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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에서 종량제로” 앤스로픽·오픈AI 이어 MS도 요금제 개편, ‘AI 맥싱’ 시대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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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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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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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액제 공식 종말, 사용량 중심 과금 체계 부상
인간 업무 대체 과정서 발생한 폭발적 토큰 소비 영향
무제한 토큰 소비 제동, 업무별 모델 재배치 돌입한 기업들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의 가격 체계가 재편되고 있다. 기업 고객이 수십 달러짜리 정액 요금으로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인간 직원 1명 인건비에 해당하는 업무를 처리하는 사례가 늘면서 구독형 요금제만으론 연산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주요 AI 기업들이 사용량 기반 과금을 잇달아 확대하는 가운데, 기업 고객들도 비용 대비 생산성을 중심으로 AI 운영 전략을 재정비하는 모습이다.

AI 정액제 손질, 코파일럿 종량제 확대

25일(이하 현지시간) 마이크로소프트(MS)에 따르면, 워드·엑셀·파워포인트·아웃룩 등을 오가며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코파일럿 코워크(Copilot Cowork)는 지난 3개월간의 프리뷰 운영을 마치고 최근 정식 출시됐다. 코파일럿 코워크는 프리뷰 기간 월 30달러(약 4만6,000원)의 'M365 코파일럿 라이선스'에 포함돼 추가 이용료가 없었으나, 지난 18일 정식 출시 이후에는 기존 라이선스 구독료 외에 쓴 만큼 내는 과금이 별도로 붙는다.

요금은 어떤 AI 모델이 작업을 수행했는지, 작업 완료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소요됐는지,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수집했는지 등에 따라 결정된다. 일정을 정리하는 가벼운 작업은 1~3달러, 이메일 내용을 기반으로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드는 중급 작업은 4~7달러, 지난 6개월 동안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고급 작업은 7달러 이상이다.

MS는 이번 종량제 도입을 '약 20년 만의 가격 정책 변경'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MS가 소프트웨어를 '딱 한 번 구매하는 영구 라이선스' 방식으로 판매하다가 2010년 구독 방식으로 전환한 것과 같이 근본적인 요금 체계 변경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찰스 라만나 MS 코파일럿·에이전트 및 플랫폼 부문 수석 부사장은 외신 인터뷰에서 "20년 가까이 월 구독 기반 사업을 펼쳤던 MS에, 이번 변화는 의미 있는 중대한 진전"이라고 말했다.

MS가 종량제로 요금 체계를 바꾼 건 막대한 AI 연산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라만나 부사장은 "코파일럿 코워크로 일주일에 수백 건의 작업을 처리하는 사용자가 있다"면서 "아주 바람직한 일이고 그들의 생산성은 대단히 높지만, 그만큼 (MS의) 비용이 크게 불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종량제는 코파일럿 코워크 모델을 작동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AI 사용량이 바꾼 수익 공식

실제 AI 에이전트 시대로 접어들며 종량제 요금 체계가 점차 확산하고 있다. 사용자의 질문에 한 번 답하고 끝나는 챗봇과 달리, AI 에이전트는 여러 단계 실행을 반복해 토큰의 양이 챗봇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나기 때문이다. 에이전트형 AI는 사용자의 지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복수의 AI 모델을 반복 호출하고 기업 데이터 검색과 외부 시스템 연동을 함께 수행한다. 작업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래픽처리장치(GPU) 연산량도 함께 증가하는 구조다. 앤스로픽에 따르면, 기업 개발자 1인의 하루 평균 '클로드 코드' 이용 비용은 13달러(약 2만원)로 조사됐다. 월 20~30달러의 정액제로는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에 앤스로픽은 지난 4월 '클로드 엔터프라이즈' 요금제를 정액제에서 사용량 기반 과금 방식으로 전환했다. 기존엔 사용자당 월 최대 200달러 정액제(토큰 포함)였다면, 이제는 사용자당 월 20달러를 기본으로 부과하고 실제 컴퓨팅 사용량에 따라 추가 요금을 매기기로 했다. 클로드 코드처럼 컴퓨팅을 많이 쓰는 제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정액제 구조가 회사 수익성에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오픈AI도 최근 자사 AI 코딩 에이전트 '코덱스'에 종량제를 도입했다. 오픈AI는 기존 200달러의 단일 요금이었던 프로 요금제에 월 100달러 옵션을 추가했다. 100달러/200달러 옵션 모두 프로 브랜드를 사용하며, 최상위 추론 모델인 GPT-5.4 프로 접근권과 파일 업로드 무제한 등 핵심 기능은 동일하다.

