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청소년 SNS 금지’ 시행한 호주, 취지엔 공감하나 부작용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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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딧, 호주 정부 상대로 소송 제기 "표현의 자유 침해" 주요 연구서 SNS와 청소년 인지력 저하 연관성 밝혀 말레이시아도 내년부터 유사 조치 시행, 영국도 검토 중

호주가 세계 최초로 청소년의 소셜미디어(SNS) 사용을 법으로 제한한 가운데, 글로벌 플랫폼 레딧이 표현의 자유 침해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호주 내부에서도 청소년의 인지력 발달과 정신건강 보호라는 취지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로그인 없이 열람하거나 우회 접속이 가능해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되는 모습이다. 말레이시아, 영국 등 주요국들도 유사한 조치를 시행하거나 검토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관련 규제가 세계적으로 확산될 경우 자칫 검열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6세 미만 계정 비활성화 조치 의무화
11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레딧은 지난 10일부터 시행된 ‘16세 미만 이용자 SNS 접근 금지법’과 자사를 이 법의 적용 대상에 포함시킨 조치가 부당하다며 호주 고등법원에 최근 소송을 제기했다. 레딧이 제출한 소장에는 호주 연방정부와 아니카 웰스 통신부 장관이 피고로 명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레딧 측은 소장 제출과 함께 낸 성명에서 “이번 조치는 단순한 연령 확인을 넘어 모든 인터넷 사용자의 프라이버시와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심각한 우려를 낳는다”며 “법률 검토를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호주 정부는 전날 세계 최초로 SNS 이용에 법적 연령 제한을 도입했다. 해당 법령은 지난해 11월 의회를 통과한 이후 약 1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시행됐다. 법령에 따르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레드, 유튜브, 틱톡, 엑스(X·옛 트위터), 스냅챗, 레딧, 트위치, 킥 등 10개 플랫폼을 우선 적용 대상으로 16세 미만 계정 삭제 및 비활성화와 연령 확인을 의무화하고 있다. 위반 시 최대 4,950만 호주달러(약 485억원) 벌금이 부과된다. 현재 이 규정의 적용을 받는 호주 내 16세 미만 SNS 사용자는 100만 명 수준으로 파악된다.
다만 로그인하지 않은 상태의 콘텐츠 열람은 여전히 가능하다. 이에 대해 해당 규정을 시행·관리하는 호주 온라인 안전규제기관 e세이프티(eSafety)는 “엄밀히 말하면 완전한 접속 차단이 아니라 계정 사용의 일시적 중단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청소년은 성인에 비해 로그인 상태에서 과도한 압박과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크다”며 “이러한 위험은 SNS 플랫폼의 설계 특성에서 비롯되는데, 사용자 체류 시간을 늘려 불안·부정적 감정을 유발하거나 심리에 영향을 주는 콘텐츠에 쉽게 노출되도록 만든다”고 설명했다.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연령 확인 절차를 우회하거나 가상사설망(VPN) 등을 이용해 접속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법령 시행 직전 호주 내 VPN 관련 검색량이 급증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법안 통과를 주도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하루 만에 100만 개가 넘는 계정을 일괄 차단할 수는 없지만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며 "아이들이 어린 시절을 온전히 누리고, 부모들도 온라인에서 자녀가 무엇을 보는지 불안해하지 않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SNS 규제 효과 두고 찬반 의견 엇갈려
정책의 필요성을 두고 사회적·학술적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아니카 장관은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하나의 법으로 알파세대(2010년 이후 태어난 세대)가 빅테크들이 숨겨 놓은 약탈적인 알고리즘에 의해 지옥으로 빨려 들어가지 않도록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콧 그리피스 멜버른대 심리학과 교수도 "이처럼 강력한 입법 조치가 시행되는 것을 보고 주요 SNS 기업들이 마침내 더 많은 청소년의 건강과 웰빙을 의미 있게 보호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규제가 시도해 볼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청소년의 SNS 사용이 인지 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싣는다. 최근 미 소아과학회 학술지에 실린 카롤린스카 연구소와 오리건 보건과학대 연구에 따르면, 10세 어린이 8,300여 명을 4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SNS 사용이 집중력 저하·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 부주의 증상의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SNS는 메시지·알림 등 지속적인 방해 요소를 통해 주의를 빼앗고, 이러한 반복이 수개월·수년에 걸쳐 누적되면 장기적으로 집중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규제 자체가 또 다른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청소년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채 시행되는 강경 조치가 오히려 불안과 정신적 스트레스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SNS가 청소년의 사회적 관계 형성과 정체성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만큼, 갑작스러운 접근 제한이 상실감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SNS 차단을 우회하려는 과정에서 더 위험한 온라인 환경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SNS 사용 금지 조치 이후 부모와 보호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조언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청소년기 SNS 사용의 부작용이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인과관계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만큼 광범위한 접근 제한 조치가 타당한지에 의문을 제기한다. SNS만 차단한다고 해서 피해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적지 않다. 데이팅 웹사이트나 게임 플랫폼처럼 소셜 기능을 강화한 서비스에서는 여전히 부적절한 접촉이나 유해 콘텐츠 노출 가능성이 존재한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챗봇을 활용한 대화형 서비스가 확산하면서 청소년들이 성적 유도, 과도한 의존, 정서적 착취 등 새로운 형태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SNS 규제 확산 조짐에 검열 우려 제기
이처럼 여러 우려와 논란이 있음에도, 청소년의 SNS 사용을 법적으로 제한하려는 흐름은 이미 주요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지난해 10월 호주와 동일한 기준의 금지 조치로 온라인안전법(Online Safety Act)을 제정해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며, 뉴질랜드와 덴마크도 미성년자의 SNS 접근을 차단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달 의회 차원의 비구속적 조치로 '16세 미만 SNS 금지'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영국 정부 역시 호주의 연령 제한 모델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소셜미디어의 종주국’으로 불리는 미국에서도 비슷한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호주처럼 전면적 금지는 아니지만, 일부 주에서 10대의 소셜미디어 또는 인터넷 서비스 이용을 제한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네브래스카 주는 미성년자가 계정을 생성하기 전 플랫폼이 연령을 확인하고 부모 동의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법안을 채택해 2026년 7월 시행을 앞두고 있으며, 유타·텍사스·루이지애나 주는 앱 스토어 운영자에게 사용자 연령 확인과 신규 다운로드·업데이트 시 부모 동의를 요구하는 법률을 도입했다.
다만 이러한 조치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경우, 각국의 정치·사회적 상황에 따라 자칫 검열 도구로 악용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아시아 개발도상국에서는 SNS가 부패 고발, 정권 비판, 시민운동 조직화 등 민주주의를 작동하게 하는 핵심 공간으로 기능해 온 만큼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일례로 지난 9월 네팔에서는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하자, 정부가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주요 플랫폼의 접속을 전면 차단했고, 이는 오히려 시민들의 분노를 키워 대규모 시위로 이어졌다. 같은 시기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에서도 SNS를 매개로 부패 종식과 빈부 격차 해소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