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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시작된 AI 투자 문법, 칩 독주 끝나고 활용 경쟁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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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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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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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U 중심 투자 사이클 변화 조짐
데이터 플랫폼·AI 응용 서비스 부상
실물자산 선호 확산, 투자 기준 재편

인공지능(AI) 투자 전략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그동안 시장을 주도했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데이터센터 중심의 인프라 경쟁이 자체 AI 칩과 산업별 활용 플랫폼, AI로 대체하기 어려운 실물자산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빅테크와 바이오 기업, 글로벌 사모펀드(PEF)까지 투자 방향을 잇달아 조정하면서 시장의 관심도 AI 기술 자체보다 수익성과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로 이동하고 있다.

불붙은 빅테크 'AI 칩 자립' 경쟁

1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오픈AI는 최근 브로드컴과 함께 만든 '할라페뇨'를 선보였다. 추론에 특화된 할라페뇨는 챗GPT와 오픈AI의 코딩 에이전트 코덱스의 연산 수요를 보다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특히 AI 모델이 이용자의 질문에 답변을 내놓는 과정인 추론(inference) 속도를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업계에서는 오픈AI가 AI 모델의 대규모 사전 학습에는 엔비디아의 GPU를 활용하더라도, 할라페뇨를 이용해 추론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픈AI는 "할라페뇨는 기존 AI 칩을 개조하거나 개선한 범용 가속기가 아니라, 그간 챗GPT·코덱스 등을 운영한 경험을 기반으로 대규모언어모델(LLM) 추론을 위해 처음부터 새롭게 설계했다"고 밝혔다. 설계 착수부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에 넘기는 '테이프아웃' 단계까지 걸린 시간은 9개월로, 이는 가장 빠른 주문형 반도체(ASIC) 개발 주기로 평가된다. 보통 주문형 반도체를 처음부터 설계하는 데 1년 반에서 2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속도로, 오픈AI는 설계와 최적화 과정에 AI 모델을 활용해 개발 주기를 단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쟁사인 앤스로픽도 조만간 자체 AI 칩 개발에 돌입할 예정이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올 들어 앤스로픽의 연산 수요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늘면서 회사 경영진이 자체 AI 칩 개발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올해 AI 인프라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등은 이미 한발 앞서 자체 AI 칩을 선보였다. 구글은 2015년 자체 개발한 텐서처리장치(TPU)를 자사 핵심 서비스와 클라우드에 활용해 왔지만, 최근에는 앤스로픽, 메타 등 외부 기업에도 TPU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아마존은 자체 개발한 학습용 AI 칩 '트레이니엄'과 추론용 칩 '인퍼런시아'를 아마존웹서비스(AWS)를 거치지 않고 외부 기업에 판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려는 기업들의 수요를 파고들겠다는 전략이다. 앞서 아마존은 2020년 '트레이니엄'을 출시한 이후 AWS를 통해 오픈AI, 앤스로픽, 우버 등에 공급했다. 이 칩으로 창출된 매출 약정은 올해 4월 기준 2,250억 달러(약 342조원)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MS도 추론에 특화된 자체 AI 칩 '마이아 200'을 주요 데이터센터에 배치했으며, 이를 앤스로픽에 공급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메타는 자체 제작 AI 칩인 '메타 훈련·추론 가속기(MTIA)' 4종을 지난 3월 공개했다. 메타는 엔비디아 GPU 등 외부 칩과 자체 칩을 용도에 맞게 사용하는 AI 칩 다변화 전략에 대해 "범용 칩은 가장 까다로운 작업인 AI 학습에 맞춰 설계됐기 때문에 추론 작업에 활용하면 비용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MTIA를 추론에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오 기업 AI 투자도 '데이터 플랫폼'으로 무게중심 이동

