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놀자 기업가치가 15조원? 거품 논란 속 멀어지는 나스닥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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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놀자 희망 기업가치, 최대 15조원 결손금 3,000억원 육박, 재무부담 여전 ‘제2의 쿠팡’ 면하려면 수익성 입증해야

야놀자의 미국 나스닥 시장 상장이 1년 넘게 진척되지 않고 있다. 지나치게 높은 몸값 목표치가 기업공개(IPO)로 가는 길목을 막아선 모양새다. 야놀자는 최근 몇 년간 꾸준한 매출 성장으로 IPO 기대감을 키워왔지만 수익성이 급락하면서 그간 거론된 기업가치 수준이 무색해지고 있다. 최대주주인 소프트뱅크는 야놀자를 통해 앞선 쿠팡 사례처럼 투자 후 지분 매각을 통한 수익창출을 기대하고 있으나, 고평가 논란을 해소하지 않는 한 나스닥 상장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나치게 높은 몸값 목표치
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 총괄대표는 최근 기업가치 13조~15조원에 상장하자는 뜻을 경영진과 상장 주관사(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측에 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야놀자는 지난해 7월 나스닥 상장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었다. 목표 기업가치는 70억~90억 달러(약 10조2,800억~13조2,2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상장을 추진한다는 소식은 아직까지 들리지 않는 상황이다.
야놀자가 나스닥 상장에 나선 이유는 숙박 플랫폼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기업소비자간거래(B2C)와 기업간거래(B2B)를 아우르는 종합 트래블 테크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숙박 정보 커뮤니티로 출발한 야놀자는 국내 숙박 예약 플랫폼을 넘어 글로벌 여행 데이터와 호텔 운영 기술을 다루는 기업으로 체질 전환을 시도해 왔다. 이에 2019년부터 클라우드 기반의 호텔 운영 솔루션과 글로벌 B2B 공급망을 확보하며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사업을 본격화했다.
2023년 말에는 뉴욕증권거래소(NYSE) 출신 알렉산더 아브라힘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영입했으며, 지난해에는 미국 현지 법인 설립 및 뉴욕 맨해튼 오피스 개소를 진행하는 등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사업 확장을 가속화했다. 또한 회계 전문가 출신의 외국인 사외이사를 영입하며 이사회 구조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도록 재편하는 등의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이 총괄대표가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진 13조~15조원은 야놀자의 4년 전 대규모 투자 유치 당시 기업가치와 비교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지난 2021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야놀자에 약 2조3,000억원을 투자했는데, 당시 기업가치를 8조원으로 평가한 바 있다. 장외주가와 비교하면 괴리가 더 크다. 24일 증권플러스 비상장 기준 야놀자 주가는 27,200원으로, 2021년 초 7~8만원 대까지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현재 시가 총액은 2조8,000억원 규모로, 3년 내 최고가(지난해 6월 10일) 기준으로 계산하면 7조2,800억원의 기업가치가 산출되지만 이 역시 야놀자가 희망하는 몸값의 절반에 불과하다.

매출↑·수익↓, 고질적 흐름
해외 증시에 상장된 유사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을 대입해 추산해 봐도 13조~15조원은 현실성이 낮다. 현재 야놀자는 자사를 글로벌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업으로 칭한다. 숙박업보다 밸류에이션이 훨씬 높게 형성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고려해 글로벌 SaaS 기업들의 평균 EV/SALES(기업가치를 매출액으로 나눈 값)인 5~7배를 야놀자에 적용해도 기대 몸값이 높긴 마찬가지다. 야놀자의 올해 1~3분기 매출액이 7,610억원으로, 연 매출액을 1조원이라고 가정하고 여기에 5~7배를 적용한 뒤 순현금 2,000억원을 더하면, 야놀자 기업가치는 5조4,000억~7조5,0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재무적투자자(FI)의 기대 밸류는 물론 투자 밸류에도 못미친다.
