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로 집결하는 글로벌 빅테크, '차세대 AI 격전지'로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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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구글·아마존 등 하이퍼스케일 프로젝트 잇따라 발표 세계 2위 디지털 시장 인도, 저렴한 인프라 비용 매력 요인 인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 데이터센터 유치 경쟁 불붙어

인도가 글로벌 빅테크의 하이퍼스케일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오픈AI 등 주요 기술 기업들이 잇따라 대규모 클라우드·AI 인프라 투자를 발표하면서 인도는 아시아에서 가장 속도감 있게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생산 시설을 유치하는 국가로 부상했다. 급성장하는 디지털 시장에 더해 저렴한 구축 비용과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맞물리며, 인도가 ‘AI 메가 허브’로 도약하는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MS, 아시아 최대 규모 투자 계획 발표
10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인도를 방문 중인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회동한 뒤 2026년부터 2029년까지 3년간 인도의 클라우드 및 AI 인프라에 총 175억 달러(약 26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인도 마니팔 공대를 졸업한 뒤 미국에서 유학한 나델라 CEO는 이날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모디 총리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MS의 투자는 인도 AI 산업에 필요한 인프라·기술·주권 역량 구축을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결정은 올해 1월 발표한 30억 달러(약 4조4,000억원) 투자에 이어 11개월 만에 이뤄진 조치로, MS의 아시아 지역 투자로는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로이터는 이번 투자로 MS가 인도 내 최대 규모의 클라우드 컴퓨팅 입지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MS는 향후 벵갈루루, 하이데라바드, 푸네 등 주요 도시에 데이터센터를 확장하고, 직원 2만2,000명을 추가 고용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인도 노동부 시스템에 AI 기능을 통합해 구인·구직 및 복지 제도를 개선하고 인재 양성에 나선다.
이날 모디 총리는 나델라 CEO에 이어 립부 탄 인텔 CEO와도 회동을 가졌다. 인텔은 탄 CEO의 인도 방문을 계기로 타타일렉트로닉스가 구자라트주에 설립할 반도체 공장이 자사 칩 생산과 패키징을 맡기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인텔은 설계 기술과 제조 공정을 인도 현지 생산라인에 단계적으로 이전할 방침이다. 탄 CEO는 모디 총리와 만난 직후 X를 통해 “포괄적인 반도체 설계·제조 정책을 수립한 모디 총리의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며 “인도의 반도체 미션을 지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美 빅테크들, AI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
전문가들은 인도가 빅테크들의 차세대 AI 산업의 전장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한다. 실제 인도는 MS를 비롯해 아마존웹서비스(AWS)·구글 등 세 기업이 각각 100억 달러(약 14조5,000억원) 이상을 배팅하며 신흥시장으로 급부상했다. AWS는 2016년부터 6년간 37억 달러(약 5조3,500억원)를 투자한 데 이어, 2030년까지 텔랑가나 등지에 127억 달러(약 18조1,300억원)를 투입해 클라우드·AI 인프라를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상태다. 이와 함께 현지 중소기업 1,500만 곳과 학생 400만 명에게 AI 교육과 도구를 제공하는 로드맵도 함께 제시했다.
구글은 지난 10월 인도 동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에 향후 5년간 150억 달러(약 21조2,800억원)를 투자해 총 1GW(기가와트)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는 구글의 미국 외 지역 최대 규모 AI 관련 투자다. 구글은 인도에 첫 번째 AI 허브를 설립해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디지털 서비스 수요를 충족시킨다는 목표다. 데이터 전송을 위한 해저 케이블 건설도 투자에 포함된다.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최고경영자(CEO)는 “인도 현지 기업과 사용자들에게 업계 선도적 기술을 제공하고, AI 혁신을 가속해 전국적으로 성장을 촉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챗GPT 개발사 오픈AI도 인도에 1GW급 데이터센터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는 오픈AI가 오라클, 소프트뱅크와 함께 진행 중인 초대형 AI 인프라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의 일환으로, 아랍에미리트(UAE), 노르웨이에 이은 세 번째 데이터센터 건설 프로젝트다.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인터넷 시장인 인도에서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선 것이다. 해당 시설은 엔비디아 B200 칩 5만9,000개 이상을 수용하는 규모로, 오픈AI는 현지 데이터센터 사업자들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뉴델리에 법인 설립을 마치고 현지 인력 확충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인력 확보 용이하고, 전력 비용 저렴
이처럼 빅테크들이 인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배경으로는 현지 디지털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가 꼽힌다. 인도는 스마트폰 보급률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인터넷 사용자 수가 8억 명을 넘어섰다. 1인당 월평균 데이터 소비량은 21.1기가바이트(GB)로 5년 새 두 배로 늘었다. 그럼에도 AI 인프라는 여전히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대 회계·컨설팅 기업 딜로이트는 "인도에서 생성되는 데이터 비중이 세계의 20%에 달하지만, 데이터센터 용량 비율은 3% 수준에 그친다"며 "빅테크는 빠르게 성장하는 차세대 시장을 선점하고, 인도 정부는 부족한 인프라를 외자 유치로 보완할 수 있어 상호 이득"이라고 분석했다.
인프라 구축 비용이 적은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인도는 넓은 국토를 가지고 있어 대규모 데이터센터 부지 확보가 용이하고, 영미권 주요 허브와 비교해 전력 비용도 저렴하다. 여기에 매년 현지 공대에서 IT 전문 인력이 150만 명씩 배출돼 엔지니어, 서버·네트워크 기술자 등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인력이 풍부하고, 인건비 경쟁력도 높다. 최근에는 해저 케이블과 국가 전력망 확충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수 요소로 꼽히는 통신·전력 안정성이 개선되고 있다. 반도체·서버 제조 클러스터와 클라우드·AI 산업단지가 연계돼 공급망 통합 효과가 나타나는 것도 기업에는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인도 정부의 전폭적 지원도 투자 확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인도 정부가 최근 발표한 정책 초안에는 데이터센터 개발 기업에 최대 20년간 세금 면제를 제공하고, 토지·전력·환경 인허가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여기에 데이터센터 전용 경제 구역을 구축하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주정부 역시 데이터센터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구글이 투자를 약속한 안드라프라데시주는 데이터센터 설립 시 부지 비용을 25% 할인해 주고 2,200억 루피(약 3조원)의 대규모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로 했다. 카르나타카, 텔랑가나 등도 낮은 전력세와 규제 완화 등을 내걸며 데이터센터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