AI 업계는 이러한 흐름이 생성형 AI 산업의 수익 모델을 바꾸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23년 오픈AI의 챗GPT 출시 이후 AI 기업들은 월 20~30달러 수준의 정액제를 앞세워 이용자를 확보하는 데 집중했다. 이용자가 많을수록 서비스 생태계가 빠르게 커지고, 기업 고객을 확보하기도 쉬웠기 때문이다. GPU 투자 부담보다 시장 선점이 우선순위였던 시기다.

하지만 AI 에이전트가 보편화하면서 비용 구조는 완전히 달라졌다. 챗봇은 질문과 답변이 한 차례 오가는 방식이 대부분이지만, AI 에이전트는 계획을 세우고 자료를 수집한 뒤 결과를 검증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메일 작성, 회의록 정리, 문서 검색, 데이터 분석, 프레젠테이션 제작까지 하나의 작업 안에서도 수십 차례 모델을 호출한다. AI 이용량이 증가할수록 기업의 매출도 늘어나는 구조가 형성됐지만, 동시에 인프라 비용도 같은 속도로 불어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AI 기업들의 판단 기준도 달라졌다. 기업 고객이 월 20~30달러의 정액 요금만으로 직원 1명 이상의 업무를 AI에 맡기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기존 가격 체계로는 서비스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확산한 것이다.

토큰 소비 경쟁에서 생산성 경쟁으로

이 같은 변화는 기업 고객들의 AI 활용 전략까지 바꾸고 있다. 정액제에서는 월 구독료 안에서 최대한 많은 기능을 활용하는 편이 유리했지만, 종량제 전환 이후에는 토큰 사용량과 모델 선택, 작업 난이도, 실행 시간이 모두 비용으로 환산된다. AI를 많이 쓰는 기업이 유리했던 시기에서 AI를 정확한 업무에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기업이 비용 우위를 확보하는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리콘밸리에서 확산했던 ‘토큰맥싱(Tokenmaxxing)’ 논의도 이 지점에서 다시 해석된다. 초기에는 AI 모델을 최대한 많이 호출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전략으로 받아들여졌다. 메타와 아마존은 개발자들의 토큰 소비 순위표까지 공개하며 AI 사용을 독려했다. 그러나 종량제가 확산하면서 토큰맥싱의 의미도 달라지는 분위기다. 토큰 소비량보다 업무당 생산성과 비용 효율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떤 업무에 최고 성능 모델을 투입하고, 어떤 업무를 저비용 모델로 처리할지 결정하는 과정도 AI 운영 전략의 일부로 편입되고 있다.

기업 현장에서는 이미 토큰 사용량이 관리 가능한 비용 항목으로 올라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아마존, 월마트, 시스코, 우버, 메타 등은 직원들의 AI 도구 사용 비용이 빠르게 늘어나자 사용 한도와 예산 통제 장치를 도입했다. 우버는 AI 코딩 도구에 직원 1인당 월 1,500달러(약 232만원)의 토큰 상한을 설정했고, 월마트와 시스코도 업무별 사용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최신 고성능 모델 대신 구형 모델이나 오픈소스 모델을 업무별로 배정하며 비용 절감에 나서기도 했다.

업무 난이도에 따라 AI 모델을 구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법률 AI 스타트업 하비가 대표적 예다. 하비의 월간 토큰 사용량은 올해 1월 1조 개에서 5월 12조~13조 개 수준으로 급증했다. 이에 회사 측은 고난도 법률 검토에는 고성능 모델을 투입할 수 있지만, 단순 문서 요약에는 저비용 모델을 쓰는 식의 선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토큰 사용량이 늘어나는 만큼 비용 부담도 커지면서 업무 난이도별 모델 배분과 투자수익률(ROI)을 동시에 따질 수밖에 없게 됐기 때문이다.

예컨대 오픈AI의 GPT-5.5는 100만 토큰당 입력 시 5달러, 출력 시 30달러다. 반면 GPT-5.4는 입력 시 2.5달러, 출력 시 15달러로 절반 수준이다. 단순 질문이나 계산 등 평이한 작업에는 GPT-5.4를 쓰고 고차원적 업무에는 5.5를 쓰는 전략이다. 한 테크업계 관계자는 “예전엔 최첨단 AI를 얼마나 많이 쓰느냐가 중요했으나, 앞으로는 AI의 적절한 활용이 실제 비즈니스 가치로 얼마나 이어질 수 있는지를 따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기업 내부에서 업무에 따라 AI를 선택하는 것뿐만 아니라 시장 전체적으로도 활용도에 따라 AI 선택이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시타델증권은 이달 초 “프런티어 AI는 비용을 감당할 재무제표와 연구 역량, 응용처를 갖춘 좁은 기업군에 집중되고 나머지는 단순한 AI 모델을 쓰는 ‘AI의 이분화’가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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