EV/EBITDA(기업가치를 상각전 영업이익으로 나눈 값) 방식으로 계산하면 야놀자의 기업가치는 더 떨어진다. 글로벌 SaaS 기업들의 EV/EBITDA 배수가 18~20배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해 야놀자의 올해 EBITDA 추정치(약 1,200억원)에 대입해 보면, 야놀자의 적정 기업가치는 2조원대 중반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에어비앤비, 익스피디아 같은 숙박 플랫폼 업체들의 평균 밸류에이션을 야놀자에 적용하면 기업가치는 1조원대 후반~4조원대 초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EV/EBITDA 방식을 적용하면 1조원대 후반, EV/SALES 방식을 택하면 4조원대 초반이 된다. 게다가 최근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테크·플랫폼 기업 전반에 대한 밸류에이션이 소프트뱅크 투자 유치 당시만 못한 상황이다.
더욱이 야놀자가 IPO가 속도를 내지못하면서 시장의 평가는 더욱 박해지고 있다. 매출은 늘고 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매출액은 2021년 3,300억원에서 이듬해 6,029억원, 지난해 9,245억원으로 크게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2022년 138억원, 2023년 26억원, 2024년 492억원, 올해 상반기 25억원으로 들쭉날쭉하고 있다. 당기순손실을 내면서 결손금도 쌓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부채는 1조5,600억원으로 부채비율은 2021년 14.7%에서 현재 133%까지 올랐다. 또한 야놀자는 올해 1·2분기 모두 적자 전환했으며 올해 6월 말 기준 결손금만 3,000억원에 이른다. IPO 추진 과정에서 결손금을 줄이지 못할 경우 자본잠식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거품 상장 '쿠팡', 주가 반토막에 소송까지 직면
이런 상황에서 성장성에만 기댄 무리한 IPO는 시장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 쿠팡의 선례가 이를 증명한다. 야놀자는 제2의 쿠팡으로 불린다. 손정의 회장의 선택을 받았다는 점과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쿠팡의 현재 상황을 보면 야놀자 입장에서 제2의 쿠팡이라는 별명이 그리 달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상장 직전인 2020년 영업손실이 5,000억원을 넘자 밸류에이션 평가 방법으로 주가매출비율(PSR)을 택했다. 그리고 2021년 3월에 11일 상장했는데 그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886억5,000만 달러(약 130조9,000억원)에 달했으나 흥행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23일(현지시간) 기준 쿠팡의 시가총액은 500억 달러(약 73조원)로 3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
주원인은 더딘 수익성 개선이다. 쿠팡은 로켓배송을 시작한지 8년 만인 2022년 3분기에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다만 매출 6조6,776억원에 영업이익이 1,013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1.5%에 불과했다. 이후로도 1년 동안 바닥권 수익률을 지속했다. 2023년 3분기 매출은 8조942억원, 영업이익은 1,145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1.4%였다. 성장성이 높은 플랫폼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기만 하면 수익성 개선을 이룰 것이란 기대가 컸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그간 각종 언론을 통해 확대돼 온 쿠팡의 기업가치에 대해, 사실상 부풀려진 것이라는 거품론이 커졌다. 설상가상으로 온라인 유통기업으로서의 자생력과 경영 능력에 대한 의문까지 부상했다. 앞선 위워크(글로벌 공유 오피스 서비스 기업)의 몰락을 비롯해 손정의 회장의 연이은 투자 손실이 대거 드러나며 쿠팡 거품론이 확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여파로 쿠팡은 소송에도 직면했다. 뉴욕시공무원연금 등 쿠팡 주주들은 2021년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당시 제출된 IPO 신고서에 허위 사실이 포함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쿠팡이 △물류센터의 열악한 근무 환경 은폐 △검색 결과 조작 △자체 브랜드(PB) 상품 리뷰 작성 지시 △납품업체 가격 강제 등의 행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와 물류센터 화재로 인해 상장 후 1년 안에 주가가 절반 이상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올해 9월 미국 남부지방법원이 쿠팡과 경영진의 기만 의도를 입증하지 못했다며 쿠팡의 손을 들어줬지만, 일련의 상황은 미국 투자자들이 야놀자에 더욱 엄격한 수익성을 요구할 수 있는 배경 중 하나로 지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