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 보복공격 나선 사우디·UAE, 이란 ‘중동 맹주’ 위상 타격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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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3월 본토 직접공습 단행 확인 라반섬 공격 배후엔 UAE, 걸프국들 기조 변화 이란 권위 약화 속 역내 안보 질서 재편 가능성

미국과 이란이 살얼음판 휴전을 이어 가는 가운데, 휴전 발효 전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이란을 비밀리에 보복 공격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직접 충돌을 자제해 오던 걸프 왕정국가들까지 군사개입 수위를 끌어올리는 움직임은 그동안 이란이 중동에서 누려온 심리적 우위와 비대칭 억지력에 심각한 균열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스라엘 공습으로 군사 인프라와 방공망이 흔들린 상황에서 한 수 아래로 여겨 왔던 사우디와 UAE까지 직접 행동에 나서면서 이란의 체면과 권위에도 상당한 상처가 남게 됐다는 평가다.
사우디, 3월 이란 직접 공격
13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사우디 공군은 올해 3월 말 자국을 향한 이란 공격에 대응해 수차례 비밀리에 이란 본토를 타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타격 지점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사우디는 이로써 보복 의사를 명확하게 전달했다. 사우디가 중동 지역 패권과 이슬람 종파(사우디는 수니파 종주국, 이란은 시아파 종주국) 경쟁을 벌여 온 이란의 본토를 직접 겨냥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는 이례적 행보다.
사우디의 태도 변화는 외교적 압박 차원을 넘어선다. 이번 작전은 그동안 미국이 제공해 온 안보 우산이 뚫리고 민간 시설 및 석유 인프라가 공격받는 상황에서, 사우디가 더 이상 방어에만 머물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은 2월 말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 직후 사우디 동부 유전지대와 라스 타누라 정유시설,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 등을 겨냥한 드론·미사일 공격을 단행한 바 있다.
이후 사우디 내부 분위기는 급격히 강경 기조로 돌아섰다. 아랍 주요 매체 알자지라에 따르면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무장관은 3월 중순 “걸프 국가들의 인내에는 한계가 있다”며 사실상 군사 대응 가능성을 공개 경고했다. 사우디 외무부 역시 “이란이 공격을 지속할 경우 가장 큰 전략적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실제 사우디는 외교·군사 조치를 동시에 확대하기 시작했다. 3월 21일 이란 국방 관련 인사들을 추방했고, 우크라이나산 요격미사일 도입 계약도 체결했다. 동시에 파키스탄과의 방위협력 협정을 가동해 전투기와 병력 지원까지 확보했다.
중동 전문가들은 이번 비밀 공습 정황이 사우디-이란 화해 국면의 사실상 붕괴를 의미한다고 본다. 양국은 2023년 중국 중재 아래 외교 관계 정상화에 합의하며 긴장 완화 분위기를 조성해 왔다. 앞서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군사작전인 ‘프로젝트 프리덤(Project Freedom)’을 추진했을 당시에도 사우디는 미군의 영공·기지 사용 요청을 거부하며 전면 개입을 피했다. 그러나 이란의 공격이 자국 경제 인프라까지 확대되자 분위기가 급변했다. 사우디는 전통적으로 미국과의 군사적 동맹에 의존해 왔으나, 최근 이어진 전쟁 과정에서 노출된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직접 대응'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모습이다. 이는 중동 내 권력구조 변화와도 맞물린다. 사우디는 그간 경제 현대화와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위해 역내 긴장 완화에 집중해 왔지만, 이란의 직접 공격이 반복되면서 더 이상 방어적 태도만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美 밀착 나선 UAE도 비밀리에 이란 타격
이란을 겨냥한 보복 공격은 사우디에 그치지 않았다. 이란으로부터 2,800발이 넘는 미사일·드론 공격을 받았던 UAE 역시 지난달 8일 일시 휴전 직전 이란 남부 연안 라반섬의 정유 시설을 공습했다. UAE는 전통적으로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전쟁 이전까지는 다른 걸프국들과 마찬가지로 자국 영공 제공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전쟁 발발 이후 이란이 미국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주변 걸프국을 공격 대상으로 삼으면서 입장이 바뀐 것으로 분석된다.
