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알림 설계까지 책임? 메타·구글 ‘SNS 중독’ 첫 배상 평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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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책임 인정, 유사 소송 확대 전망
반복 노출·보상 구조 등 설계 방식 문제
질병에서 책임으로, 산업 전반 파장 가능성

미국에서 메타와 구글이 소셜미디어(SNS) 중독을 유발하는 설계로 이용자 피해를 초래했다는 배심원단의 평결이 나왔다. 두 회사에 600만 달러(약 89억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이번 판결은 단순 콘텐츠를 넘어 플랫폼의 기능과 설계 방식 자체를 문제로 본 첫 사례라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학계에서 SNS의 중독적 사용이 위험 행동을 부추긴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된 가운데, 일부 국가에서는 청소년 이용을 제한하는 정책까지 등장하면서 관련 논의 또한 격화하는 모습이다.
실제 손해에 징벌적 배상까지
25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재판에서 1심 배심원단은 메타와 구글이 이용자 중독을 유발하는 설계로 피해를 초래했다며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메타에 420만 달러(약 62억원), 구글에 180만 달러(약 27억원)를 각각 지급하라고 결론 내렸다. 이 가운데 절반은 치료비 등 실제 손해에 대한 보상에 해당하고, 나머지 절반은 기업의 행위를 처벌하고 재발을 막기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이다.
이번 평결은 한 달 넘게 이어진 재판과 40시간 이상 진행된 배심원단 심의 끝에 도출됐다. 원고인 20대 여성 케일리 G.M.은 6세 때 유튜브를, 9세 때 인스타그램을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 SNS 중독으로 우울증과 신체적 장애를 겪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 플랫폼이 자동 재생이나 좋아요 알림, 무한 스크롤 등 기능을 통해 이용자의 체류 시간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됐다는 주장이다. 케일리 측 대리인은 “청소년은 뇌 발달 단계상 중독에 취약한 만큼 피해가 더 크다”며 플랫폼 운영사들의 책임을 강조했다.
이에 재판의 쟁점은 플랫폼 설계로 이동했다. 현행 미국 법체계에서는 이용자가 올린 콘텐츠에 대해 플랫폼 책임이 제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설계 구조 자체가 중독을 유발했는지 여부가 판단 기준이 됐다. 메타는 “원고의 정신적 문제에는 SNS 외 다른 요인도 작용했다”고 주장했고, 구글은 “유튜브는 SNS가 아닌 스트리밍 플랫폼”이라고 반박했지만 배심원단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플랫폼의 설계 자체가 이용자의 정신 건강 문제와 중독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이번 평결이 확정될 경우, 향후 SNS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도 유사한 결론이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세라 크렙스 코넬대 교수는 “캘리포니아에만 수백 건, 미국 전역으로 보면 수천 건의 유사 소송이 계류 중”이라며 “이 같은 판결이 한 건이라도 나오면 수많은 후속 소송의 물꼬를 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플랫폼 설계가 이용자 피해와 직접 연결된다는 판단이 축적될 경우, 기업 책임 범위가 서비스 구조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 또한 막대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견해다.

‘사용 시간’ 아닌 ‘중독’이 핵심
SNS가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학계에서도 매우 심도 있게 다뤄지는 주제다. 최근 연구에서는 단순 사용 시간보다는 ‘중독적 사용’ 여부가 핵심 기준으로 지목됐다. 샤오 윤위 코넬대 교수 연구팀은 미국 전역 아동 4,285명을 4년간 추적 조사해 그들의 스크린 사용 습관과 자살 행동 간 연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화면을 오래 보는 것 자체는 자살 행동과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지만, SNS 활동이 “중독처럼 느껴진다”고 응답한 집단에서는 자살 사고와 자해 행동 위험이 최대 3배 높게 나타났다. 이로써 통제 불가능한 반복 사용 상태가 더 직접적인 위험 요인이라는 점이 확인됐다.