AI 전략의 변화는 반도체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AI 투자의 무게중심도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시장의 관심이 AI 모델 학습과 데이터센터 구축 등 인프라 확충에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AI를 실제 서비스와 산업 현장에 접목해 수익을 창출하는 분야로 자금이 옮겨가는 모습이다. AI 경쟁의 핵심이 연산능력 확보에서 활용도와 생산성 제고로 확장되면서 투자 판단 기준도 함께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기업들은 범용 AI 모델 개발 경쟁보다 업무 자동화와 기업용 AI 에이전트, 산업별 맞춤형 솔루션 개발에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다. 하드웨어 투자는 대규모 설비투자(CAPEX)를 수반하는 반면, 소프트웨어는 운영비용(OPEX) 기반의 구독형(SaaS) 수익모델을 통해 투자 효율을 높일 수 있어서다. 그간 반도체 랠리에서 소외됐던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매출 성장률과 영업이익률 가속화 흐름이 가시화되면서 자금의 가성비 매력이 부각되는 모양새다.

바이오 산업 역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최근 글로벌 빅파마들은 AI 모델 자체보다 실험 데이터를 축적·관리하는 플랫폼 구축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머크(MSD)는 영국 AI 신약개발 기업 베네볼런트AI(BenevolentAI), 엑센티아(Exscientia)와 총 12억3,000만 달러(약 1조9,000억원) 규모의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하며 AI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을 강화했고, 화이자도 자체 AI 플랫폼 'VOX'를 구축해 19개 신약개발 프로젝트에 적용했다. 사노피 역시 AI 전문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연구개발(R&D) 플랫폼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의 투자 방향은 기존 알고리즘 개발 경쟁과는 결이 다르다. 연구 과정에서 축적되는 실험 데이터와 단백질 정보, 임상 데이터를 표준화해 AI가 반복적으로 학습하고 검증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데 역량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머크가 프로틸리온과 체결한 연구 협력도 같은 맥락이다. 프로틸리온의 '프로트맵(Prot-MaP)' 플랫폼은 대규모 단백질 데이터를 생성해 AI 모델 학습에 활용하고, 수많은 후보물질의 결합력과 생산 적합성을 동시에 평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AI 성능 경쟁보다 데이터 플랫폼 경쟁이 신약 개발 효율을 좌우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PEF들은 'AI 대체 어려운 자산'으로 머니무브

PEF들의 자금 방향도 달라졌다. AI 관련 자산으로 자금이 몰리는 흐름에서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산업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글로벌 PEF 업계의 'HALO(Human Advantage, Asset-backed, Local, Offline)' 전략이다. 블랙스톤과 브룩필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아폴로 등 주요 운용사들은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같은 AI 인프라뿐 아니라 의료서비스와 폐기물 처리, 물류시설, 교육, 필수 소비재, 지역 기반 서비스업 등 사람의 현장 대응과 실물자산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폭스바겐이 중대형 디젤엔진 사업부 매각을 추진하는 가운데 복수의 PE가 인수를 검토 중이며, 영국 항공우주 부품사 시니어를 두고도 재무적 투자자(FI) 간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TK엘리베이터 매각 역시 250억 유로(약 44조1,700억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전제로 논의가 진행되며 인프라·산업재 자산으로 자금이 쏠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판단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특히 '무엇에 프리미엄을 줄 것인가'에 대한 기준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최근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는 고성장 스토리보다 '실체가 있는 자산'과 '확실한 수요 기반'을 더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감지된다. 최근 투자 업계에서는 이른바 'K커브(K-Curve)'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도입으로 생산성과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되는 기업에는 자금이 집중되는 반면, 뚜렷한 AI 활용 전략도 없고 차별화된 경쟁력도 확보하지 못한 기업들은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다. 반대로 의료와 방산, 인프라, 프리미엄 소비재처럼 AI의 직접적인 대체 가능성이 낮은 산업에는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이렇듯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바이오, 금융투자 시장에서 나타나는 변화는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AI 투자 초기에는 GPU 확보와 데이터센터 구축이 시장을 이끌었다면 최근에는 자체 AI 칩과 산업별 활용 플랫폼, AI 시대에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사업모델로 자금이 분산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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