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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성장·비용 절감이 바꾼 철강 판도, 글로벌 기업이 인도에 눈 돌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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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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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생산→글로벌 가치사슬 주도
비용 부담·실적 둔화 업계에 ‘돌파구’
인건비, 물류 등 비용우위 확대 추세

글로벌 철강업계가 인도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생산거점 중심 또한 빠르게 이동하는 모습이다. 한국 포스코와 일본 JFE스틸 등 다수의 기업이 단순 시장 진입을 넘어 장기 사업 기반 확보 전략을 전개 중이다. 인도의 조강 생산이 단기간에 1억 톤 규모를 넘어선 가운데, 정부 목표치에 맞춰 원료 공급망과 공정 효율화도 동시 확대되는 흐름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도 인도 시장은 꾸준한 확장세를 보이면서 주요 업체들은 인도를 향후 수십 년간 안정적 수익을 거둘 ‘핵심 성장축’으로 보고 있다.

규모의 경제 앞세워 장기 생산거점 발돋움

10일(이하 현지시각) 포춘인디아 보도에 따르면 일본 JFE스틸은 인도 파트너인 JSW스틸과 50대 50 지분 구조로 합작법인을 설립해 오디샤주 부샨파워앤스틸(BPSL) 자산을 공동 운영하기로 최근 합의했다. 해당 프로젝트에 단계적으로 1,575억 루피(약 17억5,000만 달러·2조6,000억원)를 투입, 2030년까지 조강 생산능력을 현재 450만 톤에서 1,000만 톤 수준으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일본의 첨단 기술력과 JSW의 방대한 현지 유통망을 결합해 시장 지배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아르셀로미탈-니폰스틸(AMNS)은 2019년 파산한 에사르스틸의 하지라 공장을 4,200억 루피(약 46억7,000만 달러·6조8,000억원)에 품으며 인도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현재 900만 톤 수준인 해당 공장의 생산능력을 2026년 1,500만 톤, 2030년에는 2,400만 톤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AMNS는 오디샤주에 1조 루피(약 111억 달러·16조원)을 투입해 최대 2,400만 톤 규모의 신규 제철소 건설을 검토 중이며, 안드라프라데시주에서도 1조5,000억 루피(약 166억 달러·24조원) 규모의 철강 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대규모 투자 흐름은 인도 철강업계가 단순 신흥시장 단계를 넘어섰음을 시사한다. 인도 정부가 조강 생산능력을 2030~2031 회계연도까지 3억 톤(현재 2억500만 톤)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가운데, 인프라·주택·자동차 소비가 동시에 확대되면서 내수 기반이 압도적으로 넓어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철강사 입장에서는 초기 투자금 회수 가능성이 높아졌고, 향후 생산능력 증설이 시장 확장 속도와 직접 연결되는 ‘규모의 경제’가 보장되는 시장으로 인식되는 추세다. 

원자재 조달 여건은 투자 환경을 더 우호적으로 만든다. 인도의 철광석 생산량은 지난해 말 기준 2억9,000만 톤에 달하고, 석탄 생산 역시 10억 톤을 넘길 정도로 원료 공급망이 안정적이다. 아울러 직접환원철(DRI) 생산도 5,500만 톤 수준까지 늘어 초기 투자 비용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처럼 내수 수요의 압도적 증가, 정부 주도의 제조업 육성 기조, 안정적인 원자재 공급 등이 겹치면서 인도는 단순한 수출 대상국을 넘어 전 세계 철강사의 장기 생산거점이자 미래 수요의 중심축으로 확실히 자리 잡는 형국이다. 

8월 18일(현지시각) 포스코홀딩스와 인도 JSW그룹이 사업 협력을 위한 주요 조건 합의서를 체결한 후 이주태 포스코홀딩스 사장(왼쪽에서 세 번째)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포스코그룹 뉴스룸

현지 산업 육성 기조에 글로벌 기업 니즈 맞물려

비용 부담과 실적 둔화로 압박이 커진 한국 철강업계도 인도에서 성장 돌파구를 찾기 위해 현지 생산거점 확보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포스코는 지난 8월 인도 1위 철강사인 JSW와 본격적 사업 협력을 위한 주요 조건 합의서(HOA)를 체결했다. 이는 양사가 지난해 10월 체결한 철강 및 이차전지소재 분야 등 사업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에서 한발 더 나아간 조치로, 연간 500만 톤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건설하기 위한 구체적 내용이 담겼다. 생산 규모, 지분 구조 등 협력방안을 구체화한 두 회사는 현재 오디샤주에서 부지 선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포스코는 이미 포스코마하라슈트라 냉연공장을 통해 고급 자동차강판을 현지에서 생산하며 경험을 축적한 상태로, 이번 합작을 통해 영향력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포스코는 장기적으로 글로벌 조강 생산능력을 6,000만 톤 체제로 재편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으며, 인도 시장 확대는 이 계획의 핵심 축으로 자리한다. 인도는 자동차와 가전, 건설 등 철강 수요 산업이 고성장하는 지역인 만큼 현지에 대규모 제철 설비를 구축하는 포스코의 행보는 세계 철강 수요 재편 흐름을 고려한 선제적 대응으로 평가된다. 

