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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쏘아올린 美·中 에너지 전쟁” 美, 전력난에 발목 잡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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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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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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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력 부족(Electron Shortage)' 비명
중국은 2030년 잉여 전력만 세계 수요 3배
'전력 인프라가 승패 좌우', 중국이 미국 추월할 수도

미국이 최첨단 반도체라는 ‘두뇌’를 틀어쥐고 중국을 압박하는 사이, 중국이 인공지능(AI) 구동의 혈액인 ‘전력’을 무기로 거센 반격에 나섰다. 압도적인 전력 생산 능력과 저렴한 전기료를 앞세워 미국의 기술 봉쇄를 무력화하겠다는 이른바 ‘비대칭 전력(Asymmetric Warfare)’ 전략이다. AI 패권 경쟁이 기술전에서 인프라 총력전으로 확전하는 가운데, 풍부한 전력이 부족한 AI칩 성능까지 보완할 수 있는 ‘게임체인저’로 부상한 모양새다.

美 13개 지역 전력망 중 8곳 예비용량 이미 임계치

11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기가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새로운 승부처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양국이 전력 인프라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명확하다. AI로 인해 전력 소모량이 수직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구글 검색을 1회 사용할 때 필요한 전력량은 평균 0.3와트시(Wh)지만, 챗GPT 등 생성형 AI 모델은 검색당 2.9Wh의 전력을 소모한다. 포털 사이트와는 비교할 수 없는 대규모 연산을 하는 만큼 전력도 10배 가까이 잡아먹는 셈이다. 미국 전력연구소(EPRI)는 AI 검색 기능이 구글 검색에 통합되면 1회 검색에 필요한 전력량이 최대 30배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AI 모델이 고도화될수록 연산 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구조다. 데이터센터에 공급할 충분한 전력 인프라가 없이는 AI 사업도 '반쪽짜리'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그런데 미국은 AI 기술면에선 중국에 앞서고 있지만, 벌써부터 전력 부족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미국 내 데이터센터는 전체 전력 수요의 약 6%를 차지하고 있고, 2030년까지 이 비율은 약 11%에 도달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 같은 급속한 성장세에도 신규 발전소 건설이 늦어지면서 미국 내 13개 지역 전력망 중 8곳의 잉여 발전 용량은 임계 수준 이하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전력 상황은 2030년까지 미국 데이터센터의 확장을 제한할 것으로 분석된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은 "제한된 유효 예비 전력 용량은 미국 내 추가 데이터센터 개발의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고,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엄청난 양의 칩을 확보하더라도 이를 구동할 전력이 부족할까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전력 수요 급증은 지역 전력망 운영에도 직접적인 압박을 주고 있다. 특히 버지니아·펜실베이니아·오하이오·일리노이·뉴저지 등에서 데이터센터 건설이 집중되고 있는데 현재 이 지역은 미국 동부·중서부 13개 주의 송전망 운영을 총괄하는 지역 전력망 운영기구(RTO)인 PJM 인터커넥션(PJM)이 관리 중이다. 그러나 텍사스를 관활하는 ERCOT 전력망 역시 대규모 추가 부하가 예정된 상황이다. 초기 단계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는 지난해 대비 두 배 넘게 증가해 향후 수년간 전력망 부담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PJM의 독립 감시기관인 모니터링 애널리틱스는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에 전력망이 충분히 감당 가능한 경우에만 신규 데이터센터 연결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로 인해 지역 전력 공급 안정성과 비용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中은 발전 용량·인프라 대거 확충

반면 일찌감치 전력 인프라 확충에 나선 중국은 재생에너지·석탄화력·원자력 발전소를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늘리고 있다. 골드만삭스 분석가들은 2030년까지 중국은 400기가와트(GW)의 잉여 발전 용량을 갖출 것으로 보유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세계 데이터센터가 필요로 할 것으로 예상하는 전력 수요의 3배에 이른다.

중국의 풍부한 전력은 미국의 반도체 제재를 우회하는 핵심 열쇠다. 중국은 엔비디아의 최신 칩(A100, H100 등) 수입이 막히자 화웨이의 '어센드(Ascend)' 시리즈 등 국산 칩으로 선회했다. 문제는 전력 효율이다. 시장조사기관 세미애널리시스 분석에 따르면, 화웨이 칩 384개를 묶은 '클라우드매트릭스 384' 시스템은 엔비디아의 플래그십 시스템(블랙웰 칩 72개 탑재)보다 연산 성능은 높일 수 있지만, 전력 소모량은 4배나 많다. 통상적인 환경이라면 '전기 먹는 하마'라며 퇴출당했겠지만, 중국의 저렴한 전기료 덕분에 상용화가 가능하다. 전력을 쏟아부어 칩 성능의 열세를 만회하는 셈이다.

