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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컬쳐] 엘리트 인재 양성의 착시, 핵심은 사회·경제 시스템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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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months 1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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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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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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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과학의 언어로 읽고, 사실 위에 통찰을 더하는 글을 전합니다. 복잡한 현상 속에서 본질을 찾아 독자와 함께 사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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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권 축소 속 중간층 약화 신호
노동시장 변화에 맞지 않는 교육 분리 구조
설계 정밀도가 좌우하는 성취 격차 완화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22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태국 학생 가운데 수학 최고 성취 수준에 오른 비율은 1%로 집계됐다. 100명 중 1명만 최상위 단계에 도달했다는 뜻이다. 수치 자체는 단순하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가볍지 않다. 상위권의 폭이 넓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학업 성취의 분포가 고르게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함께 드러났다.

동시에 이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태국의 교육 체계가 사실상 두 갈래로 분리돼 있다는 점이다. 한 축은 극소수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다른 한 축은 기초 문해력과 수리력, 직무 수행 역량을 보장하는 데 방점을 둔다. 그런데 위쪽과 아래쪽이 동시에 약해지면 그 사이를 받쳐야 할 중간층도 자연스럽게 두터워지기 어렵다. 학업 성취의 분포가 한쪽으로 기울면 진학 경로와 취업 선택지도 좁아진다.

이 같은 이원화 구조는 개인의 생애 기회와 가계의 선택, 나아가 태국 경제의 확장 경로에까지 광범위한 파급을 미친다. 최상위 교육이 국내 노동시장의 충분한 기회와 연결되지 못할 경우, 고급 인력은 해외로 유출되거나 미취업 상태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기초 교육의 토대가 취약할 경우, 경제 전반의 평균 생산성은 상승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상위권 육성과 기초 보장의 이중 궤도

태국 교육은 오랫동안 상위권 육성과 기초 보장을 구분해 운영해 왔다. 정책 설계와 예산 배분도 이 틀을 중심으로 이어졌다. 학교 현장에서는 진학을 준비하는 과정과 기본 역량을 다지는 과정이 각자의 궤도로 움직였다. 기능은 나뉘어 보였지만, 학생이 졸업해 사회로 나가는 순간 두 흐름은 다시 만난다. 결국 모두 같은 노동시장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노동시장이 충분히 성장하지 못하면 우수 인재는 국내에서 경로를 찾기 쉽지 않다. 일부는 해외로 이동하고, 일부는 제한된 직무 안에서 경쟁을 이어간다. 산업이 고급 인력을 안정적으로 흡수하지 못하면 연구개발(R&D)과 고부가가치 부문의 확장도 속도를 내기 어렵다. 그 영향은 생산성과 투자 판단으로 이어진다.

평균적인 기초 역량이 낮은 상태가 지속되면 기업은 채용 이후 교육에 더 많은 시간을 들인다.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인력이 부족하면 일정과 비용 부담이 커진다. 상단과 하단의 문제는 이렇게 기업의 인력 전략 안에서 다시 연결된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25년 미래 일자리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직무 구성과 요구 역량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들은 신규 채용 확대보다 기존 인력의 재교육을 중요한 과제로 꼽는다.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인력 운영 방식도 조정되고 있다. 이런 흐름은 교육 체계가 노동시장과 보폭을 맞출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구분을 유지하는 데서 나아가 두 축을 하나의 흐름 안에서 정렬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주: 태국의 수학 최상위권 학생 비율은 1%로, OECD 평균(9%)과 한국(23%), 일본(21%), 싱가포르(41%)에 비해 크게 낮게 나타났다. 최상위권 인재 저변의 격차가 수치로 확인된다.

상징적 처방이 남기는 공백

교육 개혁 논의는 대개 예산 확대나 명문 기관 설립처럼 눈에 보이는 조치에서 시작된다. 새로운 건물과 대형 프로젝트는 정책 의지를 분명히 드러내고, 발표 직후에는 기대감도 빠르게 형성된다. 이는 단기간에 성과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선택처럼 보인다.

그러나 재정의 흐름을 살펴보면 다른 장면이 눈에 띈다. OECD 자료에 따르면 태국의 교육 재정 지출 비중은 2014년 16.9%에서 2022년 11.2%로 낮아졌다. 재원이 줄어든 환경에서는 어디에 쓰느냐가 더욱 중요해진다. 같은 예산이라도 배분 방식에 따라 결과의 방향은 달라진다. 정책의 초점이 점차 규모 확대에서 설계의 정밀함으로 옮겨가는 배경이다.

