성능컴퓨팅(HPC) 및 AI 고객 수요가 폭증하면서 추가 캐파 확보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인 탓이다. 이 때문에 인텔은 단기간에 증산 계획을 수정할 여지가 좁아졌고, 특정 고객군을 우선 배분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밀려났다.

웨이퍼 확보 난항은 구공정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인텔 7과 인텔 10 기반 제품은 여전히 높은 수요를 유지하고 있으나, 해당 공정에서 생산되는 ‘랩터 레이크’, ‘제온 6 그래나이트 래피드’ 등 핵심 CPU가 동시에 물량 압박을 받고 있다. 실제로 인텔 7 공정 기반 서버용 I/O는 다이 부족으로 데이터센터칩 생산량이 제한됐고, 그 결과 클라이언트용 CPU 공급 축소와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인텔은 가격 조정과 재고 관리 코드(SKU) 재배치를 검토한다는 입장이지만, 2026년까지 이전 세대 공정의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데이터센터용 칩 최우선 배치

앞서 인텔은 기대 이상의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데이터센터 칩 생산에 집중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인텔은 지난 3분기에 137억 달러(약 20조1,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인 131억5,000만 달러(약 19조3,000억원)를 소폭 웃돌았다. 이를 두고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전략적 우선순위에 따라 실행력을 높이고 꾸준히 성과를 쌓아온 결과”라면서 “AI가 연산 수요를 빠르게 끌어올리며 x86 플랫폼, 맞춤형 ASIC, 가속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서비스 등 인텔의 포트폴리오 전반에 걸쳐 매력적인 기회를 창출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메시지는 공급 제약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인텔이 데이터센터·AI 중심의 수익구조를 강화하겠다는 방향성을 명확히 드러낸다. 실제로 인텔은 웨이퍼 용량이 한정된 상황에서 클라이언트용 CPU보다 서버용 제품을 우선 배정하고 나섰으며, 데이비드 진스너 최고재무책임자(CFO) 역시 “현재의 공급 제약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고 언급했다. 이로 인해 PC용 CPU 공급은 다시 축소될 가능성이 커졌고, 시장에서는 랩터 레이크 등 기존 제품 가격의 상승세도 뚜렷한 상황이다. 

인텔은 지난 2018년에도 웨이퍼 부족을 경험한 전례가 있다. 당시 인텔 코어 프로세서 수급난은 단순 클라이언트 CPU 부족을 넘어 서버·워크스테이션용 제온 프로세서까지 번졌고, 주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조업자설계 생산(ODM) 업체들이 공식적으로 문제를 인정할 정도로 심각했다. 인텔은 공정 전환 과정에서 일부 칩셋 생산을 14나노에서 22나노로 이동시키는 등 수급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내부적 조치를 취했지만, 웨이퍼 자체 부족이라는 근본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았다.

이 같은 과거 사례는 작금의 상황과도 맞닿아 있다. 당시 PC 시장의 갑작스러운 호황이 웨이퍼 부족을 심화시키며 가격 상승과 제품 공급 지연으로 이어졌다면, 현재는 AI 서버 중심 수요가 웨이퍼 배정 구조를 흔들면서 클라이언트 제품이 밀려났다. 이 때문에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공급난이 과거보다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관측 또한 제기된다. 인텔이 서버용 제품 출하를 최우선으로 두는 전략을 유지하는 구조에서는 PC 가격 상승 압력 또한 단기간 내 해소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생산 계획 차질, 실물 시장 영향 가시화

더 큰 문제는 웨이퍼 공급 부족이 비단 인텔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AI 서버 수요가 폭발하면서 메모리와 로직 칩 전반에 걸쳐 웨이퍼와 극자외선(EUV) 장비, 파운드리, 패키징 등 공급망 전 구간이 동시에 압박을 받고 있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AI 그래픽처리장치(GPU) 같은 핵심 부품은 어느 한 공정만 막혀도 시장에 제때 풀리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는 특정 업체의 생산 계획 차질이 아닌, AI 서버 중심으로 재편되는 수요가 반도체 공급망 전체의 취약 지점을 드러낸 사안으로 평가된다. 

D램과 로직 칩의 공통 출발점인 300mm(12인치) 실리콘 웨이퍼 시장은 신에츠화학, 스미코, 글로벌웨이퍼스, 실트로닉, SK실트론 등 소수 업체가 80% 이상을 차지하는 과점 구도다. 이들 업체는 2021~2022년 반도체 부족 사태 이후 증설 계획을 내놓았지만, 신규 설비가 실제 양산에 들어가는 시점은 2024~2026년으로 흩어져 있다. 팹 건설과 장비 반입에만 수년이 걸리고, 품질 인증을 거쳐 주요 칩 제조사에 공급되기까지 추가 시간이 필요한 까닭이다. 

첨단 공정의 병목은 EUV 노광 장비에서 다시 한번 강화된다. 현재 EUV 시스템을 생산하는 업체는 사실상 네덜란드 ASML 한 곳뿐으로, 연간 공급 가능한 장비 또한 수십 대 수준에 그친다. 주문에서 설치까지 통상 1년 이상이 소요된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칩 업체들의 차세대 공정 로드맵은 EUV 공급 속도에 의해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일부 메모리 업체에선 새로운 팹과 EUV를 동시에 확대하기보다는 기존 라인에 투입된 EUV를 어떤 제품에 우선 배치할지에 더 많은 공을 들이는 모습도 포착된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공급 절벽이 오는 2028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특히 HBM은 일반 메모리보다 웨이퍼를 2~3배 더 많이 소모해 같은 양의 웨이퍼를 투입하더라도 생산 가능한 칩 수량이 줄어드는 ‘잠식 효과’가 크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의 공급 부족은 웨이퍼에서 기판과 외주 조립, 테스트 등 제조 단계 전반의 병목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벌어진 현상”이라고 분석하며 “AI 서버에 최우선으로 자원이 배분되는 흐름이 고착될 경우, PC와 스마트폰을 비롯한 각종 전자제품 전반의 가격과 출시 일정, 기업들의 투자 계획까지 한꺼번에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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