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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리스크 본격화" 전기차 수요 침체에 흔들리는 韓美 배터리 협력, LG엔솔·SK온 실적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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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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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포드, 합작 투자사 블루오벌SK 해산 후 생산 시설 독립 운영
GM도 LG엔솔 협력 공장 가동 일시 중단, 美 연방 전기차 보조금 폐지가 치명타
전방 수요 냉각되며 배터리 성장 동력 약화, 韓 배터리업계 '비상'
블루오벌SK 테네시 공장/사진=SK온

SK온이 미국 포드 모터(Ford Motor)와 설립한 대규모 합작 투자사를 해산하고, 미국 내 건설 중이던 세 개의 배터리 공장 소유권을 분할하기로 합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로 인해 미국 시장의 전기차 수요 전반이 얼어붙은 가운데, 현지 완성차 업체와 한국 배터리 업체의 협력 구도가 무너져 가는 양상이다. 성장 동력이 꺾인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줄줄이 실적 악화 위기 앞에서 신음하고 있다.

SK온-포드, 배터리 합작 종료

11일 SK온은 “포드와 블루오벌SK의 생산 시설을 독립적으로 소유 및 운영하기로 상호 합의했다”고 밝혔다. 당초 두 회사는 2022년 각각 57억 달러(약 8조4,000억원)씩을 투자해 미국 배터리 합작 법인 블루오벌SK를 설립하고, 2025년 8월부터 미국 테네시, 켄터키주에 위치한 3개 공장에서 배터리 양산을 순차적으로 시작할 예정이었다. 합작 관계 청산은 켄터키 1공장(37기가와트시(GWh)) 및 켄터키 2공장(45GWh)은 포드가 소유하고, 테네시 공장(45GWh)은 SK온이 소유하는 조건으로 이뤄진다.

구체적으로 포드는 보유한 블루오벌SK 지분 50%를 유상감자로 회수한다. 블루오벌SK의 자본금은 감자 전 9조원에서 감자 후 4조5,000억원으로 줄어든다. 기존 블루오벌SK의 지분은 SK온의 미국 자회사인 SK배터리아메리카와 포드가 각각 50%를 보유하고 있었다. 포드는 유상감자의 대가로 블루오벌SK가 보유한 켄터키주 공장과 관련한 일부 자산, 부채, 계약을 인수한다. 이렇게 거래되는 자산은 67억 달러(약 9조9,000억원) 규모며, 이외에 추가로 오가는 현금은 없다. 감자 이후 블루오벌SK는 SK배터리아메리카의 100% 자회사가 된다. 합작 해소 합의는 규제 당국의 승인을 거쳐 소유권 이전 등이 2026년 1분기까지 완료될 예정이다.

증권가에서는 합작 해소로 인해 양 사의 협력 관계가 느슨해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SK온이 합작 해소로 인해) 포드의 독점급 주요 공급자 지위를 잃은 점은 아쉽다"며 "SK온의 주요 고객은 현대차, 포드, 폭스바겐그룹(VW)이며, 합작 법인을 통해 포드에는 사실상 독점을 기대했다"고 짚었다. 이어 “합작 법인 종료로 SK온의 포드 전기차 배터리를 위한 설비 구축 목표는 2022년 127GWh에서 2025년 82GWh, 향후 45GWh 규모 가운데 30~60% 등 일부 가동하는 방식으로 변경될 것”이라며 “포드는 켄터키 공장에서 범용 전기차 모델용 이차전지를 생산하고, SK온의 조지아·테네시 공장에서 기존 전기차 모델과 고급 전기차 모델을 위한 이차전지를 납품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美 전기차 시장 얼어붙어

이 같은 협력 약화 흐름은 미국 테네시주와 오하이오주에서 배터리 합작 공장 '얼티엄셀즈'를 운영 중인 제너럴모터스(GM)와 LG에너지솔루션 사이에서도 감지된다. GM은 지난 10월 얼티엄셀즈 배터리 공장 가동을 내년 1월 5일부터 6개월가량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GM은 얼티엄셀즈 테네시·오하이오 공장에서 각각 850명과 700명의 인력을 일시적으로 해고하고, 오하이오 공장의 인력 550명을 무기한 해고할 예정이다. 최근 들어 지속되는 GM의 전기차 투자 감축 전략의 영향권에 LG에너지솔루션이 포함된 것이다. 