중독적 사용은 특정한 행동 특성을 동반한다. 기기를 멀리하기 어렵고 사용 욕구가 점점 강화되며, 사용이 제한될 경우 정서적 고통을 경험하는 상태가 반복된다. 연구에서는 조사 대상 아동의 절반 가까이가 11세 이후 지속적으로 높은 중독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아동 중 25%는 초기에는 중독 수준이 낮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급격히 증가하는 패턴을 보였고, 이 집단에서 자살 행동 위험은 2배 이상 상승했다. 특히 연소득 7만5,000달러(약 1억1,200만원) 이하 가정이나 비혼 부모 가정, 흑인과 히스패닉 청소년 집단에서 중독적 사용 비율이 높게 나타나 사회경제적 조건과의 연관성도 함께 드러났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SNS 위험을 단순 이용 시간 규제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기존 연구에서도 사용 시간이 지나치게 길 경우 수면 부족, 운동 감소, 대면 소통 감소 등이 정신건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확인됐지만, 중독적 사용은 보다 직접적인 경로로 작용하는 변수로 분류된다. 샤오 교수는 “중독적 사용은 자아 통제력이 완성되지 않은 아동기에 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무작정 스마트폰을 빼앗는 방식은 오히려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어 인지행동치료 등 전문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책 대응 역시 이러한 인식 변화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이동하는 추세다. 일례로 호주에서는 지난해 12월 10일부터 16세 미만 이용자의 SNS 사용을 제한하는 법이 시행됐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X, 스냅챗 등 10개 플랫폼이 대상이며, 차단의 책임은 플랫폼 기업에 부과했다. 이에 따라 기업이 연령 확인 등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최대 4,950만 호주달러(약 485억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그러나 이용 제한 이후 레몬8, 요프 등 대체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일종의 ‘풍선효과’가 나타나면서 문제는 규제 효과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치열하게 전개 중이다.
치료·보상 문제 책임 확장 여지도
SNS 중독을 심각한 질병으로 규정하고, 이를 치료하려는 시도도 이어졌다. 지나친 사용이 자기애적 인격 장애나 신체변형장애, 색정망상증, 식욕부진 등 다양한 정신 질환과 연관된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되며 SNS 중독 문제는 사회적 과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캐나다 사이먼 프레이저대 연구진이 2,500개 이상의 학술 문헌을 검토한 결과, SNS 환경은 현실 검증 없이 왜곡된 자기 인식을 유지하게 만드는 조건을 제공해 ‘망상’을 비롯한 여러 형태의 정신 장애로 이어졌다.
연구진은 현실 세계의 피드백이 제한된 상태에서 이러한 인식이 지속되는 경향이 심해진다고 지적했다. 연구를 이끈 버나드 크레스피 박사는 “SNS는 (정신) 장애의 원인을 충족시키는 일종의 가상 공간이 존재하고, 효과적인 현실 확인이 없기 때문에 망상이 더 쉽게 생성되고 지속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SNS 자체는 본질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가상 세계는 실제 삶에서의 사회적 고립과 결합해 사람들이 면밀히 조사받지 않고도 망상적인 자아 정체성 감각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접근은 SNS 중독을 치료 대상으로 보는 시각에 기반한다. 주요 해법으로는 디지털 디톡스나 인지행동치료 등 개별 사용자 중심의 대응이 제시된다. SNS는 보상 시스템을 통해 사용자의 행동을 강화하고, 좋아요·댓글 등 피드백이 반복될수록 도파민 분비가 증가해 사용 지속성을 높이는 구조를 갖는다. 또한 사회적 비교와 불안을 유발하며, 타인과의 비교 및 정보 결핍에 대한 불안이 반복 접속을 유도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행동 중독 형태로 이어질 공산이 크고, 다시 자기 통제력 약화와 정신적 불안정으로 연결되곤 한다.
최근 들어서는 SNS 중독을 개인 치료 영역에 한정하지 않으려는 논의도 본격화할 조짐을 보인다. 구글과 메타의 사례처럼 중독을 유발하는 설계와 환경이 문제의 핵심으로 지목되면서 책임 주체가 사용자에서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형성된 것이다. SNS가 사회적 상호작용과 정보 소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채널로 자리 잡은 만큼 정신 건강 문제 역시 서비스 설계와 분리하기 어렵다는 게 플랫폼 책임론자들의 지적이다. 이는 플랫폼이 제공하는 기능이 이용자의 행동과 인식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인터넷 서비스 전반으로 책임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을 내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