현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된다. 교사 연수와 정기적인 학습 진단이 함께 작동할 때 학업 성취는 서서히 개선되지만 장치가 따로 움직이면 격차는 다시 벌어진다. 특정 대학이나 프로그램에 자원이 집중되면 단기 성과는 나타난다. 그러나 산업과의 연결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으면 졸업 이후의 경로는 넓어지지 않는다. 기업이 요구하는 역량과 교육 과정이 맞물릴 때 인력 활용도는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정책의 무게중심은 점차 상징에서 설계로 이동하고 있다. 자원의 투입이 교실 수업과 평가 체계로 이어지고, 산업 협력이 구체화될 때 변화는 차곡차곡 쌓인다. 기대와 체감의 간격도 서서히 줄어든다. 교육 개혁은 단번에 결론을 내는 일이 아니라 방향을 다듬어 가는 과정에 가깝다.

주: 동남아시아 기업의 85%는 인력 재교육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고, 75%는 인공지능(AI) 도입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65%는 2030년까지 업무 구조의 큰 변화를 예상했으며, 63%는 기술 격차를 주요 장애 요인으로 지목했다. 기업 전략의 중심이 신규 채용에서 기존 인력 역량 강화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두 트랙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는 설계

기초 교육은 조기 진단과 교사 재훈련을 중심으로 꾸준히 다져질 필요가 있다. 학생의 학습 수준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그 결과를 수업에 반영하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 교실의 흐름도 안정된다. 학습이 뒤처진 학생에게는 짧고 집중적인 보충 프로그램이 이어질 때 효과가 축적된다. 반복된 개선이 성취를 끌어올린다.

엘리트 교육은 지역 거점 센터를 중심으로 산업과 연결될 때 힘을 얻는다. 여러 지역에서 특화된 역량을 키우는 체계가 자리 잡으면 인재의 이동 경로도 넓어진다. 기업이 연구 과제와 인턴십에 참여하면 교육 과정은 현장의 요구에 맞춰 조정된다. 성과와 취업 경로가 공개되면 교육과 고용의 거리는 조금씩 줄어든다.

지원 체계도 함께 정비될 필요가 있다. 성과에 연동된 예산 배분은 책임성을 높이고, 공공자금의 흐름을 분명히 한다. 교육을 장기적인 인적 자본 투자로 바라보는 인식이 자리 잡을수록 정책의 방향도 안정된다. 두 트랙이 각자 움직이던 흐름을 벗어나 하나의 연결된 구조로 정렬될 때 교육과 노동시장은 보다 유기적으로 맞물린다.

공정성 지키는 완충 장치

트랙을 구분하는 정책이 거론되면 특권 고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선발 기준과 지원 방식이 특정 계층에 유리하게 작동할 수 있다는 걱정도 뒤따른다. 이런 반응은 제도의 신뢰와 맞닿아 있다. 신뢰가 흔들리면 정책은 힘을 얻기 어렵다.

전국 단위의 공정한 진단 체계가 자리 잡으면 학생의 잠재력은 지역과 가정 배경을 넘어 평가될 수 있다. 평가 기준과 절차가 공개되면 선발 과정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진다. 저소득층을 위한 장학 프로그램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면 진입 장벽은 낮아진다. 학업 성취가 늦게 나타나는 학생을 위한 보완 과정이 이어지면 또 다른 기회가 열린다.

OECD는 태국이 교육 접근성에서는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질과 형평성 측면에서는 개선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진단도 내놨다. 논의의 초점은 속도를 높이는 데서 방향을 공유하는 쪽으로 옮겨간다. 어떤 기준을 적용하고 어떤 성과를 공개할 것인지가 정책의 중심에 선다. 지표가 공개되고 운영 과정이 투명해질수록 신뢰는 차분히 쌓인다.

교육 개혁은 단기간에 결론을 내는 일이 아니다. 작은 변화가 이어지면서 제도의 설득력이 커진다. 공정성을 설계에 담는 노력이 지속될 때 두 트랙은 긴장 속에서도 균형을 유지한다. 그렇게 완충 장치가 작동하면 정책은 사회적 합의 속에서 서서히 자리를 잡는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wo Tracks, One Country: Fixing the Thailand education divide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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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과학의 언어로 읽고, 사실 위에 통찰을 더하는 글을 전합니다. 복잡한 현상 속에서 본질을 찾아 독자와 함께 사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