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 올인’ 삼성, 엔비디아 HBM4 공급 초읽기 “메모리 최강자 명성 되찾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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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공급 계약 수순 전망 내부 PRA 개시로 양산 준비 완료 내년 유일하게 HBM 생산량 확대

삼성전자가 엔비디아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검증 과정에서 긍정적 신호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조만간 삼성과 엔비디아가 HBM4 공급 계약을 진행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주문형반도체(ASIC)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HBM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엔비디아향 HBM4 공급까지 본격화될 경우 내년 삼성전자의 반도체 실적 개선 속도도 한층 가팔라질 전망이다. HBM3E(5세대)의 엔비디아 품질 검증 승인이 늦어져 SK하이닉스에 HBM 주도권을 뺏긴 이후 절치부심했던 삼성전자가 다시 시장 리더 자리를 회복할지 주목된다.
엔비디아 퀄테스트서 긍정 평가
10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현재 엔비디아를 상대로 HBM4 퀄리피케이션 테스트(퀄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최근 엔비디아 측이 삼성의 HBM4 성능에 대해 "굿뉴스가 있을 것"이라는 답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를 퀄 테스트 결과에 대한 긍정적 평가로 해석하면서 공급 계약 체결이 임박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통상 엔비디아는 퀄 테스트 결과에 대해 특정 성능 지표나 평가 항목별로 통과 여부를 알리기보단 일정 수준 이상의 성능이 확보될 경우 긍정적 평만 전달한 뒤 자연스럽게 계약 단계로 넘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굿뉴스’를 언급한 것을 두고 정식 계약을 향한 수순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은 얼마 전 내부적으로 생산 준비 승인(PRA) 절차를 개시해 이미 양산 준비를 마친 상태다. 업계에서는 PRA 착수가 일반적으로 실제 양산 직전 단계라는 점을 들어 삼성의 HBM4는 사실상 공급 계약만 남은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삼성은 지난해 HBM3E 경쟁에서 SK하이닉스에 밀리며 존재감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업계 최초로 6세대(1c) 기반 D램의 완성도 개선과 4나노미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을 활용해 로직 다이(두뇌 역할을 하는 부품)성능을 개선하면서 동작 속도를 초당 11기가비트(Gb) 이상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진다.
HBM4·소캠2 동시 기술 경쟁력 입증
시장은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HBM4 경쟁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엔비디아는 내년 출시를 준비 중인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루빈’에 HBM4 탑재를 준비하고 있으며, 구글 역시 8세대 텐서처리장치(TPU)에 HBM4 도입을 준비 중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구글의 퀄테스트에 최종 통과해 내년 공급 물량 계약을 완료한 상태다.
구글 TPU에 탑재되는 삼성 HBM은 HBM3E가 주력이며, 주로 8단 제품이 납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보다 낮은 공급단가와 충분한 물량을 제시하며, 품질 평가 역시 무난히 통과해 공급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내년 하반기부터 HBM 시장에서 HBM4의 비중이 HBM3E를 추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인공지능(AI) 서버용 모듈 ‘소캠(SOCAMM)’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한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삼성전자는 엔비디아가 내년에 구매할 것으로 예상되는 200억Gb 규모의 소캠2 중 절반 수준인 100억Gb를 수주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SK하이닉스(약 60억~70억Gb), 마이크론(약 30억~40억Gb)보다 높은 수치다.
소캠은 저전력 D램(LPDDR)을 기판 위에 일체형 모듈로 구성하는 서버용 메모리로, 기존 CPU 주변에 개별 저전력 D램 칩을 배치하던 방식과 달리 하나의 묶음으로 구현해 대역폭을 높이고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아직 본격적으로 개화하지 않은 소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1세대 소캠 상용화 전부터 소캠2를 준비해 왔다. 소캠2가 AI 데이터센터에서 새 메모리의 축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가운데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질 발판을 닦은 셈이다.

평택 P4 Ph2까지 HBM4로 투입, 생산능력 총동원
시장 점유율에서도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HBM 시장점유율 40%로 2위를 유지했지만, 올해 2분기에는 15%로 급락해 SK하이닉스(64%)와 마이크론(21%)에 이어 3위로 밀려났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이후 해외 투자은행(IB)들이 삼성전자의 공급 비중 확대를 잇달아 보고하면서 최근에는 SK하이닉스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구글 TPU 물량이 본격 증가하는 내년부터는 삼성전자가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업계는 올해 구글HBM 공급 비중은 양사가 비슷하거나 삼성전자가 소폭 앞서고 있으나, 내년에는 역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는 앞선 전망과는 상반된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세계 최초로 HBM4 개발을 완료하고 엔비디아에 가장 빨리 샘플을 전달한 SK하이닉스가 2026년에도 압도적인 HBM 점유율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당초 우려와 달리 HBM4 양산 단계에 순조롭게 진입하면서 상황이 급변하는 모습이다.
공급 능력 측면에서도 삼성전자는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는 제한된 D램 생산능력으로 엔비디아 등 주요 빅테크 기업의 HBM 주공급사 역할을 맡고 있어 추가 생산량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 신규라인 등 확장 여력이 커 더 많은 물량을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 최신 라인(P4)의 페이즈2(Ph·생산공간)까지 HBM4 생산을 위한 1c D램 라인으로 운용하기로 확정한 상태다. Ph2의 본 공사 착수 시점은 2026년 2분기, 가동 준비 완료 목표는 2027년 상반기로 잡혔다. 이는 삼성전자가 최근 P5의 준공 일정을 2027년 5월로 1년 앞당기는 결정을 한 것과 맞물린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HBM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어서 생산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수요 압박이 거센 상황에서 대응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려는 계획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