UAE는 전쟁 이후 이란의 공격에 가장 많이 노출된 국가 중 하나다. UAE는 이란의 무차별 공습에 마천루가 불타는 장면이 실시간으로 보도되며 항공과 교통, 관광, 부동산 시장 등이 전방위적인 타격을 받았고, 중동의 금융·상업 허브이자 관광 중심지라는 명성에도 금이 갔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이 같은 상황을 계기로 UAE가 이란을 자국의 경제·사회 모델을 위협하는 ‘불량국가(Rogue Actor)’로 인식하게 되는 등 전략적 관점이 근본적으로 변화했다고 전했다.
UAE는 현재 걸프국 가운데 대이란 강경 노선을 가장 명확히 하고 있다. 동시에 자국 내 이란 관련 시설을 폐쇄하고 이란인의 입국 및 경유를 제한하는 등 경제적 압박 조치도 병행하는 중이다. 이 외에도 UAE는 미국이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의 영향력을 약화하기 위해 추진해 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 초안에도 지지 의사를 표했다. 해당 결의안은 무력 사용도 승인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통과되지 못 했다. 나아가 UAE는 이스라엘의 핵심 방공망인 ‘아이언돔’ 포대와 운용 병력을 지원받는 등 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과 한층 군사협력 수준을 높이고 있다.

걸프 안보 공식 바뀔 수도
군사안보 전문가들은 사우디와 UAE의 대이란 공격이 걸프 안보 질서의 ‘심리적 저항선’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이란은 중동 내 최대 미사일 전력과 대리세력 네트워크, 혁명수비대(IRGC)를 기반으로 역내 국가들에 강한 공포와 억지력을 형성해 왔으나, 사우디와 UAE가 이란 본토 및 핵심 에너지 시설을 직접 타격하면서 중동 내부에서는 “이란도 충분히 공격 가능한 대상”이라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는 분위기다. 특히 걸프국들이 미국의 안보 우산 뒤에 숨어 있는 ‘경제 국가’에 불과하다고 평가해 왔던 이란 내부의 기존 인식 역시 상당 부분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는 향후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에서 이란의 발언권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와 채텀하우스 등 주요 싱크탱크들은 이번 전쟁의 핵심 변화로 ‘걸프국의 공세적 전환’을 지목하고 있다. 과거 사우디와 UAE는 이란의 보복 가능성과 자국 경제 인프라 피해를 우려해 직접 충돌을 극도로 꺼려 왔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이란의 공격이 지속될 경우 더 큰 전략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제한적 반격을 선택했다. 이는 이란의 기존 억지력이 과거만큼 절대적이지 않다는 점을 역내 국가들이 확인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이란 내부적으로도 상당한 정치·심리적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란은 수십년 동안 미국과 이스라엘, 걸프 왕정국가들을 상대로 ‘저항 축(Axis of Resistance)’의 중심이라는 정치적 서사를 구축해 왔다. 하지만 이번 전쟁에서 자신들이 군사적으로 한 수 아래로 간주해 왔던 사우디와 UAE까지 행동에 나선 상황은 전술적 피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게 전문가들 목소리다. 이란 정권이 내부 결속을 유지해 온 핵심 기반 중 하나인 ‘중동 맹주의 자존심’ 자체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이란 내부에서는 전쟁 장기화와 경제난, 반복된 방공망 실패를 둘러싼 불만이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게다가 걸프국들 역시 이번 전쟁을 계기로 중동 안보 전략 자체를 재설계하는 분위기다. 사우디와 UAE는 그동안 경제 다변화와 금융·관광 허브 구축을 위해 역내 긴장 완화에 공을 들여 왔다. 그러나 이란의 드론·미사일 공격이 석유시설과 공항, 데이터센터, 관광 인프라까지 겨냥하자 기존의 방어 중심 전략만으로는 국가 생존 자체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커졌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은 최근 보고서에서 “걸프국들은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취약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동시에 이란 역시 절대 무적이 아니라는 점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UAE와 사우디는 전쟁 이후 방공망 확대, ISR(정보·감시·정찰) 역량 강화, 이스라엘과의 군사 협력 심화 등 공격·방어 통합 전략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