현대제철도 인도 진출을 강화하고 나섰다. 구체적으로는 현대차 인도 공장에 공급할 고급 강판의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위해 푸네 지역에 스틸서비스센터(SSC)를 신설하고 연내 상업 생산을 목표로 전환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는 글로벌 완성차 생산거점과 철강 공급망을 동일 지역에 묶는 일관 대응 전략의 성격을 띤다. 이에 더해 동국제강그룹도 동국씨엠 산하 코일센터를 가동하며 냉연 제품 공급을 확대하는 등 중견기업 역시 인도 시장의 성장성에 주목하며 사업을 확대하는 흐름이 형성됐다. 

한국 철강업계는 인도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철강 생산·소비국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세계철강협회 집계에서 2023년 기준 인도의 철강 생산량은 1억4,080만 톤으로 전년 대비 12% 증가했는데, 수요는 이보다 훨씬 큰 4억 톤 이상 돌파를 앞둔 상태다. 이런 가운데 인도는 △철강 수입 모니터링 시스템 등록 의무화 △선적 보고 요건 강화 △인증 절차 확대 등 시장 진입 규제를 단계적으로 높이고 있어 생산기지를 현지화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전략으로 떠올랐다.

비용 절감+정책적 유인 강화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와 물류비용,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강화된 보호무역주의도 인도 시장의 매력도를 높인다. 시장조사업체 트레이딩 이코노믹스에 의하면 지난해 기준 인도의 제조업 인건비는 월 400달러 내외(약 59만원)로 중국의 1,157달러(약 170만원)와 비교해 큰 차이를 보였다. 한국이나 일본, 유럽과 같은 고임금 시장과 비교하면 격차는 훨씬 더 벌어진다. 이에 더해 인도 철강 업체들은 자체 인력 구조 최적화와 현지 공급망 연계를 통해 공정 단위당 비용을 더욱 낮추고 있어 원가 절감 폭이 곧바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물류 비용 역시 인도에 공장을 짓는 것이 해외 생산을 지속하는 것보다 유리하다는 판단을 강화한다. 인도 정부는 철도 운송비를 2030년까지 14% 낮추겠다는 계획을 제시했으며, 주요 철강사들도 동부 광산지대와 항만을 직접 연결하는 물류 인프라 투자를 단행 중이다. 항만·해운 네트워크 확장과 자체 물류 시스템 구축은 원료 조달에서 제품 출하까지의 운송 비용을 크게 낮추는 효과가 있다. 글로벌 철강사들로선 단순히 공장을 이전하는 차원을 넘어 원료와 제철, 출하를 한 지역에 묶어 비용 구조를 재편할 수 있는 이점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정책 측면에서는 각국에서 확산하는 보호무역주의가 인도 진출을 강하게 자극한다. 앞서 미국은 올해 초 철강·알루미늄 및 일부 파생상품에 25% 관세를 확대 적용했고, 8월부터는 400여 개 파생상품에 50% 관세를 부과 중이다. 인도 역시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철강 수입 모니터링 시스템 등록 의무화, 선적 보고 강화 등 해외 철강의 시장 진입 장벽을 지속적으로 높여 왔다. 이런 환경에서 현지 생산을 선택하면, 관세·인증·통관 규제를 피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내수 중심 시장인 인도에서 생산과 유통을 모두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은 불확실성이 커진 국제무역 환경 속에서 매우 큰 전략적 가치로 평가된다.

특히 중국산 철강에 대한 규제 강화는 외국 기업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분위기를 만든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올 하반기 들어 중국산 철강 제품에 최대 25%의 세이프가드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나섰다. 중국산 철강이 인도 시장의 약 30%를 점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2년간 평강 제품에 최대 25%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는 시장 구조에 뚜렷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이미 인도 정부는 2023년 9월 중국산 철강에 대해 5년간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바 있으며, 무역규제총국(DGTR)의 추가 조사 결과에 따라 규제 강도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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