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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금주령 영향 본격화, 수입 와인부터 전통주 마오타이까지 줄줄이 몸값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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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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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금주령에 고급 주류 수요 붕괴
백주 마오타이 소비 위축→가격 급락
애국 소비+정책 영향+대체 소비 차단

중국 정부가 공직자 대상 금주령을 강화하면서 와인 시장의 소비 흐름에 뚜렷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기존에는 공직자와 국유기업을 중심으로 형성된 접대 수요가 고급 주류 소비를 주도했지만, 정책 시행 이후 해당 수요가 빠르게 위축되며 시장 전반의 흐름이 달라졌다. 이 과정에서 전통주 가격 또한 크게 조정받는 등 주류 시장 전반이 동시에 흔들리는 모습이다. 소비가 다른 주류로 이동하던 과거와 달리 이동 경로 자체가 제한되자, 시장의 변화 폭은 갈수록 확대되는 실정이다. 

요식업 매출 떠받치는 공공 지출 잠겨

27일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의 와인 수입량은 2017년 5억5,200만 리터(L)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 하락했다. 2024년 수입량은 1억6,500만 L 수준으로 7년 전의 30%에도 미치지 못했고, 지난해 1~3분기 역시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산 와인 수입액이 각각 19.7%, 12.8%, 26.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유럽의 ‘주류 거물’로 불리는 페르노리카와 디아지오 등 다수 기업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들 기업은 중국 내 매출이 두 자릿수 이상 급락하자, 연간 실적 목표를 하향 조정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태다. 

수요 붕괴의 직접적인 계기는 금주령이다. 지난해 5월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이 발표한 ‘당정기관의 절약 실시와 낭비 반대 조례’는 공무 관련 식사에서 술과 고급 요리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후 일부 지역에서는 공무원 대상 알코올 측정 검사와 외식 감시 제도까지 도입되며 규제가 강화됐다. 공직자들의 소비 축소는 즉각 시장 전체 수요 감소로 이어졌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의 집계에서 중국 요식업 매출의 약 51.6%는 정부 기관과 국유 기업 등 공공 부문의 지출이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비 위축은 민간으로도 확산했다. 금주령 적용 범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과 금융기관, 법무법인 등에서도 회식과 외부 접촉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일부 지방에서는 공무원 3인 이상 식사를 제한하는 조치까지 등장했고, 식당이 공무원 외식 정보를 신고할 경우 보상하는 제도가 도입되기도 했다. 여기에 내수 침체로 일반 소비자마저 외식과 음주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행동을 바꾸며 수요 위축이 가속했다. 결과적으로 정책이 직접 규제하는 영역을 넘어 시장 전반의 소비 심리를 동시에 위축시키는 효과가 나타났다.

수요가 얼어붙자, 주요 와인 생산지들은 파산을 우려하는 기류가 조성됐다. 호주 리버랜드에서는 시라즈 포도 가격이 2020년 이후 3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고, 뉴사우스웨일스 일부 지역에서는 수확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수확기를 맞은 포도의 30%가량을 거두지 못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또 다른 주요 생산지인 프랑스 보르도 지역은 2023년부터 전체 재배 면적의 약 20%에 달하는 포도나무를 제거하는 조치에 들어갔다. 이는 소비처의 정책 변화가 산업 전반의 생산 구조를 흔드는 단계로 확대됐음을 시사한다. 

사진=귀주마오타이그룹

금주령 우회 움직임도

중국 주류 시장의 충격은 비단 수입 와인에만 그치지 않았다. 금주령 이후 고급 중국 백주 시장 역시 직접적인 타격을 받으며 가격과 기업 가치가 동시에 흔들리는 흐름이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귀주 마오타이’ 주가는 금주령 발효 직후 직전 52주 최고치 대비 14% 하락했다. 마오타이 가격 역시 지난 한 해에만 약 20% 가까이 떨어졌는데, 대표 제품인 53도 페이톈 마오타이는 지난해 5월 말 2,000위안(약 43만원) 아래로 내려가 2020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후 같은 해 12월에는 1,780위안(약 38만원)까지 추가 하락하며 고가 주류 시장의 위기를 알렸다. 

다만 금주령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회의론적 시각도 다수 존재한다. 중국 사회에서는 ‘상유정책, 하유대책(上有政策, 下有對策)’이라는 표현처럼 위에서 정책이 내려오면 이를 우회하는 움직임이 반복돼 왔다. 실제로 베이징 도심에서는 금주령을 기점으로 주택을 개조한 비공식 식당이 급증했고, 한 인테리어 업체가 10여 건의 공사를 수주했다는 증언이 이어질 정도로 수요가 확인됐다. 기업인과 공직자 모두 공식 공간 대신 사적 공간에서 접대를 이어가려는 시도에 따른 신풍경이다. 

과거 사례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확인된다. 중국에서는 2012년에도 반부패 금주령이 내려진 바 있는데, 당시 중국 학자들이 발표한 연구에 의하면 금주령 도입 이후 와인 수입은 67%(금액 기준 48%) 증가했고, 고가 증류주 수입도 확대되는 ‘대체 소비’가 발생했다. 많은 소비자가 자국 술 대신 수입 주류로 이동하며 글로벌 주류 기업의 누적초과수익률이 상승한 반면, 중국 주류 기업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성과를 기록한 것이다. 이에 이번 금주령 역시 단기적으로는 고급 주류 소비를 위축시키는 효과를 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소비가 다른 형태로 이동할 것이란 관측이 주를 이룬다. 

대체 소비 경로마저 차단

심지어 과거 사례에서는 금주령을 사업 확장의 기회로 삼으려는 시도도 이어졌다. 금주령이 주류 소비의 방향을 바꾸는 요인으로 작동하면서 투자의 방식 또한 바뀐 것이다. 2010년대 중반 와인 수요가 빠르게 불어나던 시기 중국 자본은 프랑스 보르도 지역 와이너리를 공격적으로 인수하며 생산 기반 확보에 나섰고, 2017년 기준 중국 자본이 소유한 보르도 와이너리는 168곳에 달했다. 마오타이 그룹과 같은 주류 기업은 물론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 영화배우 자오웨이와 농구선수 야오밍 등 유명 인사들도 와이너리 매입 행렬에 합류했다. 

하지만 이후 정책 환경은 수입 와인에 우호적이던 흐름을 급격히 뒤집었다. 2020년 중국 정부는 호주산 와인에 대해 최고 212.2% 수입 보증금을 부과했다. 2018년 호주가 5세대 이동통신 구축사업에서 중국 기업 화웨이 장비 도입을 금지한 데 따른 일종의 보복 조치였다. 이전까지 중국으로 향하던 호주산 와인은 더 이상 자유롭게 유입되지 못했고, 과거와 같은 대체 소비의 통로도 급격히 좁아졌다. 2010년대까지의 금주령이 해외 주류에 우회적 기회를 줬다면, 이 시기부터는 외국 와인 자체가 정책 변수에 훨씬 민감하게 노출되는 단계로 바뀐 셈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애국 소비 기조와 공직자 사교 제한이 동시에 맞물리며 우회 경로는 한층 더 약해졌다. 외국 와인에 대한 정책적 부담과 상징적 거리감까지 함께 커졌기 때문이다. 같은 금주령이라도 2010년대 중반에는 시장 재편과 확장의 재료로 활용된 반면, 현재는 와인 수요를 근본적으로 차단시키는 조치에 가깝다는 점에서 성격이 뚜렷하게 달라졌다. 이는 곧 글로벌 생산자 입장에서 중국 시장을 전제로 한 생산과 유통 전략 전반이 모두 흔들리는 국면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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