중국은 총 전력 생산량뿐만 아니라 발전된 전력을 전송하는 송전선 인프라에서도 미국을 앞서고 있다. 인민망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중국에 건설된 800kV 이상 초고압직류전선(HVDC)은 총 46개로 4만㎞가 넘는다. 지구를 한 바퀴 두를 수 있는 규모다. HVDC는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초장거리로 빠르게 보낼 수 있는 송전선이다. 일반적인 교류(AC) 전선에 비해 전압이 높기 때문에 전력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중국 남서부 충칭 바이허탄댐에서 생산된 전기를 2,080㎞ 떨어진 장쑤성에 보내는 데 7밀리초(밀리초=0.007초)면 충분하다는 게 중국 당국의 설명이다.

중국이 나라 전체를 뒤덮는 전력망을 구축한 배경에는 '서전동송(西電東送)' 전략이 있다. 태양광 자원이 풍부한 내몽골 사막지역, 수력자원이 풍부한 충칭 등의 전력을 동부 산업지역으로 끌어온다는 전략이다. 최근에는 지역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데이터센터를 서부로 옮기는 동수서산(東數西算) 전략으로 무게추를 옮기고 있다. 전력 자원이 풍부한 서부 지역(내몽골 등)에 데이터센터를 짓고, 인구가 많은 동부의 데이터 수요를 처리한다는 국가적 구상이다.

아울러 중국 정부는 올해를 석탄 소비 정점으로 보고, 2030년 탄소배출 정점 목표를 설정하고 재생에너지 확대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은 연간 소비 증가분을 저탄소 전원으로 충당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이미 지난해 상반기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1.56조kWh로 전체 발전량의 35.1%를 차지했다. 중국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린수소 생산 기반 구축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 전해조 생산국으로, 2023년 기준 11.5GW 생산 능력을 보유했고 2025년까지 40GW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대로 가면 미국이 100% 진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전력 차이가 AI 경쟁력 격차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보통 2~3년 내 가동이 가능할 정도로 빠르게 확장되지만, 전력 인프라는 장기간의 계획 수립과 인허가 절차, 막대한 선투자 등이 필요해 신속한 대응이 어려운 구조기 때문이다. 더욱이 데이터센터는 대도시 인근에 밀집하는 경향이 있고, 단기간에 대규모 전력 수요를 추가로 유발하는 특성이 있다. 그런 만큼 발전·송전·배전 설비 확충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지역 전력망에서 병목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에서 생산된 총 전력은 4,387테라와트시(TWh)로 25년 전인 1999년(3,936TWh)에 비해 11.4% 증가하는 데 그쳤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8월 보고서에서 "미국의 전력 생산량은 '제로 성장'했고 추가 설비를 건설하는 데 10년이 걸린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최근 미국에서는 전력 부족으로 인한 데이터센터 가동 중단이 현실화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있는 디지털리얼티트러스트의 'SJC37', 스택인프라스터럭처의 'SVY02A' 데이터센터는 완공된 지 수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방치돼 있다. 운영에 필요한 100메가와트(MW) 전력을 공급받지 못해서다. 올해 초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가 "전력을 공급받지 못한다면 AI칩들이 재고로 쌓여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던 상황이 실제 벌어진 것이다. 반면 중국의 총 생산 전력은 같은 기간 1,239TWh에서 1만72TWh로 9배가량 늘었다.

이 같이 풍부한 전력은 중국 AI 기업들의 기술력 제고로 이어지고 있다. 화웨이의 첨단 AI칩 어센드910C의 연산 능력은 780테라플롭스(TFLOPS)로 엔비디아 H100(2000TFLPOS)의 40%에 불과하다. 이러한 성능 부족을 만회하기 위해 화웨이는 어센드 910C을 384개 묶음 랙으로 만들었다. 이를 통해 H100을 72개로 묶은 엔비디아 NVL72 랙과 대등한 성능을 낸다는 구상이다. 이 경우 화웨이 랙이 엔비디아 랙보다 5배 많은 전력을 소모하지만, 이를 정부가 제공하는 값싼 전기료로 충당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전력 발전량을 급속도로 늘릴 수 있었던 것은 정부 주도로 전력 인프라를 건설해 온 결과다. 중국 공산당은 15차에 걸친 5개년 계획을 통해 5년에 한 번씩 목표 발전량을 설정하고 이에 따라 발전소를 건설해 왔다.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등 위기 때마다 경제 활성화 카드로 꺼낸 것도 전력 인프라였다. 중국은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 화력 등 다양한 발전원을 필요에 따라 쓰는 흑묘백묘(黑猫白猫) 전략도 펼쳤다. 지난해 중국은 94.5GW 규모의 신규 화력발전소를 건설하거나 재개하면서 10년 만에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에 반해 미국은 기업이 발전소와 전력망을 건설을 주도해 수요를 미리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사후 대응하는 데 그쳤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3년이면 투자 성과가 나는데, 10년씩 걸리는 전력 인프라에 투자할 이유가 크게 없었다"고 전했다. 이렇다 보니 미국 빅테크 기업들도 미국이 중국과의 AI 패권 경쟁에서 뒤처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달 "중국이 AI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단언하며 "중국은 전력이 공짜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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