이처럼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현지 완성차 업체와 한국 배터리 업계의 협력 구도가 속속 흔들리는 원인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전기차 지원 종료가 꼽힌다. 지난 7월 최종 입법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 OB3)'에 따라 미국에서는 올해 9월 30일부터 7,500달러(약 1,090만원) 상당의 연방 전기차 세금 공제 혜택이 조기 종료됐다. 이에 10월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전월 대비 24% 이상 급감했다. 정부 주도 산업 정책의 거품이 꺼지며 시장이 맞닥뜨린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를 고려하면 전기차 수요가 단기간 내에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앨릭스파트너스는 내년 미국의 완전 전기차 판매 비중이 기존 전망치(13%)의 절반 수준인 7%에 그칠 수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2030년에도 미국의 전기차 판매 비중은 18%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유럽(40%), 중국(51%) 등의 2030년 전망치와 비교하면 눈에 띄게 낮은 수준이다. 미국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협력 축소·결렬 행보는 앞으로 지속될 침체 상황에 대비한 선제적 조치인 셈이다.

적자 떠안은 LG엔솔, SK온 실적도 '아슬아슬'

이에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실적에도 비상이 걸렸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4분기 21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LG에너지솔루션 매출의 약 30%, 영업이익의 약 80%(추정)를 차지하는 최대 고객사 GM가 보수적 경영 전략을 채택하며 실적이 추락한 것이다. GM은 전기차 업황 악화 흐름 속 LG에너지솔루션 고객사 중 가장 먼저 발주량을 줄였고(2025년 30GWh → 2026년 25GWh), 얼티엄셀즈 공장의 가동률은 이미 30% 아래로 떨어진 상태다. 여기에 다른 고객사들까지 잇따라 재고 축소에 나서면서 올해 3분기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중대형 배터리 출하량은 전년 대비 약 50%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AMPC(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 혜택도 올해 1분기 4,557억원에서 3분기 3,655억원으로 1,000억원가량 줄었다.

SK온 역시 벼랑 끝에 몰린 것은 마찬가지다. SK온은 배터리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채 비(非)배터리 사업 흡수 등 조직 확장을 통해 겨우 적자를 상쇄해 왔다. 윤활기유·정유 트레이딩·석유 제품 사업 편입으로 배터리 적자 국면에서도 일정 수준의 현금 창출 기반이 유지되는 구조를 갖춘 것이다. 실제 3분기 기준 SK온의 배터리 사업 매출은 1조8,079억원으로 석유사업(12조6,885억원) 매출을 크게 밑돌았다. 배터리 사업 EBIT(이자 및 세금 차감 전 이익)은 -2,979억원 수준이었으며, AMPC 보조금으로 1,731억원을 보전받아 -1,248억원으로 조정됐다. 여기에 석유사업 EBIT 1,417억원이 더해지며 SK온은 최종 EBIT 169억원으로 겨우 적자를 면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사업 구조로 SK온이 장기적 성장을 노릴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결국 배터리 본업의 수익성이 회복되지 않는 한 근본적인 재무 부담을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이다. 현재 SK온은 전기차 시장 침체에 대응하고 배터리 실적 반등을 꾀하기 위해 ESS(에너지저장장치) 사업을 주목하고 있으나, 아직 ESS 배터리 생산라인을 확보하지는 못한 상태다. 지난 9월 처음으로 미국 ESS 배터리 계약을 수주하면서 조지아주 공장 라인의 일부 전환 계획을 밝힌 것이 전부다. 조지아 공장의 ESS 배터리 생산 시점은 